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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와 문인들의 스타일리시한 교류

시가 음악보다 회화이고자 했던 시대, 화가와 문인들의 교류를 다룬 전시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다. 당대의 스타일리시한 천재들이 예술로 연대하며 주고받은 편지를 비롯해 지적·미적 수준의 결정체인 책이 가득한 전시에서 수첩에 옮겨 적은 문장.

BYBAZAAR2021.04.13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 전경.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 전경.

어느 시대에도 그 현대인은 절망한다.
〈시와 소설〉 창간호에서 가장 급진적인 ‘모던 보이’ 이상은 이렇게 썼다. 지금의 ‘현대사회’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병리학적 특성을 이미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던 1930년대, 암흑 같은 일제강점기에도 불구하고 실시간으로 유입되는 서양의 문화를 소화하며 ‘전위’를 꿈꾸던 구본웅, 박태원, 김기림 등이 이상의 다방 ‘제비’에 모여 장 콕토의 경구를 가지고 논했을 풍경으로 전시는 시작한다.
 
서정주, 〈화사집〉, 남만서고, 1941, 화봉문고 소장.

서정주, 〈화사집〉, 남만서고, 1941, 화봉문고 소장.

책은 한껏 아름다워라. 그대는 인공으로 된 모든 문화물 가운데 꽃이요 천사요 영웅이기 때문이다.
‘두서없이 써 내려간 글’이라는 겸손한 의미를 담은 소설가 이태준의 산문집 〈무서록〉에 나오는 구절. 전시에는 근대기의 가장 아름다운 책들이 엄선되어 전시된다. 아무런 꾸밈을 하지 않아 더욱 아름다운 백석의 유일한 시집 〈사슴〉, 보들레르의 시집에 실린 ‘사과를 문 뱀’ 판화를 옮겨 실어 뜻밖의 대담한 정서를 환기하는 서정주의 첫 시집 〈화사집〉 등의 원본을 만날 수 있다.
 
이상, 정지용 외 22인, 〈구보 박태원 결혼식 방명록〉 가운데 김기림이 남긴 글, 1934, 종이에 먹, 각 31.5x45cm,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이상, 정지용 외 22인, 〈구보 박태원 결혼식 방명록〉 가운데 김기림이 남긴 글, 1934, 종이에 먹, 각 31.5x45cm,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요새 제 그림은 청록홍. 점밖에 없어요. 왼편에서 수평으로 한 줄기 점의 파동이 가고, 또 그 아래, 또 그 아래, 그래서 온통 점만이 존재하는 그림이야요.
문학도였던 김환기는 특유의 회화적인 글씨체로 적은 편지를 많이 남겼는데 시인 김광섭과 나눈 편지에서 위와 같이 적었다. 1970년에는 김광섭이 죽었다는 오보에 충격을 받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김광섭의 시 구절에서 따온 제목의 작품을 남기기도 할 만큼 막역한 사이. 1966년에 김광섭에게 보낸 이 편지에서 일명 ‘점화’의 시작을 생생하게 목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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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박의령
  • 글/ 안동선(컨트리뷰팅 에디터)
  •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웹디자이너/ 한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