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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이란 이름으로

영화 <오마주>로 데뷔 31년 만에 첫 단독 주연을 맡은 배우 이정은에 대하여.

프로필 by BAZAAR 2022.06.08
 
배우 이정은이 눈꺼풀이 번쩍 뜨이게 시야로 걸어 들어오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영화 <미성년>에서 주인공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주차비를 내놓으라던 ‘방파제 아줌마’. 혼자 처음 가는 바닷가에서 저분을 만난다면? 아니 근데 정말 배우가 맞나? 술 좀 자시고 배회하는 동네 사람이 아닌가? 그 짧은 장면에 나온 한 존재로 인해 머릿속은 여러 생각으로 휘몰아쳤다. <기생충>에서 가사도우미 문광이 비오는 날 인터폰으로 인정을 구걸할 때 이상한 감정에 휩싸였다.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무섭고 웃기고 슬펐다. 넷플릭스의 화제작 <소년심판>과 현재 방영 중인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까지 그의 연기 영역은 날이 갈수록 넓고 깊어진다. 개봉을 앞둔 영화 <오마주>는 데뷔 31년 만의 첫 단독 주연작이다. 이정은이 모든 시간을 이끌어가는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항상 궁금함이 있었다. <오마주>는 한국 1세대 여성 영화감독의 작품 필름을 복원하게 된 중년 여성 감독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시네마 여행을 그린다. 포스터 속 매만지지 않은 단발머리에 안경을 쓰고 영사기 옆에 앉은 모습은 누가 봐도 <오마주>의 신수원 감독과 똑 닮았다. 10대 청소년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과 경쟁사회를 꼬집은 <명왕성>, 성차별이 만연한 부도덕한 한국 사회를 비판한 <마돈나>로 우리나라 여성 감독 최초로 칸 영화제와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다. 감독은 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1950년대에서 60년대에 여성 감독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이번 영화를 만들었다. “<미성년>을 보고 살아 있는 캐스터, 연기가 아닌 모습으로 필터링 없이 다가오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신수원 감독은 <미성년>을 보자마자 감독이자 배우인 김윤석에게 연락해 이정은 배우에 대해 물었고 기필코 자신의 영화에 주인공으로 세웠다. 그래서 이정은은 이제 감독이 된다. 연기를 연기처럼 하지 않는 이 배우는 또다른 예술인으로 승화해 과거에도 현재에도 삶과 예술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Credit

  • 에디터/ 박의령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