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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마귀'가 제목을 바꾸지 못한 이유

고현정과 임시완, 같은 이름을 두고 벌인 '눈치게임'의 속사정

프로필 by 박현민 2025.09.28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드라마와 영화, 두 편의 <사마귀>가 연달아 공개됐다. 9월 5일 첫 방송을 시작해 9월 27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은 고현정이 타이틀롤을 맡았고, 9월 2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사마귀>에서는 임시완이 주인공으로 나섰다. 보통 이런 경우 혼선을 피하기 위해 누군가 제목을 바꾸는 것이 업계의 관례. 그러나 두 작품 모두 끝내 ‘사마귀’를 고집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제 두 작품이 모두 베일을 벗은 시점, 그 사정을 짚어본다.



고현정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SBS 새 금토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포스터

SBS 새 금토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포스터

SBS 금토드라마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 스틸

SBS 금토드라마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 스틸

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에서 ‘사마귀’는 단순한 제목을 넘어선다. 연쇄살인마 정이신(고현정)에게 붙은 이 별명은 교미 후 수컷을 잡아먹는 암컷 사마귀의 습성에서 비롯됐다. 다섯 명의 남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그녀의 행위를 압축하는 상징이다. 프랑스 드라마 <사마귀()>를 리메이크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일부 리메이크 계약에는 원작 타이틀을 가능한 그대로 쓰도록 하는 조건이 포함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극 중 모방범죄가 등장하고, ‘사마귀’라는 단어가 대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며 작품의 키워드로 기능한다. 다른 제목을 붙일 여지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결국 제작진은 부제 ‘살인자의 외출’을 더해 차별화를 꾀했다. <화차>의 변영주 감독, <서울의 봄>의 이영종 작가가 의기투합한 이 드라마는 6~7%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임시완 <사마귀>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 포스터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 포스터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 스틸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 스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사마귀>의 사정은 더 복잡하다. 주인공 킬러 이한울(임시완)의 코드네임 ‘사마귀’는 양손에 든 낫 모양 무기에서 직관적으로 연상된다. 게다가 전작 <길복순>에서 이미 “사마귀”라는 이름이 휴가 간 킬러의 존재로 언급된 바 있다. 극 중에서 한울이 직접 “죽을 사(死), 마귀 마(魔), 귀신 귀(鬼)”라며 별명의 뜻을 풀어내는 장면은, 이 타이틀이 얼마나 서사와 긴밀히 연결돼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캐릭터와 착붙한 제목을 바꾸기는 사실상 불가능했을 터. 발표는 드라마보다 먼저였지만 공개 시점이 늦어지며 제목이 겹쳤고, 넷플릭스가 물러설 수 없었던 이유다. <길복순>의 변성현 감독이 크리에이터로 참여하고, 당시 조감독이던 이태성이 메가폰을 잡아 완성한 이 영화는,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최초의 스핀오프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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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 SBS·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