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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아시아' 팀 코리아 6인이 게임을 대하는 태도

김동현, 윤성빈, 김민재, 아모띠, 장은실, 최승연. 6인의 한국팀 멤버들을 만났다.

프로필 by 안서경 2025.10.29

THE BATTLEGROUND


신체의 끝을 내건 승부. <피지컬: 100>이 이번엔 아시아 8개국이 팀 전쟁을 펼치는 <피지컬: 아시아>로 돌아온다. 극한의 배틀을 치른 팀 코리아 여섯 멤버들은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다.


(왼쪽부터) 김동현이 착용한 톱, 팬츠는 Fendi. 체인은 Toga Virilis. 장은실이 착용한 원피스는 Loewe. 레이어드한 체인 톱은 Q Millinery. 팬츠는 Avavav. 팔찌는 Bulletto. 김민재가 착용한 아우터는 Ajobyajo. 톱, 벨트는 Lemeteque. 팬츠는 Juun.J. 슈즈는 Givenchy.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최승연이 착용한 톱은 Haag. 레이어드한 톱은 Jose Moon. 팬츠는 Amiri. 슈즈는 Christian Louboutin. 목걸이는 Cos, Bulletto. 아모띠가 착용한 톱은 Helmut Lang. 팬츠는 Loewe. 모자는 Eric Javits. 벨트는 Bell&Nouveau. 목걸이는 Chrome Hearts, Bell&Nouvea. 슈즈는 Christian Louboutin. 윤성빈이 착용한 아우터, 팬츠는 Moncler × A$AP Rocky. 벨트는 Dries Van Noten. 톱, 체인,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목걸이는 Bell&Nouveau. 팔찌는 Tom Wood, Cody Sanderson. 벨트는 Balenciaga. 슈즈는 Timberland. 슬리브리스,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동현

하퍼스 바자 <피지컬: 100> 시즌 2를 마치고 철저히 모니터링하며 준비했나? 유튜브 <매미킴> 채널을 보면 MMA 경기 분석 영상이 많더라.

김동현 스트레스 받아서 다시 못 보겠더라.(웃음) 지는 걸 용납하지 못할 만큼 승부욕이 강한 편이다. 선수 시절에도 경기에 지면 녹화 영상을 딱 한 번만 보고 그 후론 절대 보지 않았다. 대신 평소에 체력 운동을 정말 많이 했다. 언제 도전할 기회가 생길지 모르니까.

하퍼스 바자 국가 대항전인 이번 시즌에서 한국 팀 팀장을 맡았다.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나?

김동현 계속 거절했다.(웃음) 시즌 2 팀 미션 때, 내 실수로 인해 완패한 뒤 자책감으로 내내 괴로웠다. 지난 우승자인 아모띠나 리더십 있는 성빈이를 권하기도 했고. 장호기 PD님의 설득 끝에 ‘바지 팀장’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는 6명 모두 팀장이다”, 얘기하며 동생들이 각자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었다.

하퍼스 바자 이번 시즌만의 차별화된 특징을 꼽아본다면?

김동현 미션 스케일이 커지고 세트 연출이 디테일해서 마치 영화 <글래디에이터> 속에서 전투하는 느낌이었다. 국가대표가 주는 무게 때문에 다들 승부욕이 엄청났다. 모든 선수들이 같은 호텔에 체류했는데, 아침마다 압박과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인사도 막 어색하게 하고.(웃음)

하퍼스 바자 호주의 로버트 휘태커, 오카미 유신 등 UFC 신에서 잘 알려진 선수들도 만났다. 다른 나라 참가자들과 경쟁하는 경험은 어땠나?

김동현 오카미 유신은 20대 때부터 같이 운동하며 체급은 다르지만 아시아 UFC 선수로 경쟁하던 사이였다. 한때 아시아 공동 최다승을 겨룬 적도 있는데, 유신이 한 번 더 승리해 나보다 1승이 많다. 또 여기서 맞붙어야 한다니 절대 질 수 없다, 싶었다.(웃음) 참가자 리스트를 모른 채 촬영장에 갔는데, 파퀴아오를 보고선 피지컬 시리즈의 위력을 실감했다. 또 태국 무에타이 레전드인 슈퍼본 선수도 촬영 당시엔 몰랐는데, 끝나고 찾아보니 엄청난 선수였다.

하퍼스 바자 각 미션마다 어떻게 팀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나?

