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킷, 스커트는 모두 Dior. 이어커프는 Leyie.
저녁 7시, 지후가 “동아리 활동까지 하고 SRT 타고 올라와” 카메라 앞에 섰다. 촬영이 끝나면 대구로 돌아가 “사투리 쓰고 오늘 급식 뭐 나오는지가 최대 관심사인” ‘원래의 박지후’가 된다. “친구들도 저를 특별히 대하지 않아요. ‘서울 갔다 왔나?’ 그러고 끝이에요.” 물론 영화 〈벌새〉가 개봉했을 때는 빠짐없이 극장에 모였다. “무슨 내용인지는 제대로 이해가 안 됐대요. ‘은희’라는 아이의 얘기구나, 울컥 하는 장면이 있었어, 감자전 먹고 싶던데? 이게 공통적인 감상 후기였어요.” 한동안 학교에서 ‘영지’ 선생님이 은희에게 하는 대사 “손가락을 펴 봐.”가 유행했다고 한다. 두 손을 쫙 펴고 그 얘기를 들려주는 지후의 눈이 반짝이며 반달 모양으로 사라졌다. 지후는 은희에게서 명도를 높인 섬세하고 명랑한 18세 소녀, 브래드 피트를 ‘빵 아저씨’라고 부르는 사랑스러운 수다쟁이, “국영수는 벼락치기가 불가능”하다고 못 박는 야무진 모범생, 세훈 & 찬열의 신곡을 “스밍(스트리밍) 돌리는 게 일상”인 아이돌 팬이자 커리어의 시작점에 선 배우다.
재킷, 스커트는 모두 Dior. 이어커프는 Leyie.
차기작으로는 좀비물 웹툰이 원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을 촬영 중이다. “첫 촬영에서 좀비와 맞닥뜨리는 신을 찍었는데 분장이 너무 리얼해서 진짜 리얼 반응이 나왔어요!” 지후와 인터뷰하며 나 역시 리얼로 여러 번 웃음이 터졌다.
엄마는 제가 너무 웃긴대요. 그 점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대요. 그러면서 배우로서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빛날 거야, 라고 하셨어요.
문득 〈벌새〉에서 은희가 “제 삶도 언젠가 빛이 날까요?”라고 쓸쓸하게 묻던 장면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