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STAINABILITY

사라지는 갯벌과 멸종위기 저어새의 상관관계

인간의 개발에 의해 살 곳을 잃은 어떤 생명은 인간이 만든 섬에서 필사적으로 생존을 도모한다. 서해안 갯벌을 터전 삼고 살아가다 하루아침에 집을 잃은 여름 철새 저어새의 이야기다.

프로필 by 고영진 2024.10.12
세계 5대 갯벌이라 불리는 곳들이 있다. 유럽의 북해, 아마존 하구, 미국과 캐나다의 동부 해안, 그리고 대한민국 서해안. 영종도를 포함한 인천, 강화 갯벌은 진흙과 모래가 섞인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어 세계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는다. 인천 송도의 갯벌은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등 세계 멸종위기종의 번식지로서 희귀동식물 서식지인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어 있다. 동북아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이자 국내 두루미와 저어새 전체 개채의 80%가 이곳에 서식한다.
동시에 갯벌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서해안의 상황도 다를 바는 없다. 본격적으로 개발에 가속이 붙은 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실행된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새만금 개발사업과 인천 준설토 투기장 건설과 같은 대규모의 갯벌 매립 사례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인천공항 건설 과정에서 사라진 갯벌만 45km²에 달한다. 2000년대 이후 갯벌의 공익적 가치가 논의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그 규모는 줄었다지만 지금도 어디선가 갯벌의 숨구멍을 막는 일은 진행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어떤 생물은 소리 소문 없이 내몰려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라지는 갯벌에 대한 이야기가 언제나 그곳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동식물의 생존 문제로 귀결되는 이유다. 게와 조개 같은 생물부터 멸종위기종들은 갈 곳을 잃은 지 오래. 국내에서는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의 생존이 가장 우려되는 실정이다. 해마다 국내에서 50~70마리씩은 번식에 성공하던 저어새가 제2준설토 투기장 매립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2018년엔 단 한 마리도 부화하지 못했다. 이듬해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대책으로 인공섬인 ‘영종저어도’를 만들었다. 4월부터 7월 무렵이면 영종도 근처에 조성된 이 섬에는 저어새가 떼를 지어 모여 있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조류팀은 갯벌과 저어새를 비롯한 멸종위기종의 문제를 가장 가까이서 목도하는 기관 중 하나다. 영종저어도를 포함한 서해안 갯벌의 환경을 정화하는 활동부터 저어새의 둥지 컨디션을 관리하는 일까지, 크고 작은 일을 도맡는 박민구(가명) 연구원에게 지금 서해안 갯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에 대해 물었다.

저어새를 포함한 멸종위기종이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많아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영종저어도를 비롯한 대체 서식지가 지금보다 안정적인 환경이 되도록 다양한 관점에서 모니터링하고 보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퍼스 바자 서해안 인천 지역의 갯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1980년대 이전에 비하면 30% 이상 줄어든 수준이라고.
박민구(가명) 언제부터인가 갯벌은 개발 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메워져야 하는 대상이 됐다. 1970~80년대 간척·매립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던 무렵 가장 정점을 찍었다. 영종도 갯벌은 1980년대 영종경제자유구역, 1990년대 북항구역, 2000년대 영종투기장처럼 10년 단위로 개발 이슈가 있었으니 지속적으로 매립과 훼손이 이어져온 셈이다. 뉴스에서 자주 언급되는 쓰레기 매립장이나 공항시설 문제도 결국 갯벌로 이루어진 공유수면을 건드리는 문제다.
하퍼스 바자 갯벌은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수많은 동식물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지금과 같은 갯벌 개발이 계속될 때, 생태계에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박민구(가명) 갯벌은 생태계를 깨끗하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좀 더 광범위한 시각에서 봤을 땐 기후위기의 주범이라 불리는 탄소를 흡수하는 역할도 한다. 우리나라 갯벌이 승용차 11만 대가 1년 동안 뿜어대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건 갯벌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해양생물들의 서식지 문제다. 특히 인천 영종도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서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영종도 인근 갯벌이 파괴된다는 건 멸종위기 철새들의 번식과 보호라는 문제로 직결된다. 주의 깊게 관리하고 있는 종으로는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가 있다. 봄·여름철에 영종도 인근에서 번식을 한다.
하퍼스 바자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저어새 같은 멸종위기종의 대체 서식지로 인공섬 ‘영종저어도’를 만들었다. 사진으로 봤을 땐 그저 돌 무더기만 있는 척박한 환경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곳은 해양생태계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박민구(가명) 영종저어도는 영종도 인근 갯벌에 위치한 인공섬이다. 저어새 번식지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 서식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세히 보면 저어새 부리 모양을 하고 있다. 2km 근방에 같은 역할을 하던 ‘수하암’이라는 바위가 있었는데, 개발과 공사로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해 영종저어도가 만들어졌다. 척박해 보인다고 했지만, 바위 위에서 번식하는 야생 저어새들의 생존 환경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든 것이다. 바위를 이용해 암반을 조성하고, 토양으로 덮어 일부 식생이 자랄 수 있게 했다. 국가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장소는 아니지만, 사람이 지속적으로 출입하는 과정에서 저어새 집단 번식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어 가급적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하퍼스 바자 결국 갯벌 훼손으로 인한 대체 서식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또 한 번 갯벌을 매립했다는 얘기인데. 인공섬을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피해는 어떻게 상쇄되는가?
박민구(가명) 영종저어도는 굉장히 작은 규모다. 짚어준 것처럼 갯벌을 매립해 만든 섬이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생태계 훼손이 발생하지만, 국지적인 환경 변화에 그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해양조류에 집단 번식지를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면을 더 높이 살 수 있다. 지금 국내에 저어새 집단 번식지로 조성된 인공섬은 총 3곳이 있다. 저어새가 이 공간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다른 종들과는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영종저어도가 만들어진 지 5년이 흘렀다. 위치와 구조, 필요조건 등 인공섬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주요 데이터가 꽤 많이 쌓였다는 얘기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체 서식지를 마련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하퍼스 바자 최근 뉴스에 의하면 영종저어도 주변 갯벌도 개발의 일환으로 매립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영종저어도 역시 개발로 인해 설 자리를 잃는다면, 멸종위기종을 위해 새로운 인공섬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는 방법밖에 없는 것인가?
박민구(가명) 현실적으로 봤을 땐 그렇다. 앞서 말했듯 인공섬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인위적인 환경 변화를 초래하지만, 멸종위기종의 번식과 보호 측면에서는 분명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먼 바다에 위치한 섬에서 번식하는 저어새의 특성상 연안에 위치한 갯벌에서 먹이 사냥을 하기 위해서는 장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인공섬은 대체로 연안에 조성되기 때문에 새들이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연구자들이 번식지 안에서 발생하는 위협 요인을 빠르게 발견하고 관리와 개선을 하기 적합하다. 올해 저어새들의 부화율이 높았던 건 너구리나 설치류 같은 포식자로 인한 피해를 발견하고 사전 대응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하퍼스 바자 갯벌이 사라져 집을 잃게 된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고 성공적으로 번식시키기 위해 어떤 관리가 더 필요할까?
박민구(가명) 저어새를 포함한 멸종위기종이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많아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근본적으로는 갯벌 개발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땐 영종저어도를 비롯한 대체 서식지가 지금보다 안정적인 환경이 되도록 다양한 관점에서 모니터링하고 보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대체 서식지에 둥지 재료로 활용할 수 있는 식생을 보다 디테일하게 조성하는 것처럼 말이다.

Credit

  • 사진/ 국립생태원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