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데이트할 때 먹기 좋은 봄 디저트 5

꽃과 햇살을 담은 봄 디저트 5

프로필 by 최강선우 2025.04.03

햇살이 말랑해지는 계절. 사르르 피어나는 봄의 디저트를 만날 수 있는 공간들

계절의 결을 가장 먼저 알아채는 건 언제나 입이다꽃과 과일, 산뜻한 산미, 살아 있는 생화를 그대로 올린 케이크까지. 입과 눈이 동시에 즐거워지는 봄 디저트는 계절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리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따뜻해진 오후, 잠깐의 휴식이 필요하다면, 단 하루라도 봄을 충분히 맛볼 수 있는 다섯 곳의 디저트 공간 다섯 곳을 소개한다.

흐비지떼의 금귤 오렌지 @revisite.patisserie

사진 흐비지떼 내관

사진 흐비지떼 내관

사진/흐비지떼 금귤 오렌지

사진/흐비지떼 금귤 오렌지

서울 삼성동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한 흐비지떼는 프렌치 페이스트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디저트 아틀리에다. 매장 규모는 작지만 쁘띠 갸또, 마카롱, 피낭시에나 마들렌 등 구움 과자까지 다양한 종류를 선보인다. 디저트 진열장에 ‘작품’이 놓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만큼, 이곳의 디저트는 감각과 맛의 정밀함이 공존한다. 봄 시즌 대표 메뉴는 ‘금귤 오렌지’. 제주산 금귤 마멀레이드와 금귤 콩피, 블러드 오렌지의 선명한 산미가 어우러진 시부스트 크림이 중심을 이룬다. 레이어를 지지하는 것은 피스타치오 다쿠아즈. 여기에 부드러운 크렘 시부스트가 얹어지자 완벽한 조화를 선보인다. 단맛과 산미, 고소함이 시간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퍼지며, 한 입을 다 씹기도 전에 입 안에서는 봄의 뉘앙스가 피어난다. 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되니 발빠르게 계절을 포착해보자. 이곳의 디저트는 빨리 먹는 음식이 아니라, 계절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더 가깝다.

주소 서울 강남구 삼성로 107길 34

영업시간 화요일~토요일 12~19시 (소진시 조기마감)

아멜리에즈 베이커리의 생화 케이크 @amelie.s_bakery

사진 /아멜리에즈 제공, 돔케이크

사진 /아멜리에즈 제공, 돔케이크

사진 /아멜리에즈 제공, 돔케이크

사진 /아멜리에즈 제공, 돔케이크

사진 /아멜리에즈 제공, 돔케이크

사진 /아멜리에즈 제공, 돔케이크

사진 /아멜리에즈 제공, 돔케이크

사진 /아멜리에즈 제공, 돔케이크

서울 송파구의 조용한 골목에 숨어 있는 듯한 ‘아멜리에즈 베이커리’는 마치 동화 속 정원과 같다. 이곳을 대표하는 건 생크림으로 장식된 ‘돔 플라워 케이크’. 하지만 단순히 ‘예쁜 케이크’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케이크 위에 얹힌 건 흔한 장식용 슈거 플라워가 아니다. 라넌큘러스, 데이지, 스위트피 등 제철 생화가 정원처럼 살아 숨쉰다. 꽃은 모두 세척과 소독을 거치며,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다듬어져 케이크 위에 자리를 잡는다. 생화의 방향, 색감, 입체감까지 세심하게 계산한 구조로, 마침내 하나의 ‘풍경’으로 완성된다. 플로리스트 출신의 두 대표가 어릴 적부터 함께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쌓아온 감각을 그대로 작업에 녹여낸다. 세트로 제공되는 핸드 페인팅 플레이트에 감동받아 별도 요청하는 이들도 많다고. 화제가 된 신메뉴 ‘티타임 케이크’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의 찻잔 캐릭터 ‘칩’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이다. 모든 케이크는 예약제로 운영된다. 생일, 기념일, 결혼식, 혹은 특별한 조공의 순간을 위해 케이크를 주문하는 이들이 많다. 한 조각을 자를 때마다 꽃잎과 향, 기억이 함께 베어 나온다. 이 케이크는 먹는 순간보다, 자르기 전 잠시 바라보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진다. 디저트를 정물화처럼 감상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주소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40길 19-23 1층 102호

