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킷은 Dior. 귀고리는 Cos. 반지는 Jem & Pebbles.
‘낚였다’고 웃었지만 그는 스스로 작은 사명을 안았다. 노년의 이야기는 어딘가 자연스럽지 못한 구석이 있다. 노인이 사랑을! 노인의 도전이! 그들의 삶이 시간을 오래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떠들썩해진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독특하면서도 오히려 현실감이 느껴졌어요. 노인들이 정말 저렇게 산다고? 의문이 드는 낯선 장면을 많이 봐왔거든요. 우리 곁에 있는 엄마, 이모, 할머니들의 안을 들여다보기 힘들지 않나요? 그 연세가 되면 현실 속에서 잘 감추고 살아요. 이 작품은 그 감춰진 것을 차분하게 드러내요.”

드레스는 Minjukim.
피해를 부정당하는 효정은 억울함에 통곡하지도, 소리 높여 호소하지도 않는다. 상대를 철저히 파멸시키려는 복수심에 불타는 일도 없다. 다만 자신의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사이다는 아니지만 목을 축이는 한 움큼의 샘물 같다. 다시금 물을 찾을 채비를 할 수 있게 하는. “관객들이 만든 사람의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한 보석을 찾아갔으면 해요. 우연히 아무것도 아닌 장면에서 무언가를 받아 갈 때가 있잖아요. 굳이 주제와 상관없이 그저 빨래를 너는 장면에서 비추는 햇빛의 은총에 감명받는다든지요.”

드레스는 Minjukim.
“괜찮으시겠어요?” 말을 꺼내진 않았지만 흔들리는 내 눈동자를 읽은 예수정 배우는 호쾌하게 말했다. “노는 거니까.” 추억의 만화 〈요괴인간 벰베라베로〉를 아냐고 물으며 마치 자신이 그 속의 ‘베라’가 된 것 같다며 콧노래를 불렀다. 머리를 높이 묶고 맨발이 된 그는 처음 보는 모습이 되어 촬영장 안으로 유유히 걸어 들어갔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독특하면서도 오히려 현실감이 느껴졌어요. 노인들이 정말 저렇게 산다고? 의문이 드는 낯선 장면을 많이 봐왔거든요. 우리 곁에 있는 엄마, 이모, 할머니들의 안을 들여다보기 힘들지 않나요? 그 연세가 되면 현실 속에서 잘 감추고 살아요. 이 작품은 그 감춰진 것을 차분하게 드러내요. - 예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