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가 나의 생활을 지배한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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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가 나의 생활을 지배한다!

넷플릭스, 왓챠만으로도 볼 게 넘친다고 생각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OTT 서비스의 폭은 이렇게도 넓다고 B는 몸소 체험 중이다.

BAZAAR BY BAZAAR 2022.01.09
B는 금요일에 출장 일정이 생겨서 기뻤다. 출장을 핑계 삼아 주말까지 숙소에서 쉴 작정이었기 때문이다. B가 숙소를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화장실, 침실, 텔레비전 사양이다. 객실 요금이 비싼 특급 호텔에도 의외로 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텔레비전은 잘 없다. 그래서 화장실과 침실이 충족되어도 텔레비전에서 늘 시간이 오래 걸린다. B가 투숙을 결정한 부티크 호텔은 객실 소개 페이지에 “스마트TV와 뱅앤올룹슨 블루투스 스피커가 완비되어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다른 호텔들보다 조금 높은 요금이었지만 그 문구 하나를 믿고 예약했다.
 
B는 금요일 밤엔 유튜브를 본다. 한 주의 고된 마음은 왠지 좀 더 너절한 이야기로 달래는 게 좋다. 스마트TV의 와이파이를 이용해 유튜브 영상 하나를 재생한다. 프리미엄 멤버십을 구독한 건 정말 잘한 일이란 생각을 한다. 장르, 포맷, 촬영 방식과 소재가 모두 다른 영상들이 끝없이 흐른다. 시청 중에 추천 동영상을 띄우고, 시청이 끝나면 바로 다른 영상을 재생하는 유튜브 알고리즘 플레이를 보다 보면 혼이 나가고 세상을 잊는다. 그러나 기껏 좋은 TV를 선택해서 호텔에 왔건만, 결국 휴대전화와 텔레비전의 연결을 끊고 만다. 유튜브 모바일 인터페이스는 터치만으로 다른 세상으로 차원 이동을 시켜주고 그 속도는 어떤 서비스와도 비교가 불가능하다. 또한 ‘쇼트폼’ 위주의 영상은 작은 화면으로 낄낄대며 보다가 댓글을 남겨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결국 침대 구석에 누워 눈이 뻑뻑할 때까지 보다 지쳐 잠든다.
 
한 달에 각종 콘텐츠 구독료만 20만원 가까이 지출하는 B에게 토요일은 집 밖에 나가지 않는 날이다. 대체로 코미디를 보려고 한다. B는 4년 만에 다시 제작된 〈Saturday Night Live Korea〉를 보기 위해 쿠팡 플레이를 설치했다. 매월 2천9백원을 내는 ‘로켓와우’ 회원은 무제한 시청이 가능했다. B는 이제 쿠팡으로부터 요거트, 채소, 속옷, 〈SNL〉을 배송받는다. 쿠팡 플레이는 〈SNL〉과 김수현 차승원 주연의 시리즈 〈어느 날〉을 제작했고 스포티비 나우가 거의 독점하고 있던 스포츠 중계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적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넷플릭스와 왓챠를 모두 구독하고 있는 B에게 쿠팡 플레이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이용할 이유가 없는 신규 플랫폼일 뿐이다.
 
B는 일요일에 TV 프로그램 보는 것을 싫어한다. 가뜩이나 심란한 일요일 오후에 방송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상파 장수 예능을 보는 건 지겨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요일 밤엔 붕 뜬 기분을 가라앉힐 수 있는 영화가 좋다. 블록버스터나 액션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B는 꼭 보고 싶었던 독립영화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오래된 영화를 본다. 여성 감독이 연출하고, 여성 배우가 등장하고, 여성을 주제로 한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퍼플레이는 B의 ‘숨 쉴 곳’이다. 영화제에 가면 단편 경쟁 부문만 예매해서 보는 B에게 다양한 길이와 규모의 여성 영화들을 큐레이션하는 퍼플레이는 실패 없는 밤을 선물한다.
 
올해로 직장생활을 한 지 10년이 된 B는 월요병을 완치했다. 자꾸만 무기력해지는 일요일보단 정신없이 바쁘게 에너지를 만드는 월요일이 좋다. “사운드가 거의 영화관급이야.” 점심시간에 동료가 입이 마르도록 애플티비 플러스를 칭찬한다. 옆에서 “갤럭시에서도 구현이 되나?”라고 묻자 얼버무린다. B는 3개월 무료라는 이야기에 얼른 다운을 받는다. 점심을 먹고 책상에 앉아 김지운이 감독하고 이선균이 주인공을 맡은 〈Dr.브레인〉을 ‘PIP’ 모드로 재생했다. 화면비가 촬영한 원본 상태로 바뀌고 휴대폰 기기로 재생함에도 돌비 스테레오 사운드가 출력된다. ‘애플 감성’ 인터페이스를 느끼며 줄리언 무어가 나오는 〈리시 이야기〉를 시청했다.
 
