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국내 재출간된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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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국내 재출간된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4년 만에 데뷔작을 재출간한 이민진 작가와 나눈 이야기.

BAZAAR BY BAZAAR 2023.01.13
 
데뷔작이 한국에서 다시금 빛을 보게 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2007년에 책이 출간된 후 미국과 영국에서 꾸준히 읽히며 공유되어왔다. 젊은 세대의 야망에 관한 이야기인 만큼, 이 책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 친구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종종 편지를 받곤 했다. 한국 독자들과도 다시 공유할 수 있어서 매우 설렌다.
역설적이게도 당신은 “이제서야 비로소 캐릭터들이 제 시대를 만나게 되었다”고 말했다. 
케이시 한은 독립적이며 충성스럽고 진실된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여성이다. 그는 19세기 소설의 주인공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이를테면 이디스 원튼 〈환락의 집〉 속 릴리 바트나 윌리엄 새커리의 〈베니티 페어〉 속 베키 샤프 같은. 케이시를 비판했던 독자는 그녀가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를 바라는 보수적인 한국계 미국인이었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이런 직업 또한 위험성이 있다고 점차 설득당했다.
1990년대 뉴욕에 거주하는 2세대 한국계 이민자 이야기를 다룬다.
정확히 말하자면 두 세대를 아우른다. 기성세대 부모와 ‘미국인화’된 자녀들의 이야기. 주목할 점은 뉴욕에 정착한 한인들, 또는 프린스턴, 다트머스, 웰즐리, MIT와 같은 명문대에 다니는 한인들은 캘리포니아나 중서부 지역에 위치한 대학에 다니는 한인들과 극명하게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거대하고 각 지역은 특정한 이민자 문화를 지니고 있다. 나는 ‘뉴욕에서 온 한국 이민자’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케이시 같이 소위 말해 비전형적인 인물에서 개인적으로 흠모하는 모습이 있다면? 
제한된 환경에서 야망을 가지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삶을 살아간다는 점. 케이시는 부모 또는 당시 사회 시선에서 바라봤을 때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매혹적이며 지적이다. 그런 점을 존경한다.
‘돈과 섹스’라는 주제가 방대하게 다뤄진다. 2세대 이민자들의 야망과 열정, 분노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라고 생각했나? 
사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부와 성적 매력에 관해 생각한다. 그런 점을 되짚고 싶었다. 안정, 안전, 사랑, 자아실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설 속 모든 인물은 인간의 이러한 원초적인 동기를 추구한다. 삶이 끊임없는 도전이기 때문에 고통을 받기도 하지만.
제목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기득권 층 삶 속 소수 집단의 고단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데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다른 후보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세계가 권력자들에게 굴복한다는 현실을 비판하고 싶었다. 세상에는 공짜가 가장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 공짜로 주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역설적이게도 말이다. 소설은 화려함, 부, 성적 매력, 계급적인 지위로 가득한 뉴욕의 세계를 탐험하고, 이민자들이 그들의 자리와 위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올바른 문을 열고 닫는 방법을 제안한다. 다른 제목을 상상할 수 없었다.
케이시의 성 ‘한’에는 ‘한(恨)’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파친코〉 또한 자이니치의 ‘한’을 담았다. 이 특별한 정서는 한국인 이야기를 다루는 데 있어 불가피한 것일까? 
복잡하고 아픈 역사 때문에 ‘한’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쓰여왔다. 나는 일반화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 세계 수천 명의 한인들과 인터뷰를 통해 얻게 된 사실은 큰 기쁨이나 행복 속에서도 깊고 변함없는 상실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나도 이것이 ‘한’인지, 혹은 ‘한’이 그 상실감을 대변하기에 편리한 단어가 되었는지 확언할 수 없다.
의미심장하면서 강렬한 본문의 첫 문장은 한마디로 ‘이민진 스타일’이 됐다.  〈파친코〉의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에 이어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의 “능력은 저주일 수 있다”처럼. 1천 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소설을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이 첫 문장은 어느 지점에서 비로소 확정하게 되나? 
나는 보통 초안을 작성한 후에 첫 문장을 쓴다. 바로 떠오르지는 않고 여러 번 고치는 과정을 거친다. 지금 쓰고 있는 소설 〈아메리칸 학원〉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서 방대한 리서치와 인터뷰를 진행한다. 팩트가 뒷받침되는 픽션 소설의 힘이란? 
나는 사회적 사실주의 유형의 소설을 쓴다. 인종, 계급, 민족, 성별, 직업, 종교와 같은 사회에 내가 가지고 있는 질문들을 탐구한다. 내가 올바른 질문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며 등장인물들이 그러한 질문에 다양한 답변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소설은 독자가 신뢰할 수 있는 서술자에 의해 일종의 ‘꿈’, 즉 대안적인 유니버스를 경험하도록 한다. 독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끊임없는 사전조사를 한다. 독자가 있다는 건 특권이고 독자에게 신뢰받는 건 최고의 영예이기에.
요즘 들어 매체를 넘나들며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것은 세상이 변화했다는 증표일까? 
정치적 갈등과 환경 재앙을 경험하면서 디아스포라가 앞으로 훨씬 더 중요해지리라 예측한다. 동시에 위기에 직면하고 의미와 혁신을 찾는 인간의 회복력에서 희망을 찾았다. 우리 모두가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많은 자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예전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책은 한마디로 ‘예술가소설 (Künstlerroman)’이다. 즉 젊은이들이 어떻게 그들 자신의 창의적인 재능에 의해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는 것이다.
차기작 〈아메리칸 학원〉 또한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다룬다.
 전 세계 한국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관심이 많다. 수천 명의 한국인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한국인들의 공통 관심사가 ‘교육’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학원은 자기 계발을 위한 은유 장치다.
당신은 “침묵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며 SNS를 통해 불평등한 사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마이너리티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작가로서의 사명감인가? 
나는 법학,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역사학을 공부한 작가다. 우리가 어떠한 특권을 가졌을 때 불평등과 불의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을 취하는 것이 책임이라고 믿는다. 여성, 이민자, 아웃사이더인 ‘나’ 라는 사람의 권리를 지지하고 옹호해준 용감한 분들의 노고 덕분에 큰 혜택을 받았다. 그분들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작은 행동을 취하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늘 부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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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어시스턴트 에디터/ 백세리
    사진/ 인플루엔셜 제공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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