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피아니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가 그린 계절

유년 시절 모든 여름에서 기억을 꺼내 완성한 17번째 앨범을 만들기까지.

프로필 by 안서경 2025.03.23

계절의 초상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17번째 앨범 <서머 포트레이츠>는 음악으로 그린 계절이다.


“여름은 삶의 계절입니다. 남은 인생 동안 자유를 기억하게 하고, 자연의 냄새를 더할 나위 없이 맡기 좋으며, 모래를 밟는 촉각을 느끼거나 첫사랑을 만나는 시간. 우리에겐 저마다 여름의 초상이 있죠.” 클래식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는 신보 <서머 포트레이츠>를 만들기 전, 토스카나 엘바섬 어느 별장에 머물면서 자신의 삶을 스쳐온 모든 여름을 떠올렸다. 별장 주인이 자연 풍경을 그린 유화를 보며 유년 시절의 모든 기억을 되짚었고 13곡을 써내려갔다. 가령 6번째 트랙 ‘Jay’는 그가 살았던 토리노 외곽 시골집에 종종 찾아오던 새를 추억하며 쓴 곡이고, ‘Punta Bianca’는 시칠리아 남부 해안의 흰 암반 지대의 이름을 따온 곡이다.스트리밍 누적 조횟수 390억 회, 유튜브에 가장 적합한 클래식 뮤지션. 농담 같은 수식이 에이나우디의 이름 앞에 붙은 데는 다양한 광고에 삽입된 곡 ‘Experience’ 탓도 있지만, 한 영상의 영향이 컸다. 9년 전 에이나우디는 북극해를 떠다니는 유빙 한가운데에 피아노를 놓고 ‘Elegy for the Arctic’을 연주해 이를 영상으로 담았다. ‘예술의 무장해제시키는 힘’을 믿는 그가 세계를 향해 던지는 음악에는 연주와 함께 빙하가 무너지는 소리가 겹쳐 긴 여운을 남겼다.

스트리밍 누적 조횟수 390억 회, 유튜브에 가장 적합한 클래식 뮤지션. 농담 같은 수식이 에이나우디의 이름 앞에 붙은 데는 다양한 광고에 삽입된 곡 ‘Experience’ 탓도 있지만, 한 영상의 영향이 컸다. 9년 전 에이나우디는 북극해를 떠다니는 유빙 한가운데에 피아노를 놓고 ‘Elegy for the Arctic’을 연주해 이를 영상으로 담았다. ‘예술의 무장해제시키는 힘’을 믿는 그가 세계를 향해 던지는 음악에는 연주와 함께 빙하가 무너지는 소리가 겹쳐 긴 여운을 남겼다.

깎고 빚은 반질한 조약돌 같은 막스 리히터의 음악과 달리, 루도비코의 음악은 빛바랜 유약이 흐르듯 자연스럽다. 그리고 어딘지 애잔하다. 명상적인 사운드가 주된 여느 네오 클래식 음악가의 곡처럼 간결한 코드가 반복되지만 지루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 앨범에선 신예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테오팀 랑글루아 드 스와르트와 협업해 변칙적인 리듬이 풍성해졌다. 나아가 벌레 소리 같은 자연의 앰비언스를 더하고, 세 대의 피아노가 있는 홈 스튜디오에서뿐만 아니라 비틀스가 녹음한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곡들도 담아 다양한 변화를 꾀했다. 오는 4월, 8년 만에 내한하는 공연에서 신곡들을 선보일 예정. 그의 유튜브에서 엿볼 수 있듯, 매일 무엇이든 녹음한다는 성실함과 원하는 사운드를 얻기 위한 집요함을 차치하더라도 에이나우디의 음악을 계속 듣게 되는 건 무엇보다 노스탤지어에서 시작해 풀어놓는 음악이기에. 내밀하고 작은 삶을 풀어놓는 음악에, 오래 마음이 머물 수밖에 없다. 에디터/ 안서경

※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내한 공연은 4월 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Credit

  • 사진/ 문학동네, 유니버설 뮤직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