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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옥 같은 ‘폭싹 속았수다’ 명대사들

“그렇게 좋아?”라고 물으면 “응, 나 너무 좋아”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물기 가득한 명대사들

프로필 by 남미영 2025.04.02

첫 화부터 눈물 짓기 시작해서 마지막 화까지 엉엉 울다 말고 부은 눈으로 엄마,아빠에게 전화하게 만드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속 물기 가득하고 다정한 대사들.


3화 예스터데이 '그들의 봄은...'

유독 호로록 빨랐던 인생의 봄날

열여덟 엄마는 엄마를 잃고 엄마가 됐고

열아홉 아빠는 금메달 대신 금명이 아부지가 됐다


그들의 봄은

꿈을 꾸는 계절이 아니라

꿈을 꺾는 계절이었다.

그렇게도 기꺼이



4화 꽈랑꽈랑 여름

“난 금명이가 다 했으면 좋겠어


막 다 갖고 다 해 먹고

그냥 막, 막, 막, 펄펄 다

나는 금명이가 상 차리는 사람이 되지 말고

상을 막 다 엎으구 살았으면 좋겠어”


참 이상하게도

부모는 미안했던 것만 사무치고

자식은 서운했던 것만 사무친다


그래서 몰랐다

내게는 허기지기만 하던 유년기가

그 허름하기만 한 유년기가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만든 요새였는지



5화 한여름 밤의 만선

“난 어른되면 엄마처럼 다 그냥 밥 공기를 맨손으로 잡는 줄 알았어

경자 이모처럼 빚쟁이들이 쳐들어와도 밥만 잘 비벼먹는 줄 알았지


손에나 속에나

굳은살이 절로 배기는 건 줄 알았는데

난 그냥 다 뜨거워


맨날 뎌도

맨날 아퍼

나만 모지랭인가?

남들은 다 어른노릇하고 사나?”


“걔들도 다 어른이래니까 어른인 척하는 거야”


“난 그냥 빨리나 좀 늙고 싶어

엄마 노릇이니 각시 노릇, 어른 노릇 다 처음이라 그런가

뭐 이렇게 다 죽겠고

다 드신지 모르겠어”



6화 살민 살아진다

“살다가 똑 죽겠는 날이 오거든

잠녀 엄마 물질하던 생각해

흙 밟고 사는 것들이야 끄떡하면 죽는단 소리 입에 달고 사는데

암만 죽겠고 서러워도

잠녀 입에서는 그 소리 절대 안나와

그 드신 물 속에서 죽을 고비 골백번 마다 살고 싶은 이유가 골백 개 더라


몸 고되면 마음이 엄살 못해

살다가 살다가 똑 죽겠는 날이 오거든

가만 누워있지 말고 죽어라 발버둥을 쳐

이불이라도 끄내다 밟어


밭 갈아없고 품이라도 팔러 나가

'나는 안 죽어'

'죽어도 살고야 만다'

죽어라 팔다리를 흔들면

꺼먼 바다 다 지나고 반드시 하늘 보여

반드시 숨통 트여”



8화 변하느니 달이요, 마음이야 늙겠는가

“가난한 엄마에게 화가 났다

나 때문인걸 알아서 화가 났다


부모는 모른다

자식 가슴에 옹이가 생기는 순간을

알기만 하면 다 막아줄 터라 신이 모르게 하신다


옹이 없이 크는 나무는 없다고 모르게 하고,

자식의 옹이가 아비의 가슴에 구멍이 될 걸 알아서

쉬쉬하게 한다.”


“나는 그들의 꿈을 먹고 날아올랐다.

엄마의 꿈을 씨앗처럼 품고.


엄마의 꿈이 나에게로 와

엄마의 꿈이 나에게로 와


아주 무겁고 아주 뜨겁게

기어이 날개 소리를 내게 했다.”



11화 내 사랑 내 곁에

“아빠가 돌아앉던 그 찰나를

엄마는 평생 잊지 못했다.


