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클래식 힙!
클래식 음악으로 일상을 채우는 입문자를 위한 친절한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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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과 속도의 시대다. 매일이 빛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빠른 시간 속에서, 느리고 묵직한 감각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멀게만 느껴지던 클래식이 지금 다시 가장 힙한 장르로 부상한 이유다. 2020년대, 클래식은 더 이상 특별한 교양도, 소수만의 취향도 아니다. 미술관과 갤러리, 스트리밍 서비스와 유튜브까지 — 클래식은 조용히 우리 삶 속으로 스며들어왔다. 클래식은, ‘나만의 감각’을 정제하고 싶은 이들에게 가장 오래 지속되는 언어가 된다. MZ세대는 ‘지적 허영’을 위해 클래식을 듣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 속도에 맞춰 시간을 느끼고, 오롯이 집중하는 경험을 위해 클래식을 찾는다. 스타 피아니스트의 이름을 검색하고, 오케스트라 공연을 티켓팅하는 일은 더는 특별하지 않다. 일부만 누리는 ‘교양’이 아니라, ‘감각’을 채우는 가장 좋은 도구가 되었다. 입문자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음악을 ‘설명’하기보다 ‘느끼는’ 방법, 감각을 열어줄 아티스트와 앨범을 소개한다.
시간과 감각을 붙잡는 일
클래식 음악을 듣는 일은 곧 시간을 견디는 일이다. 클래식은 일단 '머무는 경험'을 제공한다. 한 곡이 끝날 때까지 20분, 40분, 때로는 한 시간을 집중해야 한다. 느린 시간을 견디는 대신에 자신의 감각과 내면을 다듬게 된다. 바삐 소셜미디어를 스크롤하는 손을 잠시 멈추고 악기의 숨소리까지 듣는 훈련. 어쩌면 지금 가장 필요한 감각이다. 클래식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차원을 넘어 하나의 철학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도 한몫 한다. 구조를 듣고, 층위를 느끼고, 결말을 상상하며 긴 여정을 따라가는 일은 마치 시간 위에 쌓은 건축물과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MZ세대는 지적 허영이나 교양 소비가 아닌, ‘진짜 경험’을 중시하는 세대다. 감정은 물론 사고까지 동반하는 경험이, 소비에 지친 젊은 세대에게 깊은 위안을 주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더 나아가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 클래식은 교양이 아니라 '자기서사'를 위한 텍스트로도 기능한다. "내가 이 곡을 좋아하는 이유", "이 연주를 들으며 느낀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더 이상 남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취향으로 클래식을 경험하는 것이다.
스트리밍 대신 ‘라이브’
“진짜 오래 남는 건 눈 앞에서 오래 가슴을 울리는 여운이다.” 연주자들의 ‘라이브’라는 특수성, 무대 위 단 하나뿐인 해석이 남기는 여운은, 스트리밍 시대에 더욱 특별한 가치로 다가온다. 공연은 조용히 앉아 감각을 집중시키고, 자신만의 속도로 시간을 보내는 고요한 사치에 가깝다. 실제로 MZ 세대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클래식 붐’이 시작되는 장면은 종종 목격된다.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3월 20대의 ‘세대별 핫플레이스’ 상위 10곳 중 4곳이 미술관과 공연장 등 ‘문화생활시설’이었고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의 경우 지난해보다 검색 횟수가 161.8% 증가했고,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국악원은 각각 103.7%, 86.4% 늘었다고 한다.
새로운 감상법으로

