왜 여전히 저탄고지일까?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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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전히 저탄고지일까?

신예의 등장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찾는 ‘저탄고지’ 다이어트. 철 지난 유행으로 취급받지 않는 이유를 몇 년째 이 식단을 실천하는 이들에게 물었다.

BAZAAR BY BAZAAR 2022.05.02
 
6년 전쯤 다큐멘터리 〈밥상, 상식을 뒤집다: 지방의 누명〉을 통해 소개되었던 ‘저탄고지’ 식사법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다이어트 중에는 금기시되던 기름진 삼겹살을 챙겨 먹는 것도 모자라 버터를 덩어리째 넣어 요리하는 모습이라니. 탄수화물을 적게 먹는 건 납득이 됐지만 지방을 먹으면서 살을 빼는 건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고? 프로그램의 부제대로 완전히 상식을 뒤집는 내용이었다. 그래서인지 방송 이후 저탄고지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질 않았다. 몸에 해롭다고 외면당하던 버터와 치즈가 품귀 현상을 일으킬 정도였으니 그 파급력은 가히 대단했다.
딱 그 정도일 줄 알았다. 사람들 입에 반짝 오르내리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그렇고 그런 방법 중 하나일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유행하는 다이어트는 죄다 도장 깨기 하는 ‘평생 다이어터’지만 굳이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야매’라고 치부했던 이 식사법은 여전히 건재하며 ‘저탄수화물, 고지방’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은 지금도 많다. 아니, 도대체 왜? 궁금해졌다.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떻게 사랑받을 수 있으며, 그 매력은 무엇인지.
저탄고지의 시작은 한참을 거슬러 간다. 1920년 소아뇌전증환자에게 나타나는 경련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치료식에서 유래되었다. 보통 저탄고지와 키토제닉은 같은 의미로 쓰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차이가 있다. 저탄고지는 이름 그대로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을 섭취하는 식이요법이라면 키토제닉은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비율을 1:2:7로 구성한다. 쉽게 말해, 엄격한 저탄고지가 키토제닉이다. 우리 몸은 에너지를 내기 위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순으로 사용하는데 탄수화물을 적게 섭취하면 지방을 태우며 케톤이라는 물질을 생성한다. 이를 케토시스 상태라고 부른다. 이는 곧 에너지원으로 케톤, 즉 지방을 사용하며 인슐린 수치를 안정화시켜 비만, 당뇨,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으로 발생하는 질환을 개선한다. 간헐적 단식이 단짝처럼 따라오는 이유도 탄수화물의 섭취 시간을 조절해 인슐린 저항성을 해결하는 식단법이기 때문. 저탄고지를 하면 쉽게 배가 고프거나 에너지가 빠지지 않아 자연스레 간헐적 단식을 할 수 있다.
 
