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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스위프트 신드롬'

지금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은 왜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열광하는가?

프로필 by 고영진 2024.02.22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거의 매일 테일러 스위프트 관련 뉴스를 마주한다. 그래미 어워드 역사상 최초로 올해의 앨범상을 네 번씩이나 수상한 가수,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최초의 대중 연예인, 작년 3월부터 시작된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로 한화 기준 약 1조 3천억원의 수익을 창출한 뮤지션.(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13조원에 달하며, 아직 투어는 끝나지 않았다.) 하물며, 미국 최대의 스포츠 축제 슈퍼볼에서도 온통 테일러 스위프트의 연애 얘기다. 하버드대학에서 스위프트노믹스(Swift+economics)를 연구하는 강의가 개설된 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누군가는 이 현상을 두고 마케팅 천재라는 이유를 든다. 음원 공개 전 실물 앨범을 먼저 발매하거나, 콘서트 티켓을 나누어 판매해 암표 거래를 방지하려는 시도는 분명 음악시장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분석의 결과다. 결국 음악의 힘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직접 쓰고 부르는 그의 노랫말에는 확실한 스토리텔링이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말이야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언덕 위에 괴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난 꿈에서 깨어나면서 비명을 지를 테고 언젠간 날 떠나는 너의 모습을 보게 될 거야.” 테일러 스위프트의 10번째 정규 앨범에 수록된 ‘Anti-hero’의 가사. 연애, 남자, 자아성찰. 그 무엇이든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떠오른,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는 모두 노래가 된다. 어쩌면 스위프티를 향한 열렬한 사랑도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제가 수만 가지 이유로 다시 태어났음을 아는 당신. 그리고 그 이유 중 하나는 당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었음을.” 10년 전 자신에게 두 번째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의 영예를 안긴 <1989>를 다시 발매했을 때 남긴 앨범 서문은 팬이 아닌 사람도 감동할 만한 문장으로 빼곡하다.

그렇다면 이런 분석은 어떨까. 유명인이기 전 평범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놓지 않는 사람이라서, 보이고 들리는 모든 부조리에 대해 기꺼이 음악으로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이 가능했다는 접근 말이다. 지난 2월 5일에 개최된 그래미 시상식에서 테일러 스위프트는 오는 4월 깜짝 컴백을 예고했다. 무려 16곡이 수록된 정규 11집이다. 시상식이 끝나고 그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트랙 리스트를 쭉 훑어봤다. ‘내 남자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들만 부숴’ ‘하지만 아빠 난 그를 사랑해요’ ‘어린 날의 내가 두려운 사람’…. 그의 노래는 한 번도 자기 자신이 아니었던 적이 없기에, 또 한 번의 다음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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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Getty Images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