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출신의 사진작가이자 환경 운동가, 나탈리 카르푸셴코가 한국을 찾았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가진 힘을 렌즈를 통해 포착하는 그가 국내 첫 개인전을 위해 내한한 것.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듯한 신비로운 사진들로 가득한 전시장은 5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세계 각지의 섬과 바다를 누비며 기록한 200여점의 서정적인 작품들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충분했다.
전시 첫날, 20여명의 바자 예술 산책 메이트와 도슨트 세션을 진행한 나탈리 카르푸셴코. 전시장에서 듣지 못한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품 속, 특히 바다와 고래에 대한 깊은 관심이 느껴져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 고향은 바다가 없는 나라인 카자흐스탄입니다. 그래서 바닷속 세상이 마법처럼 느껴졌어요. 잠수할 때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 들거든요.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인 고래와 마주한 일은 절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죠.
고래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물과의 교감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네요.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계속 갖고 있어요. 인간과 동물 사이 특별한 관계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행운도 따라야 하고요. 촬영을 위해 동물과 교감할 때, 가까이 다가갈지 혹은 혼자 두는 게 더 나을지 정확히 상황 파악하는 것도 필수죠.
향유고래와 함께한 순간입니다. 보통 향유고래들은 수줍음이 많아 그냥 지나치곤 하죠. 그런데 어느날 한 고래가 한 시간 가까이 제 주변을 맴돌았어요. 함께 놀고 싶어하는 듯했어요. 저를 껴안으려 했죠. 향유고래들은 무리 지어 서로를 비비며 '사회화' 하는데, 우리에게도 그 모습을 기꺼이 보여주었죠. 그때가 단연 최고의 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물들과의 교감만큼이나 몸을 아름다운 선처럼 포착한 점도 인상 깊어요.
저는 공감할 수 있고, 영감을 주는 사람들을 촬영해요. 사진 속 모델들은 대부분 제 친구들이죠. 모든 여성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특히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으려 해요. 주근깨, 흰 머리, 주름, 흉터까지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가장 근사하지 않나요?
아무래도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기는 쉽지 않죠.
자연의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있어요. 그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고 간절히 원한다면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에도 멋진 나무들과 산이 있잖아요. 특히 눈 내리는 풍경은 정말 신비롭고 아름답더라고요.
세계 곳곳을 다니며 촬영하는데 특별히 〈바자〉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소가 있을까요?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 아이슬란드, 그리스, 그리고 하와이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죠. 여러분에게도 추천합니다.
최근 환경운동가들이 명화에 수프를 뿌리는 등의 과격한 행동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요, 이에 대한 생각도 궁금해요.
솔직히 그 문제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모든 일에 균형이 필요하다.' 는 점은 확실하게 말하고 싶어요. 하루 만에 채식주의자가 될 수도 없고, 단칼에 플라스틱 사용을 끊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죠.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작은 변화를 준다면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 믿어요.
그렇다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변화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재활용! 재활용 가능한 물품을 확인하고 구매하거나 빈티지 제품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죠. 플라스틱 소재로 이루어진 제품들을 적게 소비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동물성 제품도 마찬가지에요. 동물성 제품은 식물성보다 훨씬 더 많은 공급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에요.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모든 작품은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인간이 더해질 때 구체화합니다. 자연과 연결되고 싶은 욕망의 결과물이죠. 우리와 지구의 모습을 돌아보며 환경에 대한 감사함을 불러일으키는 운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보며 상상을 펼치고, 세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접하며 새로운 것에 눈 뜨도록 돕고 싶어요.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감각을 느끼도록 말이죠. 자연이 가진 아름다움을 보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편집, 왜곡 등의 방식 없이 원시적이고 실제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예술은 결국 '우리가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전시장 한 켠에 마련된 팝업 부스에서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바자〉의 다양한 친환경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선물도 준비되어 있다. (주말 한정, 개인 인스타그램에 바자 팝업부스에서 찍은 사진을 업로드하면 닥터브로너스, 쥬스투클렌즈 등 친환경 뷰티 브랜드의 제품을 받을 수 있다.)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5월 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