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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을 샀다

나는 왜 삼성전자를 탈출해서 비트코인 열차에 탑승했나. 냉탕과 온탕, 천국과 지옥을 오간 뒤 겨우 음미한 ‘돈의 맛’, 그 씁쓸함에 대하여.

BYBAZAAR2021.06.06
 
 
해당 칼럼은 5월 4일을 기준으로 쓰였습니다. 
 
신정 연휴에 엄마가 그랬다. 너는 주식 안하니? 지난해, 코로나 하락장을 지켜보며 허둥대는 사이 한 해가 끝났다. 여기저기서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1% 은행 적금을 깨서 삼전을 샀더니 수익률이 40%더라” “퇴직연금을 미리 당겨 테슬라에 올인한 것이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선택이란다, 테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은 거라는 박명수의 명언을 애써 지우며 연휴가 끝나자마자 주식 계좌를 텄다. 그날 코스피는 장중 3000선을 돌파한 뒤 2900선에서 마무리되었고 다음 날 코스피 종가는 3030이었다. 초조함이 밀려왔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었다. 다음 주 월요일, 오전 9시가 되자마자 무조건 사리라, 그게 무슨 종목이든.
 
이런저런 계좌에서 끌어 모은 1천만원으로 장이 열리자마자 주식 쇼핑을 시작했다. 전 국민이 갖고 있다는 삼성전자였다. 분할 매도만큼 중요한 것이 분할 매수라는 주식 유튜버들의 조언은 지난 수개월 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러나 생초보 투자자가 실시간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는 양봉을 보면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들 10만전자 간다던데. 이러다가 오늘 가는 거 아냐? 사고 또 샀다. 사다 보니 더 사고 싶었고 그래서 더 샀다. 그날이 대망의 1월 11일이었다.
 
흔히 주식을 시작하면 영적인 존재가 내 투자를 지켜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는데 정말이었다. 이게 〈트루먼쇼〉가 아닐 리 없다. 장이 마감한 뒤, 이런 헤드라인이 즐비했다. ‘개인투자자 11일 하루에만 삼성전자 1조 7500억원어치 순매수’. ‘삼성전자 거래대금 8조원 넘어’. ‘삼성전자 장중 한때 9만6천800원까지 터치 ‘10만전자’ 넘보기도’. 무수한 날들 중 왜 하필 내가 들어간 그날인 건지. 5월 6일 현재까지 내 주식은 그때의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매일 아침 출근길, 파란색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확인하며 나의 용감함과 무식함을 반성했다. ‘돈복사’는 아무나 하나~. 역시 난 재테크는 안 되는가 보구나~.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월급쟁이는 적금을 붓고…. 체념하다가도 동시에 존리 선생이 이런 나를 호되게 나무라는 상상도 했다. 부자가 되는 재능이 따로 있다는 생각을 버리세요!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그 스타벅스부터 끊으시고요! (이런 말 한 적 없다). 주식은 사는 게 아니라 모으는 것이다, 지수는 결국 우상향한다. 매달 월급이 들어오면 S&P 500 ETF를 사라, 그게 연금저축보다 낫다. ‘존버’는 승리한다. 안다. 다 아는 얘긴데 두 달간 8만원대에서 횡보하는 삼성전자를 보면 울며 소리치고 싶어지는 것이다. 살려주세요, 여기 90층에 사람 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소파에 누워 넷플릭스를 서핑하다가 〈개미는 오늘도 뚠뚠〉이라는 예능을 발견했다. 웃음으로 승화한 노홍철의 투자 실패담을 듣다가 갑자기 등골이 싸했다. 트로트, 반려동물, 여행, 먹방 그리고 이제는 주식 예능이라니. 이쯤이면 끝물 중의 끝물이구나. 결국 3월, 8만4천200원에 삼성전자를 일부 ‘손절’했다. 어떻게든 손실을 만회하고 싶었지만 주식이라면 지긋지긋했다. 1월 11일 나는 여러 가지 면에서 실수했지만 솔직히 가장 큰 패인은 그저 늦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두 손을 모아 테멘-을 읊조리던 그 친구가 나보다 나은 게 뭐가 있는데? 걔는 그저 나보다 빨랐던 것뿐이잖아! 그런 논리로 시작한 투자가 암호화폐였다. 그때 1비트코인의 가격이 6천712만원이었다.
펀더멘탈 알 수 없음, 재무재표 없음, 상하한가 없음, 24시간 장이 열리고 1분 사이에도 수백만원이 오르내리는 차트를 보며 살짝 어지럼증을 느꼈지만 괜찮다. 주식은 처음이었지만 암호화폐는 그래도 경험이 있으니까. 2017년 전 국민이 비트코인에 열광하던 당시, 나 역시 소액을 투자했다. 그때 묻어두었던 10비트코인이 지금 8억원이 되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속박과 미련을 벗어 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손을 흔들며 퇴사전용짤을 첨부한다면 아름다운 결말이겠지만, 당시 나는 중고차를 사려고 마련해둔 돈을 코인에 넣었다가 마이너스 30%의 손해를 보고 피눈물을 삼키며 비트코인을 현금화했다. 오랜만에 다시 열어본 계좌에는 백원 단위라 송금되지 않았던 0.0000373비트코인(한화로 약 2천580원), 0.00004381이더리움(한화로 약 182원)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수익률은 무려 278.35%.
 
