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정은 연기자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가장 확실하게 알린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시즌 2 방영을 앞두고 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서 최고의 자리를 두고 접전을 벌이던 연습생, 이어진 영광의 기회 ‘아이오아이(I.O.I)’를 거쳐 ‘구구단’의 센터까지. 퍼즐의 요철을 끼워 맞추듯 큰 그림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다. 음악 활동을 하며 보여준 넘치는 활기는 드라마 현장으로 옮겨와 더 큰 파장을 이루었다. 〈경이로운 소문〉을 통해 사람들은 김세정의 트레이드마크인 환한 웃음 대신 조용히 분출하는 힘을 보았다. “잠시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른다. 멈췄던 기간은 체감으로 느껴지지도 않는다. 다시 만들어가는 느낌은 전혀 없고 마치 서랍 속에 넣어뒀던 캐릭터를 꺼내 쓰는 그런 느낌이다. 눌러져 있던 일시정지 버튼이 다시 재생되는 느낌.” 습관적으로 메모하는 김세정은 〈경이로운 소문 2: 카운터 펀치〉(이하 〈경이로운 소문 2〉)의 촬영을 시작하며 이렇게 첫 시리즈물에 임하는 마음을 남겨뒀다.


“어떤 인물이 하는 말을 15분 정도 녹음해요. 나중에 그 사람의 말투와 행동을 외워서 혼자 따라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문득 그 사람이 왜 그런 발음으로 소리를 냈고 성격이 어디서 드러나는지 알게 되고 결국 저에게 익숙해져서 하나의 캐릭터로 쓸 수가 있어요.” 지금 최선을 다하면 당장 빛을 보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인정받을 거라 믿는 김세정. 모든 것에 긍정적이고 자신감 넘칠 것 같은 김세정에게도 음악은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제가 최근에 느낀 게 있었어요.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온전히 경력이 쌓이지 않은 것 같은 거예요. 연기하러 갔다 와서 앨범 내고 다시 연기하고. 노래를 부르려고 무대에 섰는데 아직도 무대 위에서 저를 다루는 법을 잘 모르는 제 자신이 너무 싫었어요. 작업도 7년치라고 하기엔 적어서 더 좋은 음악으로 대중에게 인정받고 싶어요.”인생을 항해에 대입한다는 그는 데뷔부터 작년까지를 한없이 몰아치는 파도에 맞선 시기라 말한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조류도 읽으면서 좀 놀 줄 알게 된 것 같다고 덧붙이는 대목에서 행복한 기운이 묻어난다. 데뷔 초 스스로를 의심하고 많은 의문 속을 헤매던 연기가 스물일곱이라는 나이에 도달해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 되었다. 김세정은 항해와 비교했지만 이어달리기가 어울린다. 혼자만의 레이스에서 선발주자 김세정은 책임감과 성장, 재능으로 뭉친 바톤을 꽉 쥐고 선전했다. 현재를 거쳐 후발주자 김세정은 분명 값진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