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RITY
우리는 27살, 바자 친구 이수경
창간 27주년을 맞이한 <하퍼스 바자> 그리고 27세 동갑내기 배우들의 빛나는 내일을 축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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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웃긴 거 좋아해요. 얼마 전엔 ‘문돼’ 필터로 스티커 사진도 찍었어요.” 유튜브 <피식대학>과 <빠더너스>를 ‘클래식’이라 말하고, 쉬는 날엔 <폭스클럽>과 <모던 패밀리>를 정주행하는, 코미디를 사랑하는 사람. 동굴처럼 깊은 눈빛, 차분한 분위기의 첫인상과 달리 이수경은 내내 웃었다. 물음에 그녀가 내어놓는 답변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고, 예측과도 어긋난다. “작품을 쉴 땐 식단도 안 해도 되고,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놀아도 되는 게 배우라는 직업의 이점이죠. 마음은 불안하지만, 몸은 굉장히 편해요. 불안을 잘 잠재우면 나쁘지 않아요. 낮잠 자고, 산책하고, 고양이들을 돌보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요.” 영화 <데드맨> 촬영을 마친 뒤, 어떤 시간을 보냈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하고선 싱긋 웃는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컵라면이고, 몇 주 전 신상인 불닭볶음탕면 출시 소식을 알고도 촬영을 위해 참았다며, 오늘 친구들과 먹을 거라고 아이처럼 또 웃는다.

네 남매 중 막내. 부모님의 권유로 피아노와 첼로 등 악기를 배우다 중학생 때 처음 연기학원을 찾으며 배우의 꿈에 다가섰다. “한 번도 하고 싶은 게 없었는데, 처음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면서 유일하게 재미있다고 느낀 게 연기예요. 장기 자랑도, 반장 선거도 나가본 적 없고 앞에 나서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었는데 의외죠. 현장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이 일을 더욱 좋아하게 됐어요. 성격도 많이 밝아졌고요.”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무렵, 영화 <차이나 타운> 오디션에 캐스팅되어 ‘쏭’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녀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오가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영화 <침묵>으로 제54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역대 최연소 영화 부문 여자조연상을 수상했고, 4년 뒤 영화 <기적>으로 같은 부문에서 재수상하며 배우로서 고유한 입지를 구축해왔다. 아버지의 애인을 죽인 혐의를 받는 <침묵> 속 미라처럼 복잡다단한 삶을 살아온 인물의 응어리진 처연한 감정과 <기적> 속 시골 소녀의 무구한 표정이 얼굴 안에 공존한다.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라는 찬사를 받으면서도 이수경은 태연하다. “캐릭터가 전형적이지 않을 때 특히 매력을 느껴요. 극 안에서 감정의 진폭이 클수록 더 좋아요. 변화가 많은 것도 좋고요.” 스스로 사춘기를 10년 이상 앓았다고 말하던 그는 뾰족하고 예민했던 10대와 20대 초반을 지나 지금 한결 편안하고 여유로워졌다.

“촬영이 끝나는 순간 온, 오프가 분명해요. 처음부터 그렇게 됐던 것 같아요. 슛 들어갔을 때 순간 집중하지만, 촬영이 끝나고선 그냥 저니까. 이전에는 캐릭터에 집중한 상태에서 못 빠져나와야 진짜 배우인 줄 알았어요. ‘왜 나는 안 그럴까?’ 고민했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하진 않아요. 선배들을 보면서, 나도 담담하게 지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배우라는 직업에 접근하는 태도는 자못 진지하다. 끌림이나 재미라는 추동에 휩쓸리기보다 현실을 정성껏 일구는 모습에 가깝다. “작품이 완성됐을 때 나도 사회에서 뭔가 해낼 수 있다는 그런 종류의 뿌듯함이 좋아요. 처음 하고 싶었던 일을 아직 하고 있다는 게 문득 새삼스럽기도 해요. 거창한 포부를 갖기보단 자연스럽게 배우로 살고 싶어요. 당장 오늘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고, 사소한 웃음을 느끼면서요. 스물일곱 살의 저는 제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열일곱의 저보다 많은 것들이 편해졌어요.” 그 말 속에 읽히는 감정은 깨어질 듯, 부러질 듯 유약하기보다 단단하다.<데드맨>의 감독 하준원의 표현대로 “이수경이 지닌 옹골참, 막 달려 나가야 하는 종마 같은 느낌”이 어떻게 표현될지, 그 힘을 목격할 차례다.


Credit
- 에디터/ 안서경
- 헤어/ 손채원
- 메이크업/ 백은영
- 스타일리스트/ 이명선
- 세트 스타일리스트/ 이예슬
- 어시스턴트/ 허지수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 사진/ 김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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