입이 쓰다. 그때 살걸, 그때 더 살걸, 그때 팔지 말걸. 〈개미는 오늘도 뚠뚠〉에서 지적하는 그 ‘껄무새’가 되어 한탄만 하고 있기엔 시간이 없다. 아, 이 생각 하는 사이에 또 50만원 올랐다. 나는 2017년과 지난 1월, 두 번의 실패를 딛고 다시 태어나야 했다. 먼저 2017년, 나는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접한 자료는 〈유시민-정재승 비트코인 토론회(유시민 선생이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말한 그 방송)〉가 유일했다. 이번엔 일론 머스크를 포함해 코인계의 인플루언서들을 모조리 팔로하고 암호화폐 전문가들의 유튜브를 섭렵했다. 지난 1월, 나는 1천만원을 한꺼번에 삼성전자 창립이래 최고가에 넣었다. 이번엔 절대 ‘올인’하지 않으리라.
 
실제로 코인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조언하는 한 가지가 분할투자다. 암호화폐의 엄청난 등락률을 예측하기란 어불성설. 때문에 코인 투자에서 유일한 필승법은 정액분할매수(DCA)라는 말이 있다. 한마디로, 불장이든 얼음장이든 개의치 않고 주기적으로 정해진 금액만큼 매수하라는 거다. 비트코인이 우상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시간 헤지’만큼 현명한 투자법도 없을 테니까.
 
글로벌 헤지펀드 르네상스테크놀로지 짐 사이먼 회장이 언제부터 비트코인판에 참전했는지, JP모건,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은행이 비트코인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페이팔이 비트코인 매매를 지원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많은 나스닥 기업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는지. 알면 알수록 비트코인 우상향에 대한 확신이 커졌다. 그날부터 조금씩 비트코인을 샀다. 매주 금요일 밤, 3분 차트를 열어서 음봉에서 양봉으로 바뀌려는 찰나에 매수 버튼을 눌렀다. 타이밍을 지켜보다가 정신차리면 이내 30분이 훌쩍 지나 있곤 했다. 그러면 200원 더 싸게 살 수 있었다.(물론 그날의 ‘시발비용’으로 20만원짜리 마사지를 받은 건 안 비밀이다.)
 
3월 중순 6천만원대에서 모으기 시작한 비트코인이 1백만원 정도. 평균 매수 금액은 약 7천만원. 차트는 가파르게 상승했고 4월 13일 비트코인은 8천198만7천원 신고가를 갱신했다. 미국 최대 코인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하기 딱 하루 전이었다. 그래서 팔았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고들 하지 않나. 가파르게 상승하는 양봉을 들여다보다가 나도 모르게 매도 버튼을 눌렀다. 우상향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던 걸까? 생애 첫 ‘투자수익’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보고 싶었던 걸까?
 
한 달간 내가 비트코인으로 이룬 수익률은 15%다. 실로 대단한 숫자다. 워렌 버핏이 최고의 투자자로 불리는 건 지난 60년간 20%의 수익률을 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말이다. 1억을 넣었으면 1천500만원 벌었을 테고 10억을 넣었다면 1억5천만원 벌었겠지. 하지만 난 1백만원을 넣었고 결국 내 계좌에 들어온 돈은 15만원이다. 한 달간 이 난리를 피워서 결과적으로 15만원을 번 것이다.
 
그렇게 복사한 돈 15만원으로 가족들에게 소고기도 아니고 돼지고기를 한턱 쐈다. 항정살을 배불리 먹고 신용카드를 긁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집으로 돌아가는데 마치 결말이 모호한 프랑스 영화를 본 것처럼 이내 허무해졌다. 서울에 아파트는 언제 사고…? 그날의 쫄깃한 고기 맛이 잊혀지지 않았던 나는 비트코인이 6천만원까지 바닥(?)을 치고 올라오기시작한 지난주부터 다시 매수를 시작했다. 매수평균가는 6천4백만원 선. 현재 비트코인은 7천만원에서 ‘횡보’하고 있고 수익률은 6.6%다. 이번엔 얼마를 넣었는지 밝히지 않겠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돈 그릇을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10배 먹고 싶으면 10토막도 각오해야 한다는 어느 전업투자자의 말을 듣고 내 코인이 마이너스 90%까지 곤두박질하는 상상을 하다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과연 나는 그만큼의 손실을 감당할 수 있을까? 나의 돈 그릇은 어느 정도의 크기일까? 부디 간장 종지만큼 작지는 않았으면 한다. 요즘 핫하다는 도지코인은 아직 그릇에 담지도 못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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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손안나
  • 일러스트/ 강민지
  • 웹디자이너/ 한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