밥사발을 들고 돌아앉은 도동리 최초의 남편일 거라고

백 번쯤 말했다


아빠는 아빠의 전쟁을 해냈다

절대로 엄마 혼자 전장에 두지 않았다


그 시절 아빠의 반 바퀴는 혁명이었다는 걸

나는 숭늉을 퍼면서 깨달았다”



제12화 펠롱펠롱 겨울

“엄마는 부아가 안 났어?

왜 그렇게 착하게만 살았어? 누가 상 줘?”


“너 땜에

너 땜에

니가 너무 착한 눈으로 맨날 나만 반실반실 보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내 멋대로 살아

니들 낳고 안으면서 생각했지


지금부터 오애순이가 살아갈 인생은

내 애가 자라서 기억할 얘기구나

내 자식들이 장례식에 와서 나를 추억할 얘기구나

그렇게 생각하니까 하루도 치사하게 살 수가 없더라고”


내가 외줄을 탈 때마다

아빠는 그물을 펼치고 서 있었다

'떨어져도 아빠가 있다'

그 한마디가 얼마나 든든했는지 한번은 말해줄 걸

말해 줄 걸

아빠가 그렇게 서 있는 동안

아빠에게 만 눈이 내렸나 보다


“금명아 아빠 여깄어

그러니까 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너 하고 싶은 대로”


아빠의 겨울에 나는 녹음이 되었다

그들의 푸름을 다 먹고

내가 나무가 되었다

아빠가 내 곁을 떠나기 전날에야

"아빠 미안해 미안해"

다급한 사과들을 쏟아냈다


그때 아빠가 그랬다

내가 태어나던 날부터 아빠는 천국에 살았노라 고.

"박충섭이!

너는 니가 뭐를 받아가는지를 아냐?


내가 너에게 나의 천국을 준다


내 딸 크는 30년 내도록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너에게"



15화 만날, 봄

그냥 엄마가 친정엄마가 되고 외할머니가 됐다.

그건 언덕이 동산이 되고 태산이 되는 일 같았다.


그들의 아가가 아가를 낳았다.

그들이 오면 어디든 요새가 되고 나는 어김없이 아기가 됐다.


친정에 가면 언제나 닭다리는 늘 내 차지였다

나는 언제나 그들의 1번이었다


“닭다리도 니가 먹고

너 할 거 하면서 살아


니 인생에 너도 있어야 부아도 안나지

자꾸 본전 생각나고

이게 맞나 싶잖아?


그럼 애도 다 알아

엄마 표정만 봐도 눈치가 빤해


새봄이한테는 니가 지 우주라고 지금

근데 어차피 그거 오래 안가

어차피 나중에는

자식 인생에서 니가 제일 뒷방 차지가 될 꺼니까

그냥 너 하고 싶은 거

더 해”


엄마의 딸이 또 엄마가 되어갔다


아이를 품은 딸의 시간이 너무 고되지 않기를

엄마는 사는 내내 자기의 시간을 잘라다 붙였다



16화 폭싹 속았수다

내게는 다정한 아빠가 있었다

아빠에게는 다정한 딸이 없었다.


엄마에게 다정해 달라는

그 다정한 당부가

아리게도 남았다


우리는 아빠를

영원히 가진 것처럼 굴었다


힘든 날은 있었어도

외로운 날은 없었다는

엄마의 인생은

돌아보니 낙원이었다




“인생 진짜 '고' 해봐야 아는 거지.

중간에 때려 쳤으면 어쩔 뻔했어

살아 보길 천만 잘했지”


“그래서 엄마는 지금 또 봄이야?”


“응 또 봄이지, 봄

인생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가는 줄 알았더니

아니야

그냥 때때로 겨울이고

때때로 봄이었던 거 같애

수만 날이 봄이었더라


반짝반짝한 순간들이 너무 많았어”


“그래서 또 좋아?”

“응, 좋아

나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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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및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