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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시장 한 번 구경하실래요?

시장이 서고 지는 와중에도 따뜻한 음식은 늘 그곳을 지키고 있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시장표 한 그릇 음식이라도, 그 이야기만큼은 굽이굽이 깊다.

BYBAZAAR2021.02.09
 

시장 안에서

 
영천시장 더풍년 
영천시장 한편에 있는 술집 더풍년은 5년 전 처음 문을 열었다. 최근 바로 옆에 문을 연 최가상회 떡갈비와 함께 젊은 손님들을 길게 줄 세우는 가게다.
명동이나 광장시장처럼 젊은 층이 좋아하는 먹거리가 많아져서 영천시장이 더 활기차지면 좋을 것 같아요.
최근 재래시장을 찾는 젊은 층이 많아진 이유로 유튜버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값이 싸고 접근성이 좋은 데다 기존 맛집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적합한 소재가 된다. 누군가 새로이 발굴한 시장 맛집이 생기면 그 틈으로 새로운 손님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시장에 가면 싸고 좋은 물건이 있다는 기대로 오시잖아요. 그래서 좀 더 양이 많고, 더 신선한 해산물 접시를 내려고 고민해요. 성게알 같은 건 다른 이자카야에 비해 반절 가격으로 떨어질 때도 있어서 세 판씩 드시고 가는 팀도 있고요.” 석화, 전복, 단새우, 가리비, 골뱅이, 생선회 등이 올라간 묵직한 한 접시를 내려놓으며 안태규 대표가 말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가게 밖에 줄 서던 인파는 줄었지만 이 작은 가게에 버티고 선 젊은 직원과 대표는 쉽게 밀리지 않을 기세다.

 
돌고래시장 행복한 식탁
성남시에 위성도시 분당이 막 생기던 1996년에 처음 생긴 상가형 재래시장이다. 대형 아파트 단지 사이, 두툼한 사각형 상가 건물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시장이지만 생선가게, 과일가게, 정육점, 건강원, 반찬가게, 떡집, 분식집 등의 구색이 재래시장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취재를 위해 이 시장을 총 세 번 방문했는데 갈 때마다 새로운 점이 하나씩 보였다. 첫 번째는 이 시장은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과 재래시장을 적절히 섞은 묘안이 아닐까 하는 발견, 두 번째는 각종 반찬부터 집에서 끓여 먹는 한 끼 분량 포장 식재료까지 이른바 밀키트가 오래전부터 이곳에선 자연스러웠구나 하는 발견, 세 번째는 이 시장의 구석구석 작은 점포 하나하나까지 활기가 넘친다는 발견이다. 손님도 많고 오가는 장바구니도 두둑해서 돌고래시장은 현재 많은 재래시장이 겪고 있는 ‘재생’이나 ‘복원’ 사업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수요와 소비가 팽팽하게 힘을 맞대며 활발하게 굴러가고 있는 이 시장 안에서 ‘반찬가게’는 다른 시장과 확실하게 선을 긋는 차별화 포인트이자 돌고래시장을 ‘분당의 부엌’이라고 일컫는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하는 품목이다.
 
