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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아트가 도대체 뭐길래?

JPG 그림 파일이 수백억원에 팔린다. 실물과 소유에 집착하던 미술시장에 대격변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 미술계의 화두는 단연 NFT(대체불가능한 토큰) 아트다.

BYBAZAAR2021.05.18
 

THE FUTURE OF ART? 

 
뱅크시의 〈Morons(멍청이들)〉은 약 1억원에 팔린 뒤 NFT로 전환됐다. 1억원짜리 원본을 불에 태워 없앤 뒤 NFT 작품의 가격은 4억6천만원까지 치솟았다.

뱅크시의 〈Morons(멍청이들)〉은 약 1억원에 팔린 뒤 NFT로 전환됐다. 1억원짜리 원본을 불에 태워 없앤 뒤 NFT 작품의 가격은 4억6천만원까지 치솟았다.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됐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적어도 NFT(Non-Fungible Token) 아트에서는 그렇다. 지난 3월 11일 글로벌 미술품 경매사인 크리스티는 미국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디지털 아트 콜라주인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를 6천9백34만 달러에 낙찰시켰다. JPEG 파일 5천 개가 7백85억원에 팔린 것이다. 이 작품이 낙찰된 그 시각 전 세계 NFT 추종자들은 만세를 불렀다. 뿐만이랴, 미술시장도 발칵 뒤집어졌다. 비플은 이번 경매로 제프 쿤스와 호크니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비싼 작가에 랭크됐다. 기억할 것은 비플은 경매 전엔 노네임이었다는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기에?”라고 생각한다면 좀 놀랄 수 있겠다. 그냥 평범한 이미지 파일이다. 작가는 지난 2007년 5월 1일부터 2021년 1월 7일까지 5천 일(13년 6개월) 동안 매일 한 개의 디지털 이미지를 판매용으로 그려왔다. 하지만 6개월 전까지만 해도 한 점도 팔지 못했다. 참고로, 이 파일은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다.
 
“이게 뭔 소리?”라고 생각한다면 갈 길이 멀다. 그렇다. 상상할 수 없는 세계가 열렸다. 적어도 실물과 소유가 너무 중요한 미술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NFT가 무엇일까? 초록색 검색창에 단어를 넣으면 친절하게도 ‘Non 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한 토큰)’이라고 뜬다. 분명 다 아는 단어인데, 모르겠다.(지극히 정상이다). 좀 자세히 설명하자면, ‘대체불가능’이라는 뜻은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1비트코인은 다른 이의 지갑에 있는 1비트코인과 교환이 가능하다. 이 대리가 가진 1비트코인과 부장님이 가진 1비트코인은 서로 교환해도 가치의 손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NFT는 그 각기 고유한 번호를 부여받기에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따라서 디지털 기반의 그림, 음악, 영상 등 무엇이든 NFT로 치환하면(minting, 민팅) 그 원본성을 입증할 수 있다. 같은 디지털 파일이라고 할지라도 구분할 수 있는 셈이다. 거래 기록도 자동으로 저장되고, 위변조도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쉽게 말하면 ‘디지털 콘텐츠 공인인증서’ 같은 역할을 한다. 날마다 NFT 아트 뉴스로 떠들썩하다. 테슬라 CEO 머스크의 부인이자 팝아티스트인 그라임스는 〈War Nymph〉라는 제목의 디지털 그림 10점을 온라인 경매에서 20분 만에 5백80만 달러(약 65억원)에 완판시켰다. 블록체인 기업인 인젝티브 프로토콜은 뱅크시의 〈Morons〉라는 작품을 9만5천 달러(약 1억원)에 구매 후 NFT로 전환해 판매했다. 판매 전, 이들은 작품 화형식을 거행했다. “실물이 존재하는 것만이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NFT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퍼포먼스”라는 설명이 따라왔지만, 1억원짜리 그림을 불태운 이벤트는 반향이 컸다. 판매가는 4억6천만원(230이더리움)까지 올랐다. 그런가 하면 최근엔 세계 최고 경매가 기록을 가지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를 디지털화한 작품 〈살바토르 메타버시(Salvator Metaversi)〉가 NFT로 나왔다. 4억5천만 달러(약 5천44억원)의 낙찰 기록을 가진 이 작품은 과연 NFT 세상에서 얼마에 낙찰될 수 있을까?
 
그뿐일까. 이미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NFT로 민팅하고 거래하고 있다. 대표적인 거래 플랫폼으로는 ‘슈퍼 레어(Super Rare)’, ‘노운 오리진(Known Origin)’, ‘메이커스 플레이스(Makers Place)’, ‘니프티 게이트웨이(Nifty Gateway)’ 등이 꼽힌다. 국내에서 NFT 작가 1세대로 꼽히는 디지털 아티스트 미스터 미상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판로를 찾기 어려웠던 것과 달리 NFT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하다”며 “본격적으로 작가로 활동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한국 팝아트 작가인 마리킴의 작품 〈Missing and Found〉(2021)도 최초 5천만원에서 시작해 경합끝에 288이더리움(6억원)에 낙찰됐다.
 
이렇듯 디지털 작품 거래를 중심으로 NFT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NFT 시장분석 플랫폼 넌펀저블닷컴(Nonfungible.com)이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NFT 거래규모는 2억5천만 달러(2천8백2억원)로 2019년 6천2백만 달러(6백95억원) 대비 4배 이상 성장했다. 총 자산가치도 3억3천8백만 달러(3천7백88억원)로 2019년보다 2.5배 커졌다. 보고서는 이 같은 성장을 “루이 비통, 브라이틀링 등 명품 브랜드에서 NFT 상품을 제작하고 NBA, MLB, F1, 유럽 축구 리그 등 스포츠 분야에서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NFT 카드가 발행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쯤 되면 두려워진다. NFT는 과연 시장의 전환인 것일까 아니면 한때 타오르고 사그라질 버블인 것일까. NFT가 미술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라는 목소리만큼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똑같이 크다. 트위터의 창시자인 잭 도시의 첫 트위트 “나 지금 트위터 계정 만드는 중(just setting up my twitter)”이 약 32억원에 판매되기도 했지만 이를 구입한 사람은 암호화폐 기업의 대표다. 비플 작품의 낙찰자도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NFT 펀드 창업자다. 자기들끼리 사고 팔면서 ‘가격을 만든다’고 보는 견해가 힘을 얻는 이유다.
 
확실한 것은 이미 NFT 아트는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티가 비플의 NFT 작품으로 재미를 보자 소더비도 바로 NFT 작가 경매 일정을 발표했다. 국내 최대 경매사인 서울옥션도 자회사인 서울옥션 블루를 통해 NFT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페이스 갤러리, 쾨닉 갤러리 등 해외 갤러리는 물론 아라리오 갤러리 등 국내 갤러리도 디지털 기반으로 활동하는 소속 작가의 작품을 NFT로 민팅하는 등 시장을 ‘태핑’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한바탕 꿈에서 깨어나듯 이 모든 것이 사라진다고 할지라도, 지금 NFT는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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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손안나
  • 글/ 이한빛(<헤럴드 경제> 기자)
  • 웹디자이너/ 한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