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안에서
영천시장 더풍년

명동이나 광장시장처럼 젊은 층이 좋아하는 먹거리가 많아져서 영천시장이 더 활기차지면 좋을 것 같아요.
최근 재래시장을 찾는 젊은 층이 많아진 이유로 유튜버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값이 싸고 접근성이 좋은 데다 기존 맛집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적합한 소재가 된다. 누군가 새로이 발굴한 시장 맛집이 생기면 그 틈으로 새로운 손님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시장에 가면 싸고 좋은 물건이 있다는 기대로 오시잖아요. 그래서 좀 더 양이 많고, 더 신선한 해산물 접시를 내려고 고민해요. 성게알 같은 건 다른 이자카야에 비해 반절 가격으로 떨어질 때도 있어서 세 판씩 드시고 가는 팀도 있고요.” 석화, 전복, 단새우, 가리비, 골뱅이, 생선회 등이 올라간 묵직한 한 접시를 내려놓으며 안태규 대표가 말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가게 밖에 줄 서던 인파는 줄었지만 이 작은 가게에 버티고 선 젊은 직원과 대표는 쉽게 밀리지 않을 기세다.돌고래시장 행복한 식탁
성남시에 위성도시 분당이 막 생기던 1996년에 처음 생긴 상가형 재래시장이다. 대형 아파트 단지 사이, 두툼한 사각형 상가 건물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시장이지만 생선가게, 과일가게, 정육점, 건강원, 반찬가게, 떡집, 분식집 등의 구색이 재래시장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행복한 식탁은 굵직한 몇 개의 반찬가게 중에서도 손님이 가장 빠르게 흐르는 곳이라 눈길이 갔다. 갈 때마다 쟁여두고 싶은 반찬이 새롭게 눈에 띄었고 그때마다 조금씩 구매했다. 이름을 기사에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어머니와 아들 대표 모두가 당부했기에 다른 집으로 취재 발걸음을 옮겨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이곳에서 사 간 반찬으로 몇 끼를 만족스럽게 채운 우리 집 식탁을 떠올리며 널찍한 점포 공간 한쪽 끝에 서서 잠깐 녹음기를 켰다.
가게가 넓어 보이나요? 여기 중간에 이 넓은 것은 작업대 겸 매대예요. 반찬공장에서 반찬을 떼오지 않고 국, 나물, 김치, 밑반찬, 일품요리 전부 저희가 직접 만들기 때문에 이 정도는 필요해요. 매장만 한 냉동 창고도 있고요. 직원도 아홉 명 정도로 많은 편입니다. 한 번에 만드는 반찬의 가짓수는… 사실 셀 수가 없죠. 반찬은 매일 새벽 4시부터 9시까지, 제가 직접 서울과 경기도 시장을 돌면서 사 온 식재료로 만들어요.

뚝도시장 서울맛집
“혹시 사장님이신지…?” 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 1992년생, 올해 서른의 마리아 대표가 운영하는 뚝도시장 안 서울맛집은 그의 나이와 이력이 어쩔 수 없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어릴 때부터 포장마차를 운영하시던 부모님 모습을 보며 자라서 그런지 저도 가게를 열고 싶었어요. 스무 살에 한양대 앞에 연 분식집은 6개월 만에 문 닫았죠. 돈도 없을 때고 운영의 어려움도 있었어요. 이후엔 회사를 다니면서 투잡으로 동대문 5번 출구 앞에서 포장마차를 했고요. 그때 포차 재료를 준비하던 공간이 뚝도시장 안의 지금 이 공간이에요. 여기서 장사를 한 지 7년 정도 됐어요.
빠르고 경쾌한 목소리로 지난 10년을 요약했지만 마 대표의 경험은 쉽게 요약할 수 있는 것이 아닐 테다. 성수동 토박이로 자라 뚝도시장 안에 집이 있었던 그에게 이 시장은 ‘우리 동네’이자 ‘우리 집’이다. “아마 요즘 젊은 분들 중에서도 그런 분들 있을 텐데요, 전 그냥 시장의 분위기가 좋아요.” 조용했던 뚝도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은 것은 성수동 일대가 ‘핫 플레이스’가 되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청년몰 활성화’ 사업 부문에 시장이 이름을 올리면서부터다. “새로 유입되는 젊은 사장님들과 함께 ‘푸드코트’와 같은 아이디어로 실행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뚝도상인회청춘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은 이유도 새로운 점포와 손님의 유입이 모두 많아져서 시장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마리아 대표의 이런 이력과 6만5천 명의 SNS 팔로어 수를 알고 나면 서울맛집의 분위기가 조금 의아하게 느껴진다. 너무 ‘시장 느낌’이 나서다.
값이 싸고, 양이 많고, 맛있고, 저는 이 세 가지를 ‘쓰리고’라고 불러요. 제 방식이자 철학이에요. 시장 밖에 있는 근사한 맛집의 분위기를 내는 것보다 정말 시장다운 가게를 하고 싶어요.
콩나물국밥 3천5백원, 잔치국수 3천원, 미니 숯불고기 3천원, 양푼이 감자탕 7천원. 시장 맛집을 찾아야 할 이유를 확실하게 만든 그의 기반은 지금도 단단하게 다져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