사진/ 유튜브 탱로그 캡처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SNS에서도 클래식 관련 채널의 조회수가 급증하거나, 바이럴되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 새로운 세대가 가진 톡톡 튀고 자유로운 감성은 엄숙하기만 했던 클래식 음악 신을 새롭게 변화시키기도 한다. 어렵거나 딱딱하게 접근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콘텐츠를 추구하도록 클래식 음악을 재미있게 풀어내기 시작한 것. 최근 클래식, 재즈 레이블 'SM Classics'와 함께해 SM 명곡들을 클래식 편곡으로 들어볼 수 있는 유튜브 채널 ‘클래식 좀 들어라’ 의 평균 조회수는 자그마치 5만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클래식계의 개그맨으로 불리는 유튜버 ‘탱로그’와 ‘요를레히’는 고전 음악이라는 어렵고 낯선 장르를 쉽게 설명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클래식 음악이라는 장르를 소재로 이용하는 방식을 택해 눈높이를 맞춰간다. 틱톡을 통해 임윤찬의 연주가 확산되고, 유튜브로 조성진의 베토벤 소나타를 감상하는 풍경은 이제 더는 낯설지 않다. 물론 이 흐름을 기민하게 읽어낸 글로벌 브랜드도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루이비통은 최근 손열음과 협업해 공연을 열었고, 디올은 조성진의 앨범 발매를 지원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관객 친화형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싱어송라이터 권진아의 만남이 돋보였던 공연 ‘커튼콜(CURTAIN CALL)’이 좋은 예시다. 특히 임윤찬, 조성진, 선우예권, 김선욱, 손열음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차세대 아티스트들의 존재감은 클래식 대중화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클래식 초보를 위한 3가지 입문법
클래식은 '좋아한다'는 말을 기다린다. 클래식은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좋아하면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소리들은 우리가 기억하지 못했던 어떤 순간들을 꺼내줄 것이다. 지금은 여름. 가벼운 옷처럼, 클래식 한 곡을 걸치고 어디로든 걸어가보자. 세 가지만 기억해보자. 미처 만나지 못한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1. 공연장에 찾아가기
라이브 연주가 주는 울림은 음반과 차원이 다르다. 처음부터 어떤 프로그램을 골라야 할지 막막할 수 있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가장 인기 있는 곡들, 예를 들어 쇼팽 협주곡이나 베토벤 교향곡을 중심으로 선택하면 충분하다. 무대 위 연주자가 건반을 두드리거나, 오케스트라의 숨결이 공간을 가득 채울 때, 감각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시간으로 변한다. 올해 5월부터 12월까지 임윤찬, 조성진, 선우예권, 손열음, 그리고 백건우 선생의 공연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2. 연주자의 손끝 보기
어떤 연주자는 쇼팽을 불처럼, 어떤 연주자는 물처럼 연주한다. 같은 곡도 전혀 다른 세상이다. 그렇기에 익숙한 이름을 가진 젊은 연주자들을 따라가보자. 사전지식이 없어도 좋다. 다만 그 음악을, 그 시간을, 그 감각을 오롯이 경험할 마음만 준비되어 있으면 충분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주자를 딱 한 명 정하고, 그의 음반을 들어본 후, 공연장을 찾아가는 루트도 추천한다. 젊은 연주자가 게스트로 자주 나오는 ‘TV 예술무대’와 같은 프로그램을 참고하는 것도 추천한다.
3. 단일 악기의 연주곡부터 듣기
클래식은 방대하다. 처음부터 오케스트라 전체를 듣기보다 피아노 독주나 첼로 솔로 같은 단일 악기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악기 하나가 공간을 채우는 것을 듣는 일은, 마치 한 사람이 한 편의 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과 같다. 세 곳의 유명 메인 음반사가 발매하는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먼저 좋아하는 곡의 스타일을 찾는 것도 추천한다. Deutsche Grammophon - DG, Decca Classics, Warner classics
클래식이 즐거워지는 추천 도서 3

사진/ 윌북 제공
영국의 BBC 클래식 방송 진행자이자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클레먼시 버턴힐이 수년간 모아온 보물 같은 작품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책이다. 제목에서 눈치 챘겠지만 1년 365일 동안 하루에 한 곡씩 듣는 구조로 되어 있다. 불후의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매일 한 곡 클래식 음악을 들려준다. 한 페이지에 한 곡을 담고 관련된 토막글을 싣는다. 토막글은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아주 낯선 작가는 짧게 소개해주는 정도다. 계절과 기념일, 작곡가의 탄생일까지 여러 이야기를 엮고 이어 하나의 곡을 설명한다. 일력 버전으로도 나왔기에 챌린지처럼 쉽고 즐겁게 클래식을 듣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사진/ 미디어버스 제공
한 손에 들어오는 작고 귀여운 사이즈의 책으로 ‘음악’을 물성으로 대변할 수 있을 만한 3가지 사물들인 악보, 자동 악기, 그리고 음반에 대해 다룬다. 각 사물의 탄생과 발전, 혁신의 역사를 되짚어가며 그에 대한 대중의 반응과 흥망성쇠를 통해 무엇이 음악이라 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클래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중 하나는 바로 같은 곡을 연주해도 연주자마다, 공연마다 제각기 다른 음악이 탄생한다는 점일 것이다. 책은 끊임없이 떠오르는 물음에 명확한 답을 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을 던져줄 뿐이다. 그리고 그 질문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클래식 덕후가 되어있을 지도 모른다.