저탄고지는 여전히 갑론을박 속에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몸소 체험하며 꾸준히 실행하는 걸 보면 무조건 배척해야 할 대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저탄고지 마스터들이 말한다
하지만 한국인은 밥심으로 살아간다. “볶음밥을 후식으로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탄수화물에 진심인 민족이다. 이 말인즉, 탄수화물을 적게 먹는 데는 큰 결심이 필요하단 얘기.
그럼에도 저탄고지 식단을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건 초저칼로리, 초절식과 같이 무리하게 제한을 두지 않는 것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칼로리를 줄이면 호르몬과 에너지 생산 체계가 망가지고 쉽게 요요가 오는 데 반해, 탄수화물 양만 줄이는 저탄고지는 그런 위험이 없습니다. 또 에너지원을 충분히 섭취하기 때문에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죠.” 〈기적의 식단〉 〈잠든 당신의 뇌를 깨워라〉의 저자, 이영안과의원 전문의 이영훈의 설명. 저탄고지 2년 차,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모모언니는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을 정도지만 늘 얼마 못 가 포기하거나 요요 현상을 겪었다. 그러나 저탄고지는 배불리 먹을 수 있어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식사 양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첫 3개월은 탄수화물 양을 20g 이하로 지속하다 일 년까지는 50g, 지금은 100g을 유지하고 있다.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이 식단으로 13kg을 감량한 YG케이플러스 모델 김현재는 퍽퍽하고 물리는 고단백 식사 대신 치즈, 버터, 오일 등을 활용한 식단을 구성할 수 있는 게 비결이라고 소개한다.
물론 이들에게도 고비는 있었다. 5년 이상 부부가 함께 저탄고지를 실천 중인 촬영감독 채창수는 “직장인에게 점심식사나 회식은 업무의 연장선이죠. 탄수화물이나 당류가 높은 메뉴가 선택되면 난감했어요.”라고 힘든 순간을 떠올린다. 그 외에도 당을 부르는 스트레스, 밥에 익숙한 식습관을 바꾸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각자의 고충을 털어놨다.
하지만 이들은 오랜 경험으로 저탄고지는 단순한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아니며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라고 강조한다. 이는 단기적인 미션이 아니라는 의미. 단기간 내에 살을 빼면 결국 쉽게 살이 찌는 몸으로 바뀌기 때문에 대사를 끌어올리며 천천히 감량해나가야 한다. 그러므로 엄격하게 식이를 제한하기보다 유연하게 해나가는 것이 이 식단을 올바르게 실현하는 태도다. 무탄고지나 키토제닉, 저탄고지 등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탄고지와 일반식의 경계를 둘 필요는 없습니다. 단 며칠이라도 탄수화물을 줄였다면 그것이 곧 저탄고지의 시작이죠. 배가 고프면 단백질과 지방, 채소를 섭취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음식에 대한 강박부터 없애야 하죠.” 이영훈의 조언. 모모언니는 계획적인 치팅을 병행한다. 한 달에 2~4번은 치킨 등 먹고 싶은 음식을 먹되 폭식은 하지 않았다. 이영훈은 간헐적으로 타이트하게 지킨다. 평소에는 당을 줄이는 정도로 적용하다가 필요할 때 허리띠를 조인다. 채창수 역시 치팅에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라면이나 빵을 먹었더라도 부담 없이 재도전한다. 저탄고지 식이의 장점 중 하나는 일반식 후에도 적응이 쉽다는 것. 이들은 저탄고지에 실패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효과는 어떨까? 모두 체중 감량을 1순위로 꼽았다. 옷부터 속옷까지 새로 구입해야 할 정도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고칼로리 식단이지만 체중이 증가하지 않는 마술 같은 경험을 했다. 늘 달고 사는 소화제와 이별을 고했고 음식에 대한 집착도 사라졌다. 굶어서 빼는 다이어트와는 결과도 달랐다. 살과 함께 건강도 잃는 느낌을 받는 방법들과 달리 오히려 활력이 생긴다. 또 살만 빼면 늙었다는 소리를 듣는 일도 사라졌다. 채창수는 “원래 혈압이 높았고 7년 전에는 당뇨 판정까지 받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혈압과 혈당 모두 정상 범위에 있죠.”라고 전한다.
저탄고지는 여전히 갑론을박 속에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몸소 체험하며 꾸준히 실행하는 걸 보면 무조건 배척해야 할 대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영훈은 저탄고지에 실패했거나 새롭게 도전하는 이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전한다. “제가 2016년 〈지방의 누명〉을 통해 이 식이요법을 소개했을 때는 살이 찌는 원인이 지방이 아니라 탄수화물이다, 저지방이 건강하다는 인식은 잘못되었으며 좋은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여기에 추가된 부분이 있다면 결국 그런 과정 속에서 가공식품대신 자연에서 얻은 홀 푸드를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기와 채소를 다양하게 즐겨보세요. 또 배가 고프지 않다면 억지로 끼니를 채우지 마세요. 어느새 건강해진 몸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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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정혜미
    사진/ 정원영
    어시스턴트/ 조문주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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