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프라이머계의 강자 베네피트에서 포어 케어 컬렉션을 론칭했다. 업그레이드된 모공 커버 제품이 출시될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클렌저, 토너, 마스크 등 6가지 제품을 선보였는데 모두 모공 속을 깨끗이 관리하는 것이 주 기능이었다. 화장품으로 모공을 작게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비우고 정돈해 모공이 덜 도드라져 보이게 한다는 접근! 모공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투명한 상태로 유지하는 방법을 되짚어봤다.
피지와 노폐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모공 속에 쌓이거나 블랙헤드로 변하면 모공이 더 부각되어 보인다. 피지 배출을 원활하게 하고 노폐물이 쌓이지 않도록 클렌징이 가장 먼저 시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딥 클렌징을 강조하는 화장품이 이미 많고 모공 전용 클렌징 도구와 디바이스도 진화를 거듭해왔다. 많은 제품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가장 효과적으로 모공을 클렌징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기본에 충실하라고 조언한다. “평소에는 피부 본연의 방어막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약산성 세안제로 부드럽게 세안하세요. 이때 피지 분비량이 많은 이마, 코, 나비존은 더 꼼꼼하게 닦아내는 정도면 쌓인 피지를 씻어내는 데 충분합니다.” 퓨어피부과 전문의 이수현이 전한다. 세정력이 강한 알칼리성 세안제는 피부 본연의 지질막을 제거할 수 있다. 지질막이 무너진 피부는 유·수분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도 영향을 받으며 피부 컨디션이 악화된다. 딥 클렌징이 아닌 부드러운 클렌징을 권하는 이유다. 하지만 메이크업을 한 상태라면 색조 제품을 지우기 위한 다른 방법이 처방된다.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메이크업 잔여물은 끈적이는 피지와 엉겨 모공 속에 들러붙는다. 그렇게 합쳐진 덩어리는 공기와 만나 산화되고 모공 속에서 검은 존재감을 발휘하므로 모공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싶다면 반드시 1차 세안제를 사용해야 한다. 메이크업 제품과 피지 모두 오일 성분을 함유하고 있으니 이 단계에서 ‘오일은 오일로 지운다’는 명제가 적용된다. 물을 묻혀 잔여물을 완전히 떨구는 유화 과정을 거치면 이후 2차 세안 단계를 건너뛰어도 되지만 혹시라도 잔여 오일이 남을 수 있으므로 폼 클렌저를 추가하는 것을 추천한다.
공들여 모공을 청소했다면 그 상태를 유지할 차례. 하지만 마르지 않는 샘처럼 모공 속 피지는 다시 차오른다. 피부 표면에 피지 조절 화장품을 바른다고 진피에 있는 피지선에서 분비되는 피지를 억제할 수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피지가 모공 안에 쌓이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피지가 모공 밖으로 원활히 배출되도록 돕는 제품을 바르는 것이 효과적이다. “LHA라 불리는 카프릴로일살리실산, 살리실산, 글라이콜산 등 필링 성분이 함유된 스킨케어 제품을 바르면 도움이 됩니다. 피지가 모공 안에서 딱딱하게 굳는 것을 예방하거든요.” 연세고운피부과 전문의 윤나영은 설명한다. 화학적 각질 제거 성분은 죽은 각질을 제거해 피부를 깨끗해 보이도록 하는 데 일조한다. 또한 모공 안쪽에 각질이 쌓이는 것을 예방하기 때문에 깨끗한 모공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성분이다. 좋은 피부 컨디션은 모공을 깨끗한 상태로 지속하는 데 유리하지만 이상적인 피부를 만들겠다고 너무 많은 제품을 바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성분이 충돌하거나 제대로 흡수되지 않아 모공을 막을 수 있다. 우리가 화장품을 바르는 목적은 보습을 하는 데 있다. 유·수분 밸런스를 맞추는 최소한의 스킨케어만 해도 충분하다. 로션을 먼저 바르고 땅긴다면 크림을 더하는 식으로 바르는 개수를 늘리는 ‘스키니멀리즘’으로 피부에 맞는 제품을 찾아보자. 우주를 여행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한 최첨단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모공의 크기를 드라마틱하게 개선할 수 있는 화장품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실망스럽겠지만 만약 화장품을 발라 모공이 작아 보인다면 일시적인 현상일 뿐 실질적으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모공 크기에 집착하기 보다 모공을 비우고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에 공들이자. 눈에 띄게 도드라지던 모공이 한층 옅어 보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