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직립보행을 하고 불을 쓰고 도구를 사용하며 진화해왔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마스크를 제2의 피부로 여기는 호모 마스쿠스가 탄생했다. 이 신인류의 가장 큰 신체적 특징은 바로 ‘민감한 피부’! 마스크를 쓴 채로 웃고 말하며 안면 근육을 움직이다 보면, 합성섬유에 피부가 쓸리는 물리적인 마찰이 반복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잘한 스크래치가 쌓이게 되는 셈. 이것이 장기화되면 접촉성 피부염의 원인이 된다. 빨아 쓰는 면 마스크도 안심할 수는 없다. 세탁 후 남은 세제의 계면활성제가 피부에 자극을 주는 해프닝이 적지 않게 일어나니까. 마스크 안 고온다습한 환경 때문에 늘어난 피지량도 문제다. 따뜻하고 습한 곳은 세균이 가장 좋아하는 환경. 피지가 늘어 모공이 막히기 쉬운 상태에 프로피오니 박테륨 같은 세균이 가세해 훈수를 두기 시작하면 좁쌀부터 화농성까지 갖가지 종류의 여드름이 창궐한다. 마스크를 썼다 벗으며 겪게 되는 급격한 온도와 습도 변화 역시 스트레스다. 내가 내뿜은 입김으로 가득 찼던 공간이 마스크를 벗는 순간 갑자기 개방되며 습기가 한꺼번에 증발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피부는 변덕에 가까운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 낙차가 너무 급격하고 빨라서 매년 겪어왔던 환절기는 귀여울 정도다. 위의 세 가지 극한 상황이 하루에도 수백 번씩 반복되니 피부가 히스테리를 부릴 수밖에. 그래서일까? 요즘 피부과는 마스크 트러블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환자들로 문전성시다. “갑자기 피부가 민감해졌어요.” 그들이 입을 모아 호소하는 것은 하나다.
사실 민감성 피부의 기준은 모호하다. 바노바기 피부과 전문의 반재용은 “민감성 피부의 정확한 정의는 없다.”고 말한다. “민감성은 피부과학적 용어라기보다 화장품학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말이에요.” 증상도 다양하다. 화끈거리는 작열감이나 가려움, 건조함 같은 주관적인 느낌을 민감함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피부가 붉어지는 홍반이나 여드름, 거칠게 일어난 각질같이 눈으로 확인되는 트러블, 그리고 이보다 증상이 심한 피부염 또는 습진까지 모두 포함해 ‘예민하다’ ‘뒤집어졌다’고 표현한다는 거다. “성인 여자의 50% 이상이 스스로 민감성 피부의 소유자라고 생각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죠.” 일단 장르불문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하면 우리는 피부가 민감하다고 말하고, 이러한 ‘느낌적인 느낌’ 역시 민감함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현재 호모 마스쿠스가 겪고 있는 건조함과 붉어짐, 오돌토돌한 피붓결 등의 민감 증상은 미세먼지, 꽃가루,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경험했던 증상보다 더 급진적이다. 각종 트러블이 만성으로 자리 잡거나 색소 침착을 남길 정도로 손상을 주기 전에 즉시 자극을 가라앉히는 SOS 케어의 노하우를 익히며 동시에 어떤 외부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피부 주춧돌부터 다시 놓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민감한 호모 마스쿠스를 위해 〈바자〉가 체크 리스트를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