영업시간 화요일~토요일 11:00-19:00

가루하루의 시트러스 바질 올리브 타르트 @garuharu_official

사진/가루하루, 시트러스 바질 올리브 타르트

사진/가루하루, 시트러스 바질 올리브 타르트

사진/가루하루, 시트러스 바질 올리브 타르트

사진/가루하루, 시트러스 바질 올리브 타르트

한정적 오픈, 비정기 예약, 몇 분 만에 마감되는 주문창. 이곳의 디저트를 맛보기 위해선 계획과 집념이 필요하다. 강남구에 위치한 가루하루는 일반적인 매장이 아니다. 스튜디오이자 클래스 공간으로, SNS를 통해 일정이 공개되고 소량만 생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끌레어 하나로 유명해진 곳’이라는 말은 이제 너무 낡았다. 가루하루는 시즌마다 하나의 컬렉션처럼 디저트를 기획하고, 그것을 구성품처럼 완성도 높게 묶어낸다. 이번 봄 시즌, 가장 먼저 주목할 메뉴는 ‘시트러스 바질 올리브 타르트’. 이름만 들어도 봄의 식물성과 청량함이 먼저 전해진다. 쉘 안에는 상큼한 레몬 커드, 바질 향을 살짝 머금은 부드러운 크림, 마지막에 한 방울 더해지는 올리브 오일이 겹겹이 쌓인다. 지방과 산미, 허브와 과일의 대비가 균형을 이루며 복합적인 맛이 완성된다. 어느 한 재료도 과장되지 않지만, 하나라도 빠지면 전체가 무너지는 탄탄한 구조다. 또한 이번 봄 시즌 스위츠 박스는 ‘봄’이라는 주제로 구성됐다. 감태 쿠키, 베리 베리 모나카 플로랑탱, 제철 제주 한라봉 샌드쿠키까지. 미니멀한 사이즈의 다양한 스위츠가 한 박스에 담긴다. 오픈일에 맞춰 온라인 주문이 가능하다. 빠르게 마감되니 ‘가루하루의 봄’을 맛보고 싶다면 인스타그램 알림은 필수다.

영업시간 비정기 오픈

주소 서울 강남구 논현로94길 25-5

파티세리 뮤흐의 오랑쥬리 @mur_patisserie

 사진/ 뮤흐

사진/ 뮤흐

사진/ 뮤흐

사진/ 뮤흐

사진/ 뮤흐

사진/ 뮤흐

사진/ 뮤흐

사진/ 뮤흐

한남동 복합 F&B 공간 ‘보보스 한남’의 2층과 3층. 공간을 통째로 관통하는 프렌치 감성 속에 파리세리 뮤흐와 살롱 드 뮤흐는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자신만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뮤흐’는 프랑스어로 ‘잘 익은’ 혹은 ‘성숙한’이라는 뜻. 셰프 최규성의 디저트가 지향하는 철학이 파티세리의 이름에 분명하게 새겨져 있다. 그는 파리의 피에르 에르메에서 동양인 최초로 셰프 타이틀을 얻고, 귀국 후 ‘세드라’라는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리고 현재 뮤흐에서는 더욱 더 본질적이고 절제된 방식으로 디저트를 말한다. 화려한 재료보다 기본의 맛, 잼이나 스프레드 같은 시간이 느껴지는 제품, 재료의 향미를 온전히 담아내는 정제된 디저트 구성도 눈에 띈다. 뮤흐의 봄은 ‘오랑쥬리’로 시작된다. 프랑스 남부의 오렌지 정원을 모티브로 한 미니 케이크는 향으로 기억되는 봄을 응축시킨 작품이다. 수제 마지팬을 이용해 만든 아몬드 오렌지 블라썸 가나슈 몽떼, 여기에 오렌지 마멀레이드와 상큼한 망고·패션후르츠 시럽을 적신 비스퀴가 포개진다. 부드러움과 촉촉함, 과즙과 크림이 번갈아 입 안을 채우며 남는 건 오렌지 꽃의 은은한 향이다. 디저트를 먹는 행위 전체가 미감과 공간, 빛과 플레이팅을 함께 품은 감각적 경험으로 확장된다.

주소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31길 25-12 2, 3층

영업시간 파티세리 뮤흐 11:00-22:00, 살롱 드 뮤흐 11:00-22:00

1994 서울의 진달래 화전 @1994seoul.yeonnam

사진/1994 서울 진달래 화전

사진/1994 서울 진달래 화전

사진/1994 서울 진달래 화전

사진/1994 서울 진달래 화전

사진/1994 서울 진달래 화전

사진/1994 서울 진달래 화전

사진/1994 서울 진달래 화전

사진/1994 서울 진달래 화전

연남동 골목 어귀, 옛 주택을 개조한 단정한 공간. 잊혀져가는 궁중 또는 반가의 병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사계절의 흐름을 정제된 방식으로 테이블 위에 옮기는 곳이다. 계절마다 바뀌는 다과 코스. 봄은 ‘진달래 화전’에서 시작된다. 삼짇날을 상징하는 조선의 봄 음식, 화전을 1994 서울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메뉴다. 영암에서 직접 공수한 진달래 꽃잎을 손질해, 얇고 부드러운 떡 위에 얹는다. 장식적이지 않고, 자체로 담백하고 단정한 디저트다. 단맛보다 식감과 향, 그리고 시각적인 ‘정결함’을 중시하는 구성은 입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아도 오래 기억된다. 4월과 5월의 다과 코스 ‘봄을 품은 삼짇날’이 진행되며, 시그니처 티와 함께 진달래 디저트를 코스 형태로 경험할 수 있다. ‘1994서울 연남’이 선보이는 디저트의 진짜 매력은 단지 절기의 재현이 아니라는 점이다. 봄을 ‘맞이하는 감각’을 다루는 것이다. 손끝으로 꽃잎을 넘기고, 차를 따르고, 눈으로 느린 속도를 감지하는 이 체험은 그 자체로 미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미산로23안길 20-12 1,2,3층

영업시간 월요일-일요일 12:00-19:00, 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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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각 브랜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