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야말로 재능과 노력, 감각과 사유, 본능과 학습의 화합으로 실행되는 예술이 아닐까. 배우는 허구의 이야기 속 자신이 맡은 인물을 분석해야 하지만, 큐 사인이 떨어지고 난 후에는 그냥 그 인물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소니는 똑똑하고 본능적인 배우다. 드라마 〈화영연화〉에서는 청초하고 강단 있는 모습으로 작가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의 상징적 인물이 되었고, 범죄영화 〈악질경찰〉에서는 그을린 눈빛으로 묵직하게 극을 이끌었다. “누굴 좋아할 때 사람마다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것처럼 연기도 그런 것 같아요. ‘영화’가 언젠가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하고 뭉근하게 다가서는 쪽이라면, ‘드라마’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내 마음을 표현하는 사랑이에요.” 2014년 데뷔해 주로 영화에 출연한 전소니가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건 드라마 〈남자친구〉와 〈화영연화〉다. “지수야, 울지 마, 같은 생생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그럼에도 영화를 향한 순정은 각별하다. “어릴 때부터 극장에 다녔어요. 어느 겨울밤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왔는데 다른 차원에 뚝 떨어진 듯한 느낌에 휩싸였어요.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어 계속 영화를 보는지도 모르겠어요.” 최근에는 재개봉한 〈패왕별희〉를 봤는데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장국영이 살아 있다고 느꼈다.
내가 이 세상에 없어도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에는 그 안에서 살아 있을 수 있다는 게 마법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