김동현 지난 시즌 우승자 아모띠는 만능이다. 크로스핏 강자인 막내 승연이 역시 첫 참가이지만 금세 적응했고. 민재는 존재 자체가 든든한, 무게를 드는 분야에서 최고였다. 은실이는 기술적으로 민첩하게 대응하는 걸 너무 잘하는 선수이고, 성빈이는 순간적인 스피드와 폭발적인 힘이 엄청나다. 아무도 못 따라갈 만큼. 내가 제일 애매한데(웃음), 이번 시즌에 격투기 선수들이 많은 만큼 자주 싸우는 장면이 연출되곤 했다. 그럴 땐 내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하퍼스 바자 “경제적 자유가 생기면 운동만 하고 싶다”고 말할 만큼 신체를 단련하는 과정을 즐긴다. 꾸준히 피트니스 대회나 철인3종 경기 등에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동현 좋은 데 이유가 있을까? 누군가 매일 저녁 맥주 한 잔에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내가 운동을 좋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엔 이사 가면 제일 먼저 태권도장에 등록해달라 부모님을 조르는 아이였고 선수 시절엔 시합을 뛰는 것보다 매일 일정한 훈련을 하는 걸 더 좋아했다. 남들이 볼 땐 “안 힘들어?” 물을 정도로 격한 강도의 운동을 하는 과정이 나는 즐겁다. 전쟁 전 무사들이 총과 검술을 익히듯이. 아마 전생엔 군인이 아니었을까, 싶다.(웃음)

하퍼스 바자 두 시즌 연속 참가한 ‘피지컬’ 시리즈가 남긴 것은 무엇인가?

김동현 흔히 ‘피지컬’ 시리즈는 몸을 극한까지 쓰는 지구력 싸움이라 생각하지만, 전쟁처럼 탁월한 전술이 필요한 게임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미션이 직전에 공개되면 상대가 어디쯤 있을지, 어떤 지형에 있을지 찰나의 순간 작전을 세워야 한다. 누구든 한 번의 판단 때문에 실수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그때 느끼는 허무함과 미안함이 너무 크다. 격투기라면 평생 해온 종목이니 확신할 수 있는 분야지만, 전혀 모르는 판에 내던져진 도전이 새로웠다.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자책 대신 “우리만 실수하는 거 아니니까” 하고, 금세 털고 가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단 걸 배웠다.

하퍼스 바자 시즌 4 제안이 온다면 참여할 건가?

김동현 기회가 온다면 물론! 세계 1등 타이틀을 얻은 적이 없는데, 꾸준히 운동을 해서 어떤 도전에서든 50대에 1등을 하는 게 내 목표다.


톱은 Lululemon. 팬츠, 장갑은 Sportmax. 이어커프는 Bulletto.


최승연

하퍼스 바자 18살에 처음 크로스핏에 입문해 국내는 물론 크로스핏 아시아에서 1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드러내왔다. 명성에 대한 부담이 뒤따를 법도 한데, 팀 코리아의 막내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최승연 ‘때가 왔구나’ 기회다 싶었다.(웃음) 그럼에도 참가 결정을 쉽게 못 내렸다. 새로운 무대에 대한 부담도 컸고, ‘혹여 팀에게 피해를 끼치진 않을까’ 스스로에 대한 의심에 망설인 순간도 길었다. 그럼에도 되돌아보니 참가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배운 게 많다.

하퍼스 바자 퀘스트마다 어떤 종목이 등장할지 모르는 룰 덕분에 크로스핏 선수에게 유리하다는 반응도 뒤따른다. 실제 크로스핏 선수로서의 경험이 이번 무대에 어떻게 도움됐나?

최승연 분명 자신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크로스핏은 짧고 강하게 몰아붙이는 운동이라 전혀 다른 방향도 존재했다. 지난 시즌을 보니 상대와 몸을 부딪히는 미션도 있고, 순간적인 폭발력보다 버티는 힘도 중요했다. 그렇기에 참가 전부터 훈련량을 높이기도 했다.

하퍼스 바자●팀 안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았나?

최승연 체력 중심의 미션을 주로 맡았다. 원래 버티는 걸 잘한다. 스스로 “포기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수십, 수백 번 했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언니, 오빠들을 생각하면서 버틴 순간이 많았다. 막내인 나를 다들 진심으로 챙겨줬다.

하퍼스 바자 성별, 종목을 초월해서 하나의 팀으로 끈끈하게 뭉친 걸 확인한 순간은?

