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6 섬 일출 여행
#진주의바깥생활
2022년 1월 1일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곳은 독도! ‘검은 호랑이해’의 첫 해돋이가 독도에서 7시 26분에 뜬다. 하지만 울릉도가 우리나라에서 적설량이 가장 많은 곳인 만큼 말간 하늘의 첫 일출을 목도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연말 한파 소식이 이어지더니 30일에는 풍랑주의보와 대설경보로 뱃길마저 끊겼다. 작년 연말에는 54cm 높이까지 눈이 쌓여 울릉도 주민은 설피를 신고 밖을 나서야 했는데 올해 역시 험난한 기후를 맞이하고 있다.
울릉도 삼선암의 일출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성인봉 정상에서는 오전 7시 24분에 해돋이를 볼 수 있고, 울릉도에서는 오전 7시 31분에 새해 첫해가 뜬다. 산악스키 능력까지 겸비한 울릉도의 베테랑 산악인들이 성인봉 등반 소식을 전해왔다. 뱃길이 끊기지 않는다면 일반 등산객과 함께 성인봉에 올라 떠오르는 태양을 함께 바라보며 소원을 빌 수 있으리라. 일출 전망대가 여럿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울릉도 북동쪽 해상에 있는 삼선암 일출을 가장 좋아한다. 우뚝 솟은 세 개의 기둥 사이로 태양이 떠오르고, 거친 겨울 파도가 검은 바위에 거침없이 부딪힐 때 자연의 벅차오르는 기운을 느낀다.
통영 한산면 비진리에 있는 소지도는 볼락 낚시꾼과 육중한 배낭을 메고 어슬렁거리는 백패커들만 보이는 남쪽 무인도다. 당연히 뱃길도 없어서 통영이나 비진도에서 고깃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외딴 섬이다. 주변 수심이 10m 정도이고 수초가 많아 ‘물 반 고기 반’이라 할 만큼 볼락이 지천이다. 야영지 마을이 된 섬 언덕에는 오랜 시간 뿌리내린 토종 야생식물이 정글을 이룬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주민이 거주했지만, 지금은 흔적도 찾아보기 어렵다. 동쪽 끝에 뱃길을 안내하는 작은 등대 하나만 남아 있을 뿐이다. 소지도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언덕에서 야영한 후 키 작은 등대로 30분가량 걸어가 장대한 일출을 맞이한다. 등대 너머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면 짙푸른 하늘이 분홍과 보랏빛 계조로 흩어진다. 등대 아래에 소지도 여행자들의 숨은 명소인 염소굴이 있다. 바다 수면과 부딪히는 원형 동굴은 여름에는 비바람을 피하게 해주고, 겨울에는 강추위를 피할 수 있는 아지트가 된다.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성산일출봉
많은 이들이 해돋이를 보기 위해 성산일출봉을 오르지만, 물때에 따라 민낯을 드러내고 숨기는 광치기 해변의 너럭바위에서 바라본 일출이 훨씬 근사하다. 현무암 구멍에 물에 들고 빠지면서 자연 조각을 만들었고, 모래밭에 고유의 야생화와 지의류가 뿌리 내려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물때에 따라 여러 풍경을 만드는 광치기 해변
광치기 해변에 띄엄띄엄 서서 말없이 일출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귀엽고 말이다. 철새도래지인 오조 포구는 성산일출봉 너머로 떠오르는 일출 가장 아름답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관광지인 광치기 해변과 달리 인적이 드물고 고요해 고유의 시간을 누리며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나무 데크로 연결된 산책로를 걸으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하고, 포구를 지나는 제주올레 2코스는 바다와 성산일출봉, 원형 그대로의 주변 풍경이 어우러져 특별한 풍경을 만든다.
광치기 해변에서 바라본 일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