행복한 식탁은 굵직한 몇 개의 반찬가게 중에서도 손님이 가장 빠르게 흐르는 곳이라 눈길이 갔다. 갈 때마다 쟁여두고 싶은 반찬이 새롭게 눈에 띄었고 그때마다 조금씩 구매했다. 이름을 기사에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어머니와 아들 대표 모두가 당부했기에 다른 집으로 취재 발걸음을 옮겨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이곳에서 사 간 반찬으로 몇 끼를 만족스럽게 채운 우리 집 식탁을 떠올리며 널찍한 점포 공간 한쪽 끝에 서서 잠깐 녹음기를 켰다.
가게가 넓어 보이나요? 여기 중간에 이 넓은 것은 작업대 겸 매대예요. 반찬공장에서 반찬을 떼오지 않고 국, 나물, 김치, 밑반찬, 일품요리 전부 저희가 직접 만들기 때문에 이 정도는 필요해요. 매장만 한 냉동 창고도 있고요. 직원도 아홉 명 정도로 많은 편입니다. 한 번에 만드는 반찬의 가짓수는… 사실 셀 수가 없죠. 반찬은 매일 새벽 4시부터 9시까지, 제가 직접 서울과 경기도 시장을 돌면서 사 온 식재료로 만들어요.
아들 대표의 설명을 듣고 손님들이 밀물과 썰물처럼 오가는 가게 안을 둘러보니 각자의 업무를 맡은 직원의 손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기업과 가내수공업 중간 정도의 규모와 체계로 돌아간다는 그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전을 붙이는 한쪽에서 풍겨 나오는 유혹적인 향을 즐겼다. 따뜻하게 지져진 전은 식을 새도 없이 팔려나갔다. “2010년에 인수해 운영하고 있으니 10년이 조금 넘었죠. 그 사이 반찬의 유행도 봤고요. 월남쌈이 한창 인기가 있다 없어지기도 했고 카레와 짜장을 동시에 내놨는데 지금은 짜장만 판매하고 있고요.” 탕평채, 동태탕, 구절판, 장조림, 코다리조림, 꼬막무침…. 이 반찬들은 이 동네 할머니부터 젊은 남편까지 모든 세대의 선택을 받으며 살아남았다. 아파트 단지가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상권인 데다 경쟁이 치열한 곳이라 오히려 손님 입장에서는 품질 좋은 선택지를 두둑히 챙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용인, 도곡, 분당 등지에서 이 시장을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맛에 대해 피드백은 거의 없어요. 마음에 안 드시면 더 이상 안 올 뿐이죠. 여기는 그런 가게들이 살아남아 있는 시장이에요.”

 
뚝도시장 서울맛집
“혹시 사장님이신지…?” 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 1992년생, 올해 서른의 마리아 대표가 운영하는 뚝도시장 안 서울맛집은 그의 나이와 이력이 어쩔 수 없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어릴 때부터 포장마차를 운영하시던 부모님 모습을 보며 자라서 그런지 저도 가게를 열고 싶었어요. 스무 살에 한양대 앞에 연 분식집은 6개월 만에 문 닫았죠. 돈도 없을 때고 운영의 어려움도 있었어요. 이후엔 회사를 다니면서 투잡으로 동대문 5번 출구 앞에서 포장마차를 했고요. 그때 포차 재료를 준비하던 공간이 뚝도시장 안의 지금 이 공간이에요. 여기서 장사를 한 지 7년 정도 됐어요.
빠르고 경쾌한 목소리로 지난 10년을 요약했지만 마 대표의 경험은 쉽게 요약할 수 있는 것이 아닐 테다. 성수동 토박이로 자라 뚝도시장 안에 집이 있었던 그에게 이 시장은 ‘우리 동네’이자 ‘우리 집’이다. “아마 요즘 젊은 분들 중에서도 그런 분들 있을 텐데요, 전 그냥 시장의 분위기가 좋아요.”
 
조용했던 뚝도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은 것은 성수동 일대가 ‘핫 플레이스’가 되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청년몰 활성화’ 사업 부문에 시장이 이름을 올리면서부터다. “새로 유입되는 젊은 사장님들과 함께 ‘푸드코트’와 같은 아이디어로 실행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뚝도상인회청춘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은 이유도 새로운 점포와 손님의 유입이 모두 많아져서 시장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마리아 대표의 이런 이력과 6만5천 명의 SNS 팔로어 수를 알고 나면 서울맛집의 분위기가 조금 의아하게 느껴진다. 너무 ‘시장 느낌’이 나서다.
값이 싸고, 양이 많고, 맛있고, 저는 이 세 가지를 ‘쓰리고’라고 불러요. 제 방식이자 철학이에요. 시장 밖에 있는 근사한 맛집의 분위기를 내는 것보다 정말 시장다운 가게를 하고 싶어요.
콩나물국밥 3천5백원, 잔치국수 3천원, 미니 숯불고기 3천원, 양푼이 감자탕 7천원. 시장 맛집을 찾아야 할 이유를 확실하게 만든 그의 기반은 지금도 단단하게 다져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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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박의령
  • 프리랜스 에디터/ 손기은
  • 사진/ 허재영
  • 웹디자이너/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