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빙수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더운 지금 가장 생각나는 최고의 간식, 빙수! 사적인 취향과 추억이 담긴 '인생 빙수'에 대하여. | 여름,디저트,빙수,간식

고당 팥빙수팥빙수를 이야기할 때 몇 가지의 파로 나뉘곤 한다. 팥을 설탕과 몇 대 몇으로 조려 몇 시간 뜸을 들이는 동안 주문을 걸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팥 삶는 법을 운운하는 ‘팥파’. 얼음을 얼릴 때 물과 우유 또는 연유를 섞어 눈꽃과 같은 그것을 만들어내는 ‘얼음파’, 주로 어른들이 집착하는 ‘떡파’,  요즘 젊은이들처럼 화려한 과일 고명에 열을 올리는 ‘고명파’가 있지만서도  그 어떤 맛있는 빙수라도 에어컨 아래서 먹는 차가운 것이 참 매력없게 느껴지는 나로서는 ‘자연바람파’에 가깝다 할 수 있겠다.  조상대대로 살던 한옥집을 십 년째 그대로 로스팅 카페로 운영하고 있는 남양주의 고당 카페에 들어선 순간, 신선한 커피와 시그너처 메뉴인 시루떡 외에 팥빙수를 주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양반스러운 놋그릇에 담겨나온 옛날식 팥빙수. 몇 해 전부터 유행하던 눈꽃얼음은커녕 과일 절임 한 점 올리지 않은 투박한 빙수 아래 숨어있는 고소한 미숫가루는 그 어떤 안도감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내 고향 안동 맘모스제과의 40년 전통 팥빙수를 생각나게 하기도  하고. 아, 6월의 녹음과 삐걱거리는 대청마루,  잔잔히 불어오는 초여름 바람아래 옥수수잎 나부끼는 소리를 들으며 먹는 옛날식 팥빙수여! - 프리랜스 에디터, 이상민 천안 중앙시장 옆 옹달샘한 달 용돈 2,000원이 전부였던 중학교 시절. 당면과 밀떡을 섞어 300원 어치 떡볶이를 파는 작은 분식점이 있었다. 다른 곳 떡볶이가 1,000원 정도였으니 용돈이 적었던 나에게는 천국이었던 곳!  H.O.T와 S.E.S 브로마이드가 붙어져 있었던 이곳은 옹달샘 처럼 생긴 자리가 있어서 학생들 사이에선 '옹달샘'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백이백(당면100원어치, 국물떡볶이 200원어치), 야호(후추가루로 양념한 당면, 양배추, 당근이 들어간 호떡) 등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메뉴덕에 항상 학생들로 북적였다. 특히 여름에만 판매하는 오공, 육공이 이집의 히트 아이템이었다. 500원이어서 붙여진 이름, 오공은 사각사각 갈은 얼음에 연유를 살짝 뿌리고 설탕을 솔솔 뿌린 기본 빙수. 시원한 얼음과 설탕이 같이 씹히는 맛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요즘 유행하는 우유빙수의 모태이지 않을까? 여기에 100원을 더하면 달달한 옥수수 통조림을 듬뿍 뿌려주는데, 그 맛이 환상적. 텁텁하지 않은 깔끔한 맛의 얼음에 고소한 연유, 살살 뿌려진 설탕, 그리고 달콤한 통조림 옥수수 알갱이를 입에 넣으면 한여름의 열기가 한번에 가셨다. 이번 원고를 위해 천안여중 동창들에게 육공에 대해 얘기를 꺼내니 그 시절 단골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맛을 생생하게 묘사해 냈다. 아쉽게도 옹달샘은 문을 닫았지만 육공의 진정한 매력은 집에서도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다는 점. 이번 여름엔 나만의 육공을 만들어 보시길. -마케터, 이상미밀탑 우유 빙수밀탑 빙수를 처음 맛본 건 수능을 막 치렀던 어느 겨울. 백화점에서 엄마와 쇼핑을 즐기다 ‘인생 빙수’를 맛봤다. 첫 밀탑에서 택한 건 단연코 우유 빙수! (이때의 선택은 지금도 변함없다. 나열된 메뉴를 읽어보지도 않으니...) 우유 빙수가 유행하기 전이었던 그 시절, 밀탑 빙수는 나에게 빙수의 신세계를 열어줬다. 극도로 고소하고 부드러운 우유 얼음의 식감, 거기에 한 숟갈 올려진 팥은 딱 필요한 만큼의 단맛을 완성했다. 그 위에는 커피 향이 묻어나는 떡이 두어 개 올려져 있는데, 이를 곁들여 먹으면 커피, 팥, 우유를 한입에 머금는 호화를 누릴 수 있었다. 첫눈에 반한 이 빙수는 그 후에도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찾을 만큼 매력적이고 중독적이었다. 연애할 때도, 친구와 수다 떨 때도, 가족과 쇼핑할 때도. 작년 여름에는 이탈리아에서 온 친구 앨리샤를 데리고 갔는데, 그녀에겐  '생애 첫 빙수'를 맛보던 순간이었다. "어메이징!"을 연거푸 외치던 앨리샤는 이날부터 팥의 매력에 빠졌고, 한국을 떠날 때 이런 말을 남겼다. "한국에서 팥이 가장 좋았어!" - 디지털 에디터, 정예진 빙수연의 빙수대학 때 하숙 살던 친구들과 가끔 에어컨이 있는 친구 방에서 빙수를 만들어 먹곤 했다. 우리 단체 이름은 ‘빙수연’이었는데, 수저와 재료 하나는 각자 지참이었던 게 기억난다. 그때 우리는 참 많은 빙수를 만들었더랬다. 얼린 두유, 빙수용 시판 팥, 연유에 굵은 소금이라는 기본 메뉴부터, 우유에 가루녹차를 섞고 하숙집 설탕을 넣어 얼린 고급 맛, 빙수용 팥, 학교 앞에서 파는 인절미 조합을 시험하기도 했다. 첫 종강을 맞이했을 때는 치킨을 먹고 함께 토마토를 사와서 그릇에 토마토를 뭉갠 다음 손으로 녹인 배 아이스크림을 쭉 짜서 넣고 먹었다. 온갖 빙수를 다 먹어본 것 같다. 제일 기억나는 건, 떡볶이 빙수다. 친구가 떡볶이 국물이 너무 맛있다며 과외 집 앞에서 사 온 떡볶이 국물을 얼려놓은 것에 암바사를 얼음 틀에 얼려뒀던 것을 섞어 먹었다.어이가 없어서 그날 엄청나게 많이 웃은 것만은 기억난다. 하숙집 냉장고에서 얼려놓은 암바사 얼음에서는 약간 냉장고 맛도 났던 것 같지만. 고급 빙수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그 에어컨 방에서 숨죽여서 엄청 웃었다.- 시인, 김복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