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부산 2022 방문기.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5월 중순, 전국의 미술애호가들이 부산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향한 이유는 나흘 동안 벡스코에서 열리는 ‘아트부산’을 보기 위해서다. 올해 제11회를 맞이한 아트부산 2022에는 무려 1백33개의 갤러리가 참여했다. 프리뷰 데이에 벌어진 ‘오픈런’ 행진을 비롯해 ‘우아한 전쟁’을 치를 전국 각계의 아트 컬렉터들이 모여들었다. 아트부산은 큰 특징이 있다. 그간 관람객이 즐거움을 느끼고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관객참여형 특별전 ‘Experiment’를 진행해왔다. 올해 가장 눈에 띈 건 현재 미술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키워드인 NFT를 다룬 부스. 국내 최대 NFT 플랫폼 ‘그라운드엑스(Ground X)’와 함께한 이 특별전은 NFT의 현재를 들여다볼 수 있는 디지털아트 작가들의 영상과 사진 작업으로 가득했다. 아트부산 전시장 안으로 들어설 때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인 이상수의 메탈 조각품 <플라밍고> (2022)는 디지털 기법을 이용해 NFT 영상 <플라밍고들의 사랑> (2022)으로 재탄생됐다. 비디오 인스톨레이션과 대형 회화를 단독 부스로 선보인 작가 오스틴 리의 특별전 역시 디지털아트가 트렌드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포토샵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에어브러시와 페인트 브러시를 이용해 그린 VR 그림을 캔버스로 옮기며 작업을 만들어내는 그의 영상작업은 캄캄한 방 안에 커다란 모니터로 상영해 압도적인 느낌을 주었다. 곳곳에 흩어진 특별전을 찾아다니다 ‘반가운’ 페인팅도 마주했다. 작년 가을, 국제갤러리와 갤러리현대에서 각각 열띤 호응을 얻었던 박서보, 이건용의 작품들. 이 밖에도 해외 거장들의 회화, 페인팅, 설치작품이 줄줄이 등장했다. 타데우스 로팍은 게오르그 바젤리츠, 안토니 곰리 등의 작품을, 에프레미디스 갤러리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대표 회화작품이자 40억원대로 올해 아트부산 최고가 중 하나인 <Abstraktes Bild(551-6)>을 선보였다. 32곳의 해외 갤러리 중 관객의 관심을 가장 많이 모았던 곳은 올해 아트부산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한 그레이(Gray) 갤러리다. 파블로 피카소의 회화 <Tete d’homme et nu assis>(1964)만으로도 충분한 라인업이지만, 벽 한쪽을 온전하게 장식한 가로 8.7미터 크기의 데이비드 호크니의 포토 드로잉 <Pictures at an Exhibition>(2018)은 물리적인 크기 만큼 임팩트도 강력했다. 아트부산 2022의 마지막 주목 포인트는 참신하고 개성 가득한 컬렉팅을 원하는 ‘영 아트 컬렉터’를 위한 다양한 라인업이다.갤러리스탠, 실린더, 에이라운지 같은 ‘영 갤러리’들로부터 새로운 미래를 엿볼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