최승연 촬영으로 미션이 반복될수록 자연스럽게 호흡이 맞았다. 성향은 달라도 목표는 같았다. 특히 동현 오빠는 주장으로서 항상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줬다. 또 미션을 하고 있을 때면 “우리 모두 너를 응원하고 있다”며 힘을 북돋아줬다. 타고난 리더 재질이다.(웃음) 또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낄 때면 팀원들이 뛰어들어 주기도 했다. 팀과 팀원이 경기력에 정말 중요하구나를 느꼈다. 혼자였다면 절대 못 버텼을 순간이 많다.

하퍼스 바자 해외 선수들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 예고편 댓글들을 보니 기골이 좋은 몽골 팀에 대한 대중의 기대도 크더라.

최승연 매니 파퀴아오, 피나 필립처럼 유명한 선수들을 실제로 마주하니 처음엔 긴장도 많이 됐다. 또 댓글처럼 체구가 좋은 선수들을 볼 때 떨리기도 했고. 그래도 괜찮았다. 우리에겐 민재가 있었으니까.

하퍼스 바자 <피지컬: 아시아>가 남긴 단 하나를 꼽아본다면.

최승연 정신력 그리고 팀원의 중요성이다. 팀 종목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만큼 의미가 깊다. 처음엔 새로운 무대에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시험해볼 요량이었다면, 지금은 함께 완성하는 것의 강함을 배웠다.


목걸이는 Chrome Hearts. 장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모띠

하퍼스 바자 건강 문제로 한동안 훈련을 쉬어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 <피지컬:아시아>에 참가할 만큼 컨디션은 좋아졌나?

아모띠●시즌 2 때처럼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었다. 그래도 언제 나라를 대표해 겨뤄볼 수 있을까 싶었다. 퇴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작진과 첫 미팅을 했고, 참가를 결정한 이후부터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하루하루 조금씩 몸을 깨우는 느낌에서 출발해 점차 감을 되찾았다.

하퍼스 바자 <피지컬: 100> 시즌 2에서 우승을 한 뒤 다시 참가를 결심하기 쉽지 않았을 듯하다.

아모띠 솔직히 처음엔 ‘잘해야 본전이지’ 싶었다. PD님이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걸 집에서 보면 엄청 아쉬울 거다”라고 하시는데, 그 말에 바로 결심이 섰다.(웃음) 몸 상태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이 무대에 다시 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퍼스 바자 시즌 2에 임할 때와 어떤 차이가 있었나?

아모띠 혼자 싸울 땐 내 컨디션만 챙기면 된다. 하지만 팀전은 다르다. 누군가 조금만 지쳐도 전체가 흔들리니까. 이번엔 내 몸보다 팀의 호흡을 먼저 챙기려 했다. 팀이 잘 굴러가게 도와주는 게 내 역할이었다.

하퍼스 바자 인터뷰를 할수록 팀 코리아의 강한 응집력이 느껴진다.

아모띠 그게 이 팀의 매력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서로를 챙겼다. 동현 형은 늘 중심을 잡아줬고, 은실이는 침착하게 정리를 잘했다. 승연이는 막내지만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다했고, 민재는 진짜 ‘힘의 상징’이었다. 성빈이는 폭발력 있고 집중력도 좋았다. 나는 그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분위기를 읽고, 필요한 부분을 채우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퍼스 바자 김동현 선수와는 두 시즌 연속으로 함께했다.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되던가?

아모띠 지난 시즌엔 경쟁자로 만났는데, 같은 팀으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형이랑 나는 좀 ‘호들갑 듀오’였다. 긴장되면 서로 호들갑 떨고, 옆에서 성빈이는 “형들 진정하세요” 하고 말리고.(웃음) 그래도 형은 늘 똑같다. 자기보다 팀을 먼저 생각한다. 나는 형이 중심을 잡을 때 옆에서 에너지를 불어넣는 역할이었다. 리더와 서포터의 밸런스가 딱 맞았다.

하퍼스 바자●지난 시즌 우승자로서 유리한 지점도 있었나? 경기 흐름이나 미션 운영을 읽는 감각이 도움이 됐을 듯하다.

아모띠 우승을 하며 마지막으로 “세상에 정말 강한 사람은 많다”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피지컬: 아시아>를 통해 각국의 센 사람들이 모두 모이니 나는 오히려 부족한 것 투성이더라. 그럼에도 늘 힘들 때마다 팀원들이 “괜찮아, 잘하고 있어!” 외쳐줬다. 그 말이 그렇게 힘이 되더라. 누군가 옆에서 나를 의심 없이 믿어준다는 게 큰 에너지였다. 또 어느 순간부터 서로 말하지 않아도 움직임이 맞아떨어졌다. 그때부터 ‘이 팀이면 뭐든 해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각자 종목도, 성격도 다른데, 신기하게 호흡이 잘 맞았다.

