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mon’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싱어송라이터 요네즈 켄시는 모든 뮤지션, 아니 모든 사람이 그렇듯 뒤틀린 2020년을 보냈다. 긴급사태선언으로 외출도 전혀 할 수 없던 시기에 그는 우연히 본 영화 한 편으로 큰 위로를 받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였다. 집 밖으로 나온 아이들이 종종걸음으로 뛰쳐나가는 장면. 그때의 이미지가 뇌리에 박혀 ‘카나리아(カナリヤ)’를 썼다.
고국의 언어와 운율은 다른 어떤 음악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면이 있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작업하며 프랑스 파리에 머물던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촬영을 끝내고 혼자 남으면 요네즈 켄시의 음악을 꺼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가 가져온 비일상의 일상화를 경험하며 10년 전 동일본 대지진을 떠올렸다. 창작자로서 그 사건을 자기 안에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부채감이 〈카나리아〉 뮤직비디오 연출 제안을 수락한 이유가 됐을까.
'이 상황에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은 아직 찾지 못했어요. 이번 작업은 결코 코로나를 테마로 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런 상황에 입각하여 작품을 만드는 일에 반걸음 정도 가까이 다가간 것 같아요. 이번 작업이 없었다면 저는 또 마음속으로만 이 사건을 끌어안은 채 10년을 보냈을지도 모르니까요.
‘카나리아’ 뮤직비디오에는 저마다의 이유로 사랑하는 이와 거리를 둔 사람들이 나온다. 삶과 죽음의 경계로 갈라져 비닐 너머로 작별 인사를 하는 노부부와 만나지 못하고 편지로 안부를 주고받는 학생들, 변심한 연인 때문에 혼자가 된 여자. 세 커플의 거리가 점차 가까워지고 마지막엔 한 배를 타고 같은 하늘을 바라볼 때 요네즈 켄시가 이렇게 노래한다.
괜찮아 / 당신과 함께라면 괜찮아 / 두 번 다시 여기로 돌아올 수 없다고 해도 / 당신과 함께라면 괜찮아 / 걸어 나가자 마지막까지 / 펄럭이는 바람이 부는 쪽으로.
두 아티스트가 만들어낸 긍정의 시너지가 우리 삶을 위로하는 순간. 내겐 마지막 후렴구가 이렇게 들리는 듯했다. 두 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해도 함께라면 괜찮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펄럭이는 바람이 부는 쪽으로 우리는 계속 걸어나갈 테고, 거기에 분명 카나리아는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