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바깥생활 Ep.6 방 대신 숲 구석 생활 도시 근교의 핀란드 숲 카페부터 오지 마을 쉼터와 알프스 오두막까지. 물론 모두 강아지 동반이 가능하다.
오포의 핀란드 오두막, 작은연못숲 카페 광주 오포읍에 위치한 작은연못숲. 어김 없이 등장하는 쿠루가 보인다.
분당의 곁 동네로 강남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오포읍은 도시와 지방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보인다. 분당에서 오포로 진입하면서 간혹 고층 아파트에 눈에 띄긴 하지만, 나지막한 건물에 대형 할인 상점과 주택 단지들이 대로변 사잇길의 능선 마을에 촘촘하게 박혀 있다.
그 깊숙한 산허리에서 매혹적인 카페들을 발견하곤 하는데, 작은연못숲도 그중 하나. 핀란드 레이크랜드의 호수 별장 같은 작은연못숲
오포의 유명 카페는 대부분 규모가 크고 베이커리를 동반하며,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작은연못숲은 덧붙여 핀란드 레이크랜드의 호수 별장 같은 근사한 풍경을 닮았다. 통나무로 지은 2층 건물 창문에는 나뭇가지가 아른거리고, 아이들의 기분 좋은 소리가 뛰어다닌다. 키 큰 나무가 둘러싼 카페 너머로 고요한 전원주택 단지가 있고, 카페 1층의 나무 테라스에 앉으면 물리적 장벽 없이 푸른 하늘을 통째로 품는다.
주말에는 먼 곳에서부터 찾아오는 고객들로 붐비지만, 주차장이 부족한 적은 없다. 카페 둘레에 띄엄띄엄 둔 통나무 테이블은 풍경과 잘 어울리고, 넉넉한 크기의 테라스는 여럿이 멀찌감치 앉아 바깥 풍경을 즐기기에 탁월하다. 하이라이트는 뒤뜰에 있다. 산장을 뒤덮은 덩굴은 날 선 추위를 만나 몸을 움츠리는 중이고, 벽면 한쪽에는 투박하게 잘린 장작이 쌓여 있다. 그 앞에 포즈를 잡으면 영락없는 핀란드 산장이다. 지난 핼러윈에는 귀여운 호박들을 쌓은 티피텐트를 세웠고, 지금은 몸을 데울 난로가 대기 중이다. 새하얀 눈이 마구 내리는 어느 날 핫초코 한 잔을 마시며 숲 구석에서 겨울의 낭만을 누리길 기다린다.
작은연못숲 경기 광주시 오포읍 수레실길 121-28, 커피 5천 원부터, 무화과스콘 5천 원, 반려견은 실외 동반만 가능.
지리산 오지 마을의 쉼터, 하늘호수차밭 푯말을 따라 온갖 풀숲을 헤치며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 들어가면서 ‘아, 이곳은 어떤 계절이든 고립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지리산둘레길 14구간과 만나는 중촌마을 산 중턱, 산골 오지다.
따뜻한 미소로 이방인을 맞이하는 안주인과 익숙하게 지게를 메고 들어오는 나무꾼 남편의 다정한 환대에 여행의 위안을 얻는다. 부부는 나무를 깎고 다듬어 산장을 짓고 손수 식탁과 의자를 만들어 내부를 꾸몄다. 지리산 나그네에게 쉼터를 내어 준 지도 벌써 25년째. 때마침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들른 오래된 손님은 경남 진주에서 아침에 갓 지었다는 쑥떡을 거리낌 없이 내어 준다. 산에서는 모든 것이 귀하고, 나누는 일은 일상이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이 자연스럽다.
누운 나무 의자에 기대앉아 황장산 능선을 바라본다. 사방에서 부는 바람이 처마에 달린 알록달록 룽타를 느긋하게 흔들고, 작은 종들이 평온하게 울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꽤 근사한 시간이다. 고목 뭉치에 꽂은 젓가락 한 쌍을 뽑아 파전을 나누어 먹고 주인아주머니가 만든 세련된 모히토를 마신다. 아주머니의 솜씨도 끝내주지만, 아름다운 풍광에 둘러싸여 맛보는 경험은 무척 특별하다.
쉼터 한 켠에서는 손님 한 명이 손바닥으로 타로를 모았다가 흐트러뜨리는 것을 반복하는 중이다. 자유로운 영혼이 모이는 곳이기에, 운이 좋으면 이런 범상치 않은 여행자 앞에 앉아 타로카드를 고르는 시간을 만나기도 한다. 불편함도 있다. 바람이 숭숭 드나드는 화장실은 용변이 두엄더미에 떨어지는 구조다. 톱밥이 용변을 자연 분해하는 생태화장실인 셈인데, 불쾌한 냄새는 거의 없다. 물론 처음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남다른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SNS가 없던 시절에는 이 쉼터가 소문으로만 존재했을 것이다. 이제 여행자들이 애써 찾아 드는 하동의 명소가 되는 중이지만, 지리산의 말간 기운과 주인 부부의 환대는 20년 전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하늘호수차밭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신촌도심길 178-25 계절전 5천 원, 모히토 5천 원
스위스 알프스 하우스, 친봉산장 제주 동쪽에 갈 때마다 진국의 비프 스튜와 이국적 기운을 그리워하며 친봉산장을 찾는다. 50년은 족히 된 마구간 건물이 알프스산맥의 외딴 산장을 닮은 근사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산장 구석구석을 보면 더욱더 흥미롭다. 바닥재와 기둥 골조는 모두 거친 나무 소재를 사용했고, 오래된 조명이나 마차 바퀴, 손때 묻은 가구와 빈티지 철제 소품, 그리고 산장지기가 수집한 기타들로 내부를 꾸몄다. 촛농이 흘러내린 대로 화석이 된 초가 그 자체로 근사한 조각품이고, 장작이 타오르는 벽난로에서는 따뜻하고 좋은 냄새가 난다. 억새잎을 쌓아 만든 의자와 오크통 테이블, 천장 다락에 놓은 아담한 목조 침대 등은 캠핑과 오프로드 드라이브를 즐기는 산장지기의 취향이 십분 드러나는 풍경이다.
아이리시 커피와 오랜 시간 고아 내는 가가멜스튜가 대표 메뉴. 가가멜스튜를 주문하니 나무 식기에 속을 비운 빵과 과일을 낸다. 큼지막한 솥을 불 위에 매달아 수 시간 우리는 스튜는 종소리가 들렸을 때 받으러 가면 된다. 연금술사처럼 솥단지를 휘휘 저은 다음 스튜를 건져 비운 빵 안에 담아 준다. 스폰지처럼 스튜를 머금은 빵까지 깨끗하게 해결하면 한 끼니 든든하다.
친봉산장 제주시 구좌읍 중산간동로 2281-3, 가가멜스튜 2만 원, 아이리쉬커피 1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