사진/ 코난북스 제공
클래식 음악 작곡을 전공했고, 음악잡지 기자로 일하다가 대학원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공부하는 연구자이자 대중음악 가사를 쓰는 김호경의 클래식 에세이. “음 하나에 실린 의미를 비로소 알게 된 것처럼, 별 하나가 우주의 질서를 바꿀 수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것처럼 더 많은 일에 물음표를 놓아가며 살고 싶다. 바흐와 굴드와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고독감 안에서 그렇게 생각한다.”는 대목처럼 클래식에 대한 사랑과 추억을 이토록 잔잔하면서도 깊이감 있게 고백할 수 있는지, 읽는 내내 선율이 주는 경이로움과 마주한다. 초심자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내용이라 강력 추천한다.
주목! 국내 차세대 아티스트 5
임윤찬 2004년생으로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천재 피아니스트다. 10대의 나이에 보여준 경이로운 테크닉과 깊이는 클래식계를 놀라게 했다. ‘쇼팽 에튀드 전곡’을 연주하는 그의 무대에서는 나이로 가늠할 수 없는 무르익은 서사가 느껴진다. 전율하는 집중력과 폭발적 해석으로 클래식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존재. 한국 클래식 씬을 ‘다시’ 뜨겁게 만들었다.

사진/ 데카 제공
조성진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한국 클래식 대중화를 이끈 상징적 존재로 그의 연주는 젊은 세대에게 ‘일상의 사운드트랙’이 되어가고 있다.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이후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특유의 절제된 감정선과 정제된 터치는 감정의 극단을 추구하기보다, 내면의 소리를 더 크게 만든다. 올해는 프랑스 인상주의 대표 작곡가 라벨의 작품으로 돌아왔다.

사진/ 유니버셜 뮤직 제공
선우예권 2017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그는 무대를 소박하지만 깊이 있게 채운다. 공연장 전체를 하나의 '쉼'으로 만드는 듯한 섬세한 감성은 클래식이 결코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게 한다. 경연을 넘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구축해가는 피아니스트로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슈베르트, 브람스 해석에서 빛을 발한다. 2017년 데카골드 레이블로 발매된 앫범 ‘2017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은 빌보드 클래식앨범차트 1위에 오르면서 화제가 되었다.

사진/ 유니버셜 뮤직 제공
김선욱 2006년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베토벤 해석에서 특히 강점을 보이며, 최근에는 지휘자로서도 맹활약 중이다. 그의 피아노는 건반을 치는 게 아니라 '깎아내는' 듯한 절제된 에너지로 유명하다. 깊이 있는 해석과 철학적 접근으로 유럽 무대에서도 인정받았다. 그가 베토벤과 브람스를 다루는 방식에서 확연히 감지되는 남다름을 느껴보자.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손열음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준우승 이후 세계 무대에서 꾸준히 입지를 다져온 피아니스트. 폭발적인 감정과 세밀한 터치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주는 마치 서사시를 듣는 듯한 인상을 준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해석과 강렬한 존재감으로 사랑받고 있다. 국제적 감각과 치밀한 디렉팅을 겸비해 루이비통, 유럽 페스티벌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클래식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

사진/ 파이플렌즈 제공
클래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을 뿐이다. 귀를 기울이면 알 수 있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한 음 한 음의 밀도 속에서 우리의 삶을 다르게 채워줄 울림이 있다는 사실을. 어쩌면 진짜 '힙'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울리는 여운을 지키는 일인지도 모른다. 지금, 클래식이라는 오래된 미래에 빠져볼 시간이다.
Credit
- 사진/ 이미지 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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