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텔 컬러가 봄과 여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듯 솜사탕 같은 색이 모델들의 얼굴을 장식했다. 언더라인에 크림 섀도를 발라 번지도록 표현한 빅토리아 베컴, 연보라·노랑 등 사랑스러운 컬러로 날렵한 아이라인을 그린 캐롤리나 헤레라, 속눈썹에 파스텔 컬러 깃털을 장식한 프라다까지. 동양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한 톤 밝은 베이스로 피부를 밝히고 속눈썹 끝, 눈머리, 눈꼬리에만 포인트로 사용할 것.
런웨이의 단골손님, 추상적인 형태의 아이라인이 이번 시즌에도 건재함을 드러냈다. 코부터 눈썹 위까지 연결된 날카로운 고딕 스타일을 선보인 로다테가 대표적인 예. 헤어 라인에 닿을 만큼 길고 뾰족한 아이라인을 선택한 발렌티노, 나오미 캠벨과 지지 하디드, 켄들 제너 등 슈퍼모델들의 눈에 날개를 단 베르사체도 인상적이다. “연극적으로 보이도록 대담하게 표현해야 느낌이 살아납니다. 펜슬 라이너로 윤곽을 잡은 후 안을 채우거나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 가이드를 주면 쉽게 그릴 수 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이화의 조언.
원피스는 Dolce & Gabbana. 립 커프는 Valentino. 이어커프는 Roaju.
최고의 튜닝은 순정이라 했던가. 옹브레, 스머지, 립라인 등 다양한 변주로 존재감을 드러내던 레드 립이 클래식한 스타일로 회귀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다이앤 켄들이 진두지휘한 마크 제이콥스, 팻 맥그라스의 손길이 더해진 돌체앤가바나의 모델들 모두 군더더기 없는 레드 립을 선보였다. 매트나 글로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질감을 사용한 것도 공통점이다.
이어커프는 Roaju.
작년 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며 전 세계적으로 메가 히트를 친 〈웬즈데이〉의 스타일이 런웨이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 분명하다. 그 어느 시즌보다 블랙 립을 바른 모델을 쉽게 포착할 수 있었으니까. 〈웬즈데이〉식 다크 무드는 사랑스러움을 한 스푼 가미하는 것. 아담스로 빙의한 보라 아크수 컬렉션(실제로 아담스를 오마주 했다고 밝혔다), 모든 요소를 정돈하고 오직 입술만 검게 칠한 마크 패스트를 참고하길. 박이화는 블랙 아이라이너를 이용해 정교한 립 메이크업을 완성하고 눈꼬리 쪽 언더에 인조 속눈썹을 잘라 붙여 볼드한 느낌을 더했다.
민낯처럼 보이는 슈퍼 내추럴 베이스는 이번 시즌에도 유효하다. 달라진 점은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듯한 무심한 얼굴 위에 하이라이터가 더해진 것. 애니메이션 〈세일러문〉에서 영감받아 달빛 어린 눈가를 연출한 샌디 리앙 쇼 메이크업은 당장 시도하고 싶을 정도. 화보의 모델 역시 글로하게 베이스를 완성하고 눈썹과 아이홀에 실버 포인트를 가미했다. 파우더와 밤 타입 하이라이터를 섞어 바르면 피부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반짝임을 표현할 수 있다.
어이커프는 Trencadism. 톱은 Zara.
‘Rock Will Never Die!’ 로큰롤 정신은 사라질 기미가 없어 보인다. 가을과 겨울에는 눈썹에 닿을 만큼 넓은 스모키 메이크업과 악센트만 준 메탈 포인트로 헤비 메탈을 즐겨보자. 그레이 컬러를 블렌딩해 깊은 눈매를 완성한 샤넬, 메이크업이 번지는 것도 모를 만큼 음악에 취한 소녀를 연상시키는 지방시와 에르뎀처럼. “고정관념을 반전시키는 강인한 여성성을 표현하기 위해 강렬한 스모키 메이크업을 연출했습니다. 이때 피부는 투명하고 매끈하게 정돈해 대조를 이루도록 했죠.” 아이홀은 비우고 눈머리와 언더라인에 블랙 섀도를 진하게 채워 스머징한 디올 메이크업 크리에이티브 & 이미지 디렉터 피터 필립스의 설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볼 것.
귀고리는 Trencadism.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