하퍼스 바자 촬영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팀원들과 자주 만난다고 들었다.

아모띠 맞다. 지금도 자주 만나 함께 운동을 한다. 특별히 뭘 안 해도 그냥 편하다. 군대 동기 같은 느낌이랄까. 오랜만에 봐도 어제 본 사람들 같고,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된다. <피지컬: 아시아>를 통해 가족 같은 동료들을 얻었다.

하퍼스 바자●다음 시즌 제안이 온다면?

아모띠 글쎄, 또 한다면 이 멤버들이랑 다시 하고 싶다. 같은 팀이면 그 어떤 미션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아우터는 A-Cold-Wall. 니트 베스트는 John Varvatos. 팬츠는 Juun.J. 어깨에 걸친 벨트는 Puma × A$AP Rocky. 슈즈는 Givency.


김민재

하퍼스 바자 3년 전 대학교 2학년 때 천하장사에 등극하며 씨름계에서 활약해왔다. 혼자 플레이어로서 겨루다 6명이 한 팀으로 참여하게 된 경험은 어땠나?

김민재 초등학교 때 친구랑 바지춤을 잡고 넘기기 놀이를 하는 게 마냥 재미있어서 씨름을 시작했다. 한국 사람들이 좀 성격이 급한 편이지 않나. 씨름 경기는 아무리 길어도 1분 안에 끝난다. 그 박진감 넘치는 상황이 매력적인 스포츠다. 평생 개인 종목 운동을 해오다 보니, 패배를 해도 혼자서 마인드컨트롤을 하며 털어내는 편이었다. 처음 도전해본 팀전은 내 한 번의 실수로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보니 부담이 컸다. 반면 이기면 기쁨이 6배가 되는 순간이 진짜 짜릿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응원하는 재미를 깨달은 시간이었다.

하퍼스 바자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는 팀 코리아만의 강점은?

김민재 올림픽에 임하는 마음으로 진심을 다한 것. 경기 시작 전 서로 얼굴을 보면 모두 자신의 주 종목 시합하기 직전처럼 비장한 표정이었다. 우리 팀은 승리에 진짜 간절했다.

하퍼스 바자 가장 위협적인 선수는 누구였나?

김민재 스트롱맨이라는 애칭을 가진 호주 팀 에디 윌리엄스. 씨름은 국가 대항전이 없는 한국 스포츠이고, 호주 선수들은 동양인과 골격부터 다르기에 두려움이 컸다. 비주얼부터 나보다 큰 사람을 본 것도 오랜만이었다.

하퍼스 바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버틸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인가?

김민재 대부분의 멤버들이 이전 시즌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나는 처음이다 보니 촬영 내내 다들 살뜰히 챙겨줬다. 첫 퀘스트에서 천하장사 결승전에서 마지막 한 판 남았을 때의 기분이 들었다. 압도적인 긴장감 속에 하루 종일 촬영하다 보니 ‘지금이라도 그만한다고 말할까’ 싶더라.(웃음) 체중이 140kg이니 근지구력이나 체력적인 부분에서 멤버들이 염려하는 점도 많았다. 그때 동현이 형이 페이스를 조절하는 법을 하나씩 조언해주고, 은실이 누나는 근육이 뭉쳤다고 하니 발로 밟으며 마사지까지 해줬다. 멤버들의 진심을 느낀 순간이었다.

하퍼스 바자 ‘이건 내가 가장 잘한다’고 자신하는 점은?

김민재 무게를 들거나 옮겨야 하는 미션에서 항상 2인분의 힘은 쓴 것 같다.(웃음)

하퍼스 바자 ‘피지컬’ 시리즈의 특징은 폭발적인 순발력으로 신체의 극한을 실험하는 미션에 있다. 씨름 이외에 도전해보고 싶은 종목을 꼽아본다면?

김민재 크로스핏은 그동안 해온 체력 훈련과 호흡이 완전히 달랐다. 온종일 하는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의 훈련과 달리, 10~20분 만에 몇 시간 운동한 것처럼 폭발적인 힘을 쓰는 게 매력적이었다. 승연 누나와 아모띠 형의 체육관에 가서 배워봤는데, 다들 체력 좋은 이유를 바로 알 것 같았다.

