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쳐서 두고두고 쓰는 못 버리는 물건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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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쳐서 두고두고 쓰는 못 버리는 물건들

오래도록 자리를 지킨 물건 하나가 쓰레기는 물론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파괴를 줄인다. 저마다의 사연이 이렇게 친환경과 연결된다.

BAZAAR BY BAZAAR 2021.03.31
 
 
 
사이드테이블
5년 전 남편이 목수에게서 나무 그루터기를 얻어왔다. 그 위에 구리판을 덮어 씌워 침대 옆에 놓는 사이드테이블로 만들어주었다.
 
버리지 않고 계속 쓰는 이유
우리 집은 마치 오두막 같다. 침대 프레임도 나무이고 침실 밖 발코니에도 등나무가 있다. 이 공간에 더없이 어울리는 데다가 이 세상 단 하나의 피스이니 대체할 것이 없다.
평소 소비 패턴
실용적인 소비보다는 취향에 맞는 것을 사는 편이다.
최근 구매하려다 단념한 물건
백화점 편집숍에서 본 세라믹 테이블과 스툴. 멋진 물건이 모여 있는 곳에 가면 당연히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때 잘 생각해야 한다!
좋은 소비와 나쁜 소비
반려동물의 간식을 ‘나도주개’라는 곳에서 구입한다. 공장이 아닌 강원도 작은 마을 어르신들이 두런두런 만드는 제품이다. 수익 일부를 좋은 일에 쓰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하는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반면 해외 사이트에서 나름 사이즈 등 여러 부분을 고려해 주문했지만 막상 기대와는 다른 제품이 와 쓰지도 못하고 반품이 어려워 버린 적이 있다. 어리석은 소비였다.
오래 쓰는 물건이 주는 즐거움
오래 사용하는 물건은 대체로 질이 좋아 살아남은 것들이다. 쓸 때마다 만족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물건은 나와 닮아 있거나 나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삶의 역사인 물건들과 함께 하루하루 지내는 건 궁극의 편안함이다.
 
홍현정(메이크업 아티스트)  
 
 
조명
13년 전 한 미술감독에게 받았다. 갓이 없는 상태로 받아 그대로 사용하다 조소를 전공한 남편이 갓을 만들어주어 여전히 잘 쓰고 있다.  
 
버리지 않고 계속 쓰는 이유 
남편은 오래된 창문틀이나 문틀, 유리를 재사용하는 목공 작업을 한다. 조명의 갓 역시 오래된 나무와 유리로 제작했다. 갓이 생기고 나니 더 특별하고 마치 다른 물건 같다.
평소 소비 패턴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은 식자재인데 SNS 광고에 쉽게 동요해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매한 적이 많았다. 이제는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꼭 필요할 때만 구매한다.
좋은 소비와 나쁜 소비
단순명료하게 상황과 분수에 맞는 소비를 하는 것이 좋은 소비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큰돈을 쓸 때는 작업에 필요한 실을 살 때다. 해외를 통해 구입할 때는 돈이 더 많이 든다. 그렇지만 그 돈이 낭비는 아니다. 소비의 도덕성을 가르는 것은 쓸모 있음과 없음의 차이인 것 같다.
버리지 못한 물건의 지속가능성 
유리라 깨질 때까지 쓸 것이다. 갓이나 조명 중 하나가 멀쩡하다면 다른 것을 구해 또 새로운 느낌으로 쓰면 된다.
오래 쓰는 물건이 주는 즐거움 추억이 깃든 특별한 낭만이 있어 바라만 봐도 즐거워진다. 
 
정은실(작가, ‘직조생활’) 
 
 
무쇠 프라이팬
8년 전 지금의 아내와 동거를 시작하고, 부쩍 요리에 관심이 늘면서 조금 진지하게 ‘나만의 팬 찾기’에 빠졌다. 많이 쓰는 논스틱 팬들을 종류별로 사용해보는 건 물론이고 스테인리스 팬, 카본 스틸 팬, 달걀말이 전용 쿠퍼 팬 등 거의 모든 재질의 팬을 다 사봤다. 당시에 주물 팬 중 가장 인기가 높았던 게 롯지사의 스킬렛이었고, 우리 집 선반에 한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버리지 않고 계속 쓰는 이유 
팬 겉면의 온도가 무척 느리게 올라가는 데다가 한번 올라가면 불을 줄여도 쉽게 식지 않아서 달걀 프라이 하나 하기도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게다가 표면도 거칠어서 기름을 둘러도 제대로 온도를 맞추지 못하면 웬만한 단백질은 다 눌러붙는다. 뚱뚱한 몸에 열을 잔뜩 머금고 있는 터라 얇은 고기는 올리자마자 익어버리기 때문에 익히는 타이밍을 맞추기도 힘들다. 그런데도 버릴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양념 고기가 잔뜩 눌러 붙어 볼썽사나워져도 쓱쓱 닦으면 어제 산 팬처럼 반짝반짝 빛이 난다. 싱크대 찬장 아래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녹이 쓸 때까지 못 본 척 놔둬도 케첩을 발라준 뒤 쓱쓱 닦아내면 또 다시 어제 산 팬처럼 빛이 난다.
좋은 소비와 나쁜 소비 
책과 술과 음식은 헤프게 사야 맞지만, 그 외 모든 건 신중해야 한다. 잘 산 가구는 평생을 쓰지만, 필요에 의해 산 가구는 쉽게 질려 버리고 싶어지기 마련이니까.
버리지 못한 물건의 지속가능성 
이 스킬렛이 고장 난다면 정말 큰일이다. 필시 상해사건이나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테니까. 평생 주물 팬은 이것만으로 족할 것이다.
오래 쓰는 물건이 주는 즐거움 
기타리스트들이 한 악기를 오래 쓰는 이유는 어떤 앰프에 물려도 자신이 원하는 톤을 빨리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 악기와 연주자가 함께한 경험치가 그만큼 높아서 가능한 일이다. 내 스킬렛도 마찬가지다. 어떤 화구에 올려도 대략 고기를 언제 올리고 뒤집어야 할지 알 수 있다. 
 
박세회(〈에스콰이어〉 피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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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박의령,윤혜영
    사진/ 신선혜
    웹디자이너/ 한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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