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SD는 글로벌 영향력을 지닌 그룹 세븐틴을 HPV 예방 캠페인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해 HPV 예방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질병관리청에서는 지난 6월, HPV 백신 대상을 남성까지 공식적으로 확장하는 예방접종 관리지침을 내놓기도. 하지만 남성들에게 HPV 백신은 아직 ‘남의 이야기’로 느끼며 인식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이에 HPV가 무엇인지, 왜 맞아야 하는지 등 중요성과 효과에 대해 전문의에게 물었다.
HPV란 ‘human papilloma virus’의 약자로 사마귀를 일으키는 유두종 바이러스 군의 일종이다. 자궁경부암과 곤지름 등의 발생 원인이 되는 DNA 바이러스로 바이러스가 피부와 점막에 접촉하면 감염된다. 약 100여 종의 유두종 바이러스가 있고, 이 중 40여 종이 주로 생식기 점막에서 발견되고 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위험도에 따라 양성 병변을 유발하는 ‘저위험군’과 암을 유발하는 ‘고위험군’으로 나뉜다. 저위험 유형은 첨형 콘딜로마나 곤지름 같은 생식기 사마귀를 유발하며 대표적으로 HPV 6, HPV 11이 발견된다. 고위험 유형은 자궁경부암, 질암, 외음부암, 음경암, 항문암 등 생식기 암과 구인두암을 유발할 수 있으며 대표적으로 HPV 16, HPV 18 유형이 발견된다.
여성의 HPV 질환과 남성의 HPV 질환은 어떤 종류가 있으며, 어떻게 다른가?
공통적으로는 구인두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이 발견될 수 있다. 여성은 가장 잘 알려진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등 생식기관 암이 발생할 수 있고 남성은 음경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HPV 감염 예방으로 알려진 ‘가다실9’은 무엇인가? 왜 맞아야 하는가?
주로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알려져 있다. HPV 예방 백신으로는 가다실 4가, 서바릭스 2가, 가다실9가 총 3가지 종류가 있다. 이중 국가예방접종을 통해 지원되는 백신은 가다실 4가와 서바릭스 2가 두 가지. 가다실9가 백신은 국가예방접종으로 지원되지 않아 유료로 맞아야 하며, 가장 많은 종류( 6, 11, 16, 18, 31, 33, 45, 52, 58) 총 9가지에 대한 예방효과가 있다. 특히 100% 예방이 가능한 자궁경부암과 그 외 많은 질환들을 위해 HPV 백신 접종은 여성들에게 필수로 여겨진다.
HPV 바이러스, 가다실9이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인지되고 접종하기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
가다실4는 2007년에 론칭되었으며, 가다실9는 2016년에 허가된 백신으로 이전에는 접종하는 여성이 많이 없어 자궁경부암에 걸린 여성들이 많았다. 10여 년 전 가다실4, 서바릭스 처음 도입 시기에는 필수예방접종이 아니었기에 유료로 선택해 맞았던 것. 더 많은 종류를 커버하는 가다실9는 유료로 맞고 있지만, 이후 가다실4는 필수예방접종이 되어 서바릭스와 함께 만 12-17세 여성에게 무료로 접종하고 있다.
남녀 백신이 구분되어 있지 않고 성별 관계없이 동일하게 접종한다. 다만 연령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 FDA(미국 식품 의약국), EMA(유럽의약청)에서는 권고 나이를 남녀 모두 만 9-45세로 확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은 만 9-45세로 확대, 남성은 임상자료가 아직 부족해 접종 연령 확대에 있어 보류한 상태로 9-26세다.
HPV 바이러스가 발현된 후 가다실을 접종해도 효과가 있나?
가다실은 보통 감염되기 전에 접종해야 하지만 HPV 바이러스가 발현된 이후에 맞아도 효과가 있다. HPV 중 주로 40가지가 많이 발현되는데, 한 번에 모든 HPV가 발현되는 경우는 현저히 적다. 특히 ‘가다실9’ 같은 경우 9가지 HPV 바이러스를 커버하기 때문에 이미 발현된 종 외에 아직 발현되지 않은 종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연구 결과에서 HPV가 발현된 후에도 백신 접종만으로 완치가 되었던 사례가 있어 가다실 접종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현재 대한민국 남녀의 HPV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가?
생식기의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은 대부분 성접촉을 통하여 전파되지만 바이러스가 피부에 접촉했다고 해서 체액이나 혈액 등을 통해 전파되는 것은 아니다. 성관계 파트너가 많다면, 그리고 상대방의 성 파트너 수가 많을수록 HPV에 노출될 확률은 올라갈 수 있다. 이로 인해 HPV 감염과 이로 인해 생기는 질환 등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흔하고 그중 아주 일부만이 질병으로 이어지며, 콘돔이나 백신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해져 과거와 비교하면 부정적인 인식은 덜하다.
가다실도 처음 도입 시기에는 여성들조차 인식이 부족했으나 정부와 병원의 많은 노력 끝에 현재는 여성이라면 당연히 맞아야 하는 백신으로 인지하고 있다. 반면 남성들은 최근 2-3년 사이 여러 매체 보이스를 통해 HPV 바이러스와 백신에 대해 인지가 생겼다. 10여 년 전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지만, 여자친구 또는 아내가 권장하여 접종하는 것이 아닌 이상 아직까지 접종률이 미비한 건 사실. 꾸준한 접종 권장 캠페인과 미디어에서 인식 개선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남성의 접종률이 여성의 접종률만큼 높아지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