하퍼스 바자 <피지컬: 아시아>가 씨름선수 김민재에게 남긴 것은?

김민재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도전을 해본 것. 씨름 대회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이라 그런지 멘탈이 성장한 것 같다. 올해 11월 네 번째 천하장사 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톱은 Calvin Klein Underwear. 쇼츠는 Front 2 Line. 패딩 스카프는 Sportmax. 벨트는 Golden Goose.


장은실

하퍼스 바자<피지컬: 100> 시즌 1에서 레슬러로서 엄청난 신체 기량과 뛰어난 리더십을 보이며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 그만큼 팀 코리아로의 합류 제안은 의미가 남달랐을 듯하다.

장은실 감격스러웠다. 시즌 1을 경험한 참가자로서, 다시 그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동시에 부담도 컸다. 이전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퍼스 바자 개인전이었던 지난 시즌과는 임하는 마음가짐부터 다를 수도 있었겠다.

장은실 맞다. 개인이 아니라 ‘한국 대표’였기 때문에 책임감이 훨씬 컸다. 부담이 거의 500%였다. 잘해도 본전이고, 못하면 질타를 받을 수 있는 거니까. 그래도 ‘팀에 누가 있든, 누구와 싸우든 나부터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었다.

하퍼스 바자 준비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장은실 시즌 1 때 공 빼앗기 미션이 인상적이었다. 다시 비슷한 미션이 나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 체력과 밸런스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또 격투 종목을 하는 사람으로서 몸싸움에서는 절대 밀리지 말자고 다짐했다.

하퍼스 바자 실제 레슬링 선수로서의 경험은 도움이 됐나? 지난 시즌들에 비추어봤을 때 기술적 판단이 경기 흐름을 좌우하는 종목도 다수였다. 특히 레슬링은 이러한 감각이 탁월한 종목인데.

장은실 레슬링 기술을 익히다 보면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리는 감각, 기선을 제압하는 타이밍 같은 게 몸에 자연히 배어 있게 된다. 또 경기 운영을 읽는 능력도 도움이 됐다. 미션 때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어디서 버텨야 할지 판단이 빨랐다.

하퍼스 바자 각기 다른 종목을 연마해온 팀원들이 모인 터라 전술적 포지션도 궁금하다.

장은실 각자 잘할 수 있는 포지션, 생각하는 전술 등을 이야기했고 리더인 동현 오빠의 결정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상황에 따라 아모띠가 리더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지만 단합만큼은 늘 같았다. 나는 막내도 리더도 아닌 중간에서 분위기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필요할 땐 말로 정리하고, 비는 부분은 스스로 채우려 했다.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팀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 더 움직였다.

하퍼스 바자 다른 나라 팀과 처음 마주했을 땐 어땠나?

장은실 처음엔 ‘호랑이 굴에 들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긴장됐다. 다들 자기 나라를 대표하니까 팽팽했다. 그래도 각국 분위기가 달라서 흥미로웠다. 몽골 선수들은 힘이 좋고, 일본 팀은 전략적으로 경기 운영을 잘했다. 한국 팀은 뭐랄까? 소방관 같았다.(웃음) 강한 책임감으로 팀원에게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퍼스 바자 시즌 1 참가 당시,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과 강한 멘탈이 인상적이었다. 그 원동력은 어디에서 비롯됐나?

장은실 성격이 차분한 편이라 감정 기복이 크지 않다. 늘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해야 할 걸 한다.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고, 감정보다는 판단에 집중하려고 한다. 경기장에선 그게 제일 중요하다.

하퍼스 바자 <피지컬: 아시아> 이후 새로운 종목에도 도전 중이라 들었다.

장은실 최근엔 주짓수랑 수영을 배우고 있다. 주짓수는 레슬링과 달리 기술적인 면이 새롭다. 체력을 위해 수영도 시작했다. 물을 무서워했는데, 이제는 대회에도 나가보고 싶다. 그 무엇보다 놀라운 건 레슬링이 더 재밌어졌다는 거다. 이번 참가를 통해 여성 레슬링 선수로서 자부심도 느꼈고 감격스럽기도 했다. 터키와 일본의 레슬링 올림픽 메달리스트들과 직접 맞붙는 경험 속에서 많은 걸 배우며 레슬링을 더 사랑하게 됐다. 요즘은 초심을 자주 떠올린다.


팬츠는 Fendi. 팔찌는 Bell&Nouveau. 반지는 Bell&Nouveau, Bulletto. 슈즈는 Dolce&Gabbana. 스카프,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윤성빈

하퍼스 바자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망설였다고.

