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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윤혜정의 예술 3부작 마침표, '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

'바자'에 연재한 아트 에세이를 기반으로 한 열다섯 편의 예술 이야기.

프로필 by 고영진 2025.07.26

예술을 기록하고 기억할 때


<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기록하고 사유하는 한, 예술은 내내 살아 움직여 말을 건다는 확신에서 비롯된. 그리고 작가 윤혜정의 예술 3부작, 그 마지막 이야기다.


오랜 시간 <바자>에 아트 에세이를 연재해온 작가 윤혜정은 3년 전, 산문집 <인생, 예술>을 펴낸 후 <바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순진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여전히 미술, 그리고 이를 본다는 것에 대한 순수한 경외감을 갖고 있다.” <인생, 예술>에 그 마음이 고스란히 비쳤다면, 신간 <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환호와 절망, 뭉클했던 어느 순간까지 파노라마 펼치듯 보여준다.

책은 예술이 놓인 장소를 기준 삼아 열다섯 편의 이야기로 나뉜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김윤신 작가의 작업실, 비엔날레 기간의 베니스, 프랑스의 디종 콩소르시옴 등. 배경이 되는 장소 중 가보지 못한 곳이 더 많았지만, 책 속 장면이 눈앞에 생생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함께 실린 130여 장의 이미지 역할이 컸다. 그중에는 저자가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남프랑스 아를 미술관에서 이우환 작가의 <관계항-대지 아래 하늘> 내부로 들어가 발 아래 하늘을 두고 찍은 사진을 볼 때. 우리는 미처 글로는 다 쓰지 못했을 그날의 미묘한 분위기까지 읽을 수 있다. 아는 작가의 아는 작품이 등장할 땐 저자가 놓여 있던 그때 그 시간에서의 경험과 나의 사적인 경험을 번갈아 떠올렸다. 작가와 작품을 몇 번씩 검색해가며 새롭게 끄덕이는 순간을 여럿 겪었다.

“많지도 짧지도 않은 열다섯 편의 원고는 그동안 써온 어떤 글보다 강한 ‘장소성’으로 점철되고, 복잡한 ‘시간성’으로 혼재되어 있습니다. 목표한 곳으로 곧장 내달린 게 아니라 그 사이에서 배회하다가, 다른 시간대로 이동했다가, 다른 이야기에 몰두하다가, 다른 공간에서 마무리한, 말하자면 되도록 느려지고자 한 글입니다.” 작가의 바람대로 샛길로 빠지며, 뜬구름을 잡느라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저자와 같은 전시를 관람했던 어느 때가 떠올라 지난 앨범을 뒤져보고, 그 무렵 써두었던 메모를 찾아 읽었다. 집착적으로 사진과 영상을 남겼던 어느 전시장에서의 풍경이 다시 눈앞에 살아났다. 불현듯 소환해낸 어떤 기록 안에서 일순간 살아 움직이는, 그렇게 영영 사라지지 않을 예술을 보았다.


Credit

  • 사진/ 김진훈
  • 어시스턴트/ 정지윤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