‘3개월 안에 이걸 다 볼 수 있을까….’ B는 슬슬 구독료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마블 시리즈나 애니메이션에 크게 관심이 없는 B는 지난달 친구 일곱 명과 함께 얼떨결에 디즈니 플러스에 가입했지만 〈샹치〉와 〈라이온 킹〉을 본 뒤엔 다시 들어가지 않았다. 국내 최대의 애니메이션 OTT 서비스 라프텔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도 애니메이션에 큰 흥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B는 고아성을 좋아해서 시즌(Seezn)의 오리지널 콘텐츠 〈크라임 퍼즐〉에도 관심이 있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탄 카카오 티비의 〈그림자 미녀〉도 언젠가 보려 한다. 구독료가 늘어갈 때마다 속으로 ‘극장에서 보는 영화 한 편 값으로 최소 다섯 편 이상은 볼 텐데 이 정도면 괜찮지!’ 하면서.
 
“요즘 누가 만원 주고 영화 한 편을 대여해서 봐! 이렇게 볼 거면 뭣 하러 비싼 스마트TV를 산 거야?” 화요일. 오랜만에 엄마 집으로 간 B는 엄마 앞에서 똑똑한 척을 한다. B는 넷플릭스 계정을 업그레이드해서 엄마의 텔레비전에 세팅했다. “심수봉 콘서트 틀어 봐봐. 나만 못 봤어.” B의 엄마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B가 ‘심수봉’이라는 키워드만 듣고 그것이 어느 서비스에서 제공되는지 생각하는 데는 불과 5초도 걸리지 않았다. B는 엄마의 텔레비전에 웨이브 앱을 설치하며 다시 잘난 척을 시작했다. “KBS나 SBS. 원래 우리가 알던 7번 11번 이런 거. 전부 웨이브에 가면 다시 볼 수 있거든? 실시간으로도 볼 수 있고. 시작한 지 좀 됐어도 타임머신 기능으로 처음부터 볼 수 있는… 어? 이게 왜 없지?” B는 〈나훈아쇼〉와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이 어디서도 다시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실컷 잘난 척을 하던 B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며 엄마에게  〈술꾼 도시 여자들〉을 추천한다. 그래서 B는 다시 티빙 앱을 다운받기 시작한다. 조그만 리모컨으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치다가 여섯 번 정도 오류가 났다. B의 엄마가 옆에서 웃는다. “야. 그냥 7번, 11번 할 때가 편했지?”
 
구독료가 아까워 일주일 내내 화면 속에 살며 온라인에서만 얻은 정보에 갇혀 사는 B는, 아직도 지상파 방송국 채널 세 개의 번호 말곤 모르는 엄마의 세계가 왠지 더 값비싼 것처럼 느껴지지만 돌이킬 수 없다. 당장 돌아오는 토요일에 웨이브에서 선공개되는 〈피의 게임〉 새 에피소드를 봐야 하기에.
 
 
 
 
지금 서비스 되는 OTT는?
Amazon Prime Video: 〈더 보이즈〉라는 강력한 오리지널 시리즈로 인기몰이 중인 플랫폼. 연회비를 내면 프라임 뮤직, 킨들북, 영상 서비스를 모두 볼 수 있는 게 강점이다.
Apple TV+: 오리지널 콘텐츠만을 제공하는 OTT 서비스. 현재까지 70여 개의 오리지널 시리즈와 영화를 보유하고 있다.
Coupang Play: 싱가포르의 훅(HOOQ)이라는 OTT를 인수하여 발전시킨 OTT. 별도 회원가입 없이 쿠팡 로켓와우 멤버십 등록을 하면 계정 연동 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최근 온라인 콘서트 서비스를 제공했다.
Disney Plus: 디즈니, 마블, 픽사,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스타 등의 콘텐츠를 주로 제공한다.
Kakao TV: 카카오와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제공하는 통합 동영상 서비스. OTT, 제휴/계약 공식 방송 영상, 개인인터넷방송, 그리고 동영상 플레이어를 아우른다.
Laftel: 전자출판 전문 기업 리디북스에서 운영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서비스 OTT. 국내,일본, 인디 애니메이션이 서비스로 이루어지고 있다.
Netflix: 가장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서비스.
Purplay: 여성과 다양성 영화들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국내 스트리밍형 OTT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아닌 웹 서비스 기반.
Seezn: KT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 지니뮤직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potv Now: 국내/해외 축구 프리미어리그 경기 등 주요 스포츠 경기를 생중계.
Tving: CJ헬로비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이며, JTBC, TvN, MBN, Mnet, OCN 등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Watcha: 극장에서도 인터넷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국내외 옛날 영화나 인디 영화가 가장 많은 OTT.
Wavve: 국내 지상파 TV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대표 OTT.
Youtube: 세계 최대 규모의 비디오 플랫폼으로 직접 만든 콘텐츠를 업로드하여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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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복길(자유기고가)
    에디터/ 박의령
    일러스트/ 강민지
    웹디자이너/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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