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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유승은 알고 나면 더 감동적인 스노보드 메달의 의미

현재 진행형인 한국 스노보드의 새 역사

프로필 by 제혜윤 2026.02.10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천식으로 운동을 시작해 실업팀 공백과 생계를 버텨낸 김상겸
  • 1년간 세 번의 부상과 두 차례 수술을 극복한 유승은
  •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탄생한 한국 스노보드 메달의 의미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스노보드는 한국 선수단에 두 개의 의미 있는 메달을 안겼다. 한국 스노보드의 베테랑 김상겸과 첫 출전 올림픽에서 역사를 쓴 유승은. 같은 시상대에 올랐지만, 이들이 그 자리에 서기까지의 시간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흘러왔다.


김상겸

1분 남짓한 레이스를 마친 뒤 포효하는 김상겸. @sangkyum__kim 시상대에 올라 큰절 세리머니를 펼치는 김상겸. @sangkyum__kim 금메달을 차지한 오스트리아 베냐민 카를과 동메달을 차지한 불가리아의 테르벨 잠피로프. @sangkyum__kim

천식으로 시작한 운동

김상겸의 출발은 엘리트 스포츠와는 거리가 멀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천식이 심해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몸이 약했던 그는, 건강을 걱정한 부모의 권유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육상을 시작했다.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이 붙었고, 중학교 2학년 무렵 학교에 스노보드부가 생기면서 보드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육상에서 다져진 폭발적인 순발력은 이후 평행 종목에서 빠르게 강점으로 작용했다.


생계와 훈련 사이

하지만 선수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2011년 한국체육대학교를 졸업했지만, 김상겸을 받아줄 실업팀은 없었다. 시즌이 끝난 뒤 대표팀 선발전 전까지의 공백기에는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갔고, 훈련 기간에도 주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갔다. 국가대표라는 이름은 있었지만, 훈련 환경은 늘 불안정했다. 그럼에도 그는 보드를 내려놓지 않았다. 가능한 조건 안에서 훈련을 이어가며 소치, 평창, 베이징을 거쳐 네 번째 올림픽에 도전했다. 비록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17위,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15위, 2022년 베이징올림픽에서 24위를 기록하며 아쉬운 성적을 거뒀었지만 멈추지 않았고, 이번 2026 올림픽에서 마침내 진가를 드러냈다.


꾸준히 옆을 지켜준 사람

이번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에 안긴 첫 메달이자 '통산 400호 메달'을 거머쥔 김상겸!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상겸이 다짐으로 꺼낸 다짐은 기록이 아니었다. “이번엔 아내에게 꼭 메달을 따서 올림픽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오랜 시간 곁을 지켜준 사람들에게 결과로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 메달을 딴 직후 아내와의 통화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평행대회전에서의 극적인 역전과 은메달은, 그에게 커리어의 정점이기보다 선수로 살아남아온 시간에 대한 조용한 답이 되어준 듯 하다.


유승은

첫 출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유승은/ Getty Images 슬로프 위 준비한 기술을 선보이는 유승은 / Getty Images 기술에 성공한 뒤 기두 팔을 들며 기쁨을 만끽하는 유승은 / Getty Images 기술에 성공한 뒤 기두 팔을 들며 기쁨을 만끽하는 유승은 / Getty Images

10살에 시작한 스노보드

유승은의 어린 시절 @seungeun._yu

유승은의 어린 시절 @seungeun._yu

유승은의 시작은 훨씬 빨랐다. ‘스노보드광’이던 아버지를 따라 스키장을 찾았다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보드를 잡았고, 재능은 곧바로 드러났다. 2023년 카드로나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스노보드에선 드물었던 빅에어 종목의 이름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3번의 부상, 2번의 수술

@seungeun._yu

@seungeun._yu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2024년 FIS 월드컵 시니어 데뷔전 결선에서 넘어지며 복사뼈가 골절됐고, 이후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같은 부위를 다시 다쳤다. 여름 일본 훈련 도중에는 팔꿈치 탈골까지 겪었다. 1년 사이 세 차례 부상과 두 번의 수술. 긴 재활 끝에 설상 훈련에 복귀했지만, 손목 골절이라는 또 다른 시련이 이어졌다. 처음으로 ‘스노보드를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버거운 시간이었다고.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된 유승은 @seungeun._yu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된 유승은 @seungeun._yu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가족과 트레이닝 스태프였다. 수술 후 깁스를 한 채 출전한 2025년 12월 월드컵에서 유승은은 보란 듯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 최초의 빅에어 월드컵 메달리스트가 된 것. 그리고 이번 올림픽 무대에서 고난도 트리플 콕 1440도를 연속으로 성공시키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민국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다.


같은 메달, 다른 시간

김상겸의 메달이 한 자리에서 오래, 긴 시간을 버텨온 선수에 대한 답변이라면, 유승은의 메달은 두려움을 넘어선 도전에 대한 결과다. 묵묵히 견뎠고, 주저하지 않았기에 한국 스노보드의 새 역사가 쓰여진 것. 스노보드 팀의 활약 속 한국은 이미 설상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고, 앞으로 남은 여자 하프파이프의 최가온, 남자 하프파이프의 이채운의 메달을 향한 도전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Credit

  • 사진/ 게티이미지 및 각 선수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