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딕테’가 돌아온다
테레사 학경 차의 유고작 『딕테(Dictee, 1982)』의 번역본이 20년 만에 재출간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차학경은 누구이며, 그가 남긴 마지막 책은 어떤 내용이기에 읽어볼 만한지를 짚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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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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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경이라는 세계

사진/ 문학사상 알라딘 제공

사진/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미술관 제공

사진/ BAMPFA 제공
쉴 새 없는 변주와 파격의 책
‘받아쓰기’라는 뜻의 제목의 책 『딕테』는 작가의 일생과 작품 세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자서전 혹은 콜렉션 도록과도 같다. 여러 언어와 문화의 혼재로 매우 모호하고 난해하다는 점이 차가 살다 간 짧지만 강렬한 삶과 무척 닮아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텍스트를, 그를 더욱 이해하고 싶어한다. 각 장의 제목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홉 뮤즈와 그들의 고유 예술 영역을 차용하여 명명한다. 기억의 여신 므네모쉬네(Mnemosyne)가 아흐레 동안 제우스(Zeus)와 동침하여 아홉 명의 뮤즈 신을 낳듯, 책의 구성은 가톨릭 의식인 ‘9일간의 기도(novena)’로 이루어져 있다. 차는 기도 의식을 관장하는 인물이자 작가 자신을 대변하는 여주인공 화자 ‘말하는 여자’를 소개한다. 유관순과 잔 다르크, 만주 태생인 차학경의 어머니 허형순 여사와 성 테레사가 있다. 언어와 문화의 경계에 선 여성들이자 주체적 인물이다. 이들 목소리를 빌려 자신이 경험한, 디아스포라적 삶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책의 매력은 그가 실험한 다양한 형식에 있다. 텍스트는 플롯이 뚜렷한 소설도 아니며, 일기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서간문이나 서정시, 르포 장르의 형식을 마구 넘나든다. 불어, 영어, 라틴어, 고대 그리스어, 한자, 한국어 등 여섯 가지 언어가 번역 없이 해체되고 조합되며 교차한다. 독자는 언어를 잃어버리며 사고가 잠시 멈추는 낯선 경험을 한다. 이민자들이 필연적으로 고통스럽게 부딪히는 ‘언어와 소통 문제’에 대한 고찰이 담겨 있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텍스트와 배치한 이미지를 사용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동양 침술에 쓰이는 경혈도, 음성학 교재에서 마주칠 듯한 발성기관 표, 모아이 조각상과 서예 이미지를 텍스트에 덧대며 변주하면서 주석도 설명도 달지 않는다. 독자들로 하여금 작업을 명료하게 이해하거나 장악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며, 탈장르적 텍스트의 새로운 읽기 경험을 선사한다. 해독불가함이 주는 신선함과 짜릿함은 덤이다.
“웅얼거린다. 웅얼웅얼한다. 속에는 말하기의 고통 말하려는 고통이 있다. 그보다 더 큰 것이 있다. 더 거대한 것은 말하지 않으려는 고통이다. 말하지 않으려는 것. 말하려는 고통에 대항해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안쪽에서 곪는다. 상처, 액체, 먼지. 터뜨려야 한다. 비워내야 한다.”
난민과 이민자의 정체성, 여성주의, 한국적인 것에 대한 고찰 등 4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유효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차학경의 웅얼거림은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언어로 재해석되고 새롭게 발화할 것이다.
차학경을 더 알고 싶다면!
영화 딕테-차학경 오마주. 감독: 미영, 2012, 33min 차학경의 작품 세계를 파고들며 실험적 방식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오마주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2012 여성 영화제 출품작 책 『안녕, 테레사』, 저자: 차학성, 2016 경찰이 찾지 못한 누이동생의 시신을 주변 건물을 모조리 뒤진 끝에 찾아낸 차학경의 오빠 존 차(John Cha)가 쓴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법정 소설
전시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 차의 작품 일부를 만날 수 있다. 내년 3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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