윤성빈 결과 중심적인 성격이라 쉽사리 결정을 못 내렸다. <피지컬: 100> 시즌 1에서 스스로의 부족함도 느꼈고 국가대항전이라 더 주저했는데, 지인들의 권유로 참가를 결정했다. 어차피 한번은 해봐야 할 무대라고 생각했다.

하퍼스 바자 준비 과정은 어땠나?

윤성빈 늘 운동을 하고 있었지만, 좀 더 집중했다. 아모띠와 함께 체력 훈련을 하며 베이스를 다졌다. 어떤 미션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결국은 버티는 힘, 체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퍼스 바자 어느 종목에나 능한 ‘재능캐’다. 이번 팀 코리아에서는 어떤 역할이었나?

윤성빈 특정 분야에 강한 선수들이 많았다. 나는 그 사이 빈틈을 메우는 역할이었다. 축구로 치면 미드필더, 배구로 치면 리베로처럼,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붙었다.

하퍼스 바자 개인 종목인 스켈레톤을 했던 터라 팀워크를 근간으로 한 이번 <피지컬: 아시아>가 어떻게 느껴졌을지 궁금하다.

윤성빈 팀원들과 팀장 동현이 형 덕분에 즐겁게 임할 수 있었다. 형은 팀 분위기를 잘 잡는 리더였다. 위계보다 수평적인 리더십을 추구했고,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었다. 나는 중간에서 흐름을 맞추는 역할을 맡았다. 아모띠는 따뜻하게 팀원을 품었고, 은실이 누나는 평정심이 뛰어났다. 제 몫의 역할을 해내는 팀원들에게 고마웠다.

하퍼스 바자 한 팀이 되었다고 실감한 순간이 있나?

윤성빈 언제라 꼬집어 말하긴 어렵다. 그냥 시간이 지날수록 말하지 않아도 통했다. 미션이 공개되면 자연스럽게 ‘이건 네가 해라’ 하고 권할 수 있을 만큼 서로에 대해 알게 되었다. 팀원의 힘이 부족할 땐 누군가 또 뛰어나가는, 그런 흐름이 팀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하퍼스 바자 본인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윤성빈 국적을 막론하고 참가자 모두 저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피지컬로는 내가 비할 바가 못 된다. 다만 쉽게 흔들리지 않는 멘탈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와도 빨리 현실을 받아들이는 편이다. 안 되면 안 된 이유를 찾아 고치면 된다.

하퍼스 바자 그럼에도 경기 중 멘탈이 흔들릴 때가 찾아오지 않나?

윤성빈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웃음) 쉬지 않는 게 전부다. 다들 힘든 건 똑같으니까. 포기하면 거기서 끝이니까, 속도가 늦어도 계속 움직였다. 뛰지 못하면 걸어서라도 버텼다.

하퍼스 바자 요즘 운동 루틴은 어떤가. <피지컬: 아시아>로 변한 게 있을까?

윤성빈 은퇴 전보다 후에 운동을 더 많이 한 듯하다. 보여주기 위한 몸이 아니라, 쓰임이 있는 몸을 만들고 싶었다. <피지컬: 아시아> 이후에는 강박에서 조금 벗어나려 한다. 매일의 운동 루틴은 그대로지만, 이제는 쉼도 운동의 일부라 생각한다. 친구도 만나고 다른 취미도 가지려 한다. 지금까지 열심히 해온 만큼 여한은 없다.


재킷은 Calvin Klein Jeans. 브리프는 Calvin Klein Underwear. 팬츠는 Y/PROJECT. 장갑은 김동현 소장품.


‘피지컬’ 시리즈는 몸을 극한까지 쓰는 지구력 싸움이라 생각하지만, 전쟁처럼 탁월한 전술이 필요한 게임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미션이 직전에 공개되면 상대가 어디쯤 있을지, 어떤 지형에 있을지 찰나의 순간 작전을 세워야 한다.


Credit

  • 에디터/ 안서경(김동현, 김민재)
  • 프리랜스 에디터/ 유승현(윤성빈, 아모띠, 장은실, 최승연)
  • 사진/ 황병문
  • 헤어/ 이슬아(김동현, 윤성빈, 장은실, 최승연), 장하준(아모띠, 김민재)
  • 메이크업/ 박차경(김동현, 윤성빈, 장은실, 최승연), 장하준(아모띠, 김민재)
  • 스타일리스트/ 이명선
  • 어시스턴트/ 정지윤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