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의 요가원, 야노 시호의 웰니스 앱. 셀러브리티 웰니스의 새로운 트렌드
요가, 명상, 리트릿 등 경험 소비로 확장되는 웰니스, 셀럽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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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에서 경험 소비로
과거 웰니스 산업은 주로 화장품, 보충제, 운동복처럼 특정 제품 소비에 집중했다. 귀네스 팰트로의 ‘Goop’은 클린 뷰티, 건강보조식품, 기능성 푸드를 판매하며 수백만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제니퍼 로페즈 역시 “Beauty Has No Expiration Date”라는 슬로건 아래 스킨케어 브랜드를 출시했다. 두 브랜드는 젊음·아름다움·안티에이징을 강조하며, 웰니스를 외형적 효과에 집중시켰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반면 최근 관찰되는 새로운 흐름은 웰니스 역시 ‘경험 소비’ 혹은 ‘일상적 태도’에 완전히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사느냐”보다 “어떤 경험을 하느냐”로 무게 중심이 완전히 옮겨갔다. 이는 Z세대와 밀레니얼이 웰니스를 일상적 습관으로 받아들이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 글로벌 웰니스 시장은 2조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특히 젊은 세대는 전체 평균보다 더 많은 비중의 소비를 웰니스에 지출한다. 이효리의 요가원 역시 소프트 오픈 기간에 한 달 수업 신청이 바로 매진될 만큼 반응이 무척 뜨거웠다. 야노 시호는 웰니스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The Wellness Japan’은 요가·명상·리트릿을 큐레이션하는 웹사이트로 그가 선보인 첫 번째 프로그램은 일본 불교의 성지 고야산에서 진행되는 2박 3일 요가·명상 리트릿 프로그램이다. 체험 상품은 자연과 전통 문화, 공동체적 수련을 결합한 ‘몰입’을 제안한다.

사진/ 더 웰니스 재팬 웹사이트 캡처
연대보다 개인적 돌봄
그런데 경험 소비에 초점이 맞춰진 웰니스는 사회적·정치적 맥락을 담지 못하고 개인의 심신 관리와 자기 돌봄에만 한정되며 좁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웰니스 개념은 원래 1960~70년대 미국에서 사회적 연대, 대안적 의료, 환경·페미니즘 운동과 얽혀 있었다. 예컨대 전인적인 건강을 의미하는 ‘홀리스틱 헬스(holistic health)’ 운동은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신, 여성들의 건강권 요구와 함께 급격히 성장했다. 하지만 지금의 웰니스는 구조적 문제나 연대를 살피고 지적하기 보다, “명상으로 나를 돌본다” 혹은 “건강한 식사를 챙긴다”에 초점이 맞춰진다. 저명한 문화사회학자 에바 일루즈는 자신의 저서 『행복산업: 행복의 과학과 산업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통제하는가(Manufacturing Happy Citizens: How the Science and Industry of Happiness Control our Lives)』에서 “웰니스는 사회적 불평등과 정치적 문제를 가리는 개인화된 해법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실제 오늘날 웰니스는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는 일상에 지친 나를 치유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로 재정의해 소비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심리적 피로를 달래는 기능은 강력하지만, 동시에 탈정치화된 자기 관리와 개인적 책임으로 귀결되고 끝나버릴 가능성이 다분하다.
‘셀러브리티 웰니스’의 그림자

사진/ 넷플릭스 제공
이처럼 셀러브리티가 주도하는 웰니스 문화는 눈부신 성공과 동시에, 그만큼의 그림자도 짙다. 귀네스 팰트로의 Goop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The Goop Lab>까지 제작하며 세계적 관심을 모았지만, 일각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대체의학을 마케팅한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60만 원대의 ‘에너지워터’ 나 10만 원대의 수정 액세서리 같은 고가 제품은 평범함 이상의 소비력을 가진 상류층만을 위한, ‘자기 위안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킴 카다시안이 꾸린 웹 플랫폼 ‘푸시 Poosh’ 역시 건강하고 섹시한 삶을 표방하며 시작했지만, 보충제와 디톡스 콘텐츠를 적극 권한다. 지나친 디톡스 마케팅과 극단적인 식이요법을 권한다는 지적이 계속 이어진다. 또 다른 사례로는 모델 벨라 하디드의 향수 브랜드 Orebella가 있다. 하디드는 라임병 투병 경험을 웰니스 개념과 결합해 ‘피부 향수’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며 에센셜 오일을 사용했으며, 알코올 등 화학성분을 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내밀한 치유 과정까지 마케팅 소재로 내세우는 방식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쟁 또한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셀럽이 제안하는 웰니스를 동경하고 무비판적으로 따라하기 쉽다. 빛나는 아름다움과 건강한 외형은 우리 모두의 욕망에 불을 지핀다. 이 때 자연스레 사회구조적 문제는 가려지고, 돌봄은 상품화되기 쉽다. 다시 말해, 단편적으로 노출하는 연예인의 건강한 삶은 웰니스가 본래 지향했던 삶의 균형과 연대적 돌봄의 맥락을 약화하고, 개인의 몸·마음·이미지를 지나치게 브랜드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위험성을 내포한다. 또 다른 소비와 ‘코르셋을 조이는’ 자기관리의 언어로 환원되기도 한다. 예컨대 개인이 번아웃을 해결하기 위해 회사 제도를 바꿔 달라고 요청하는 대신, 퇴근길에 명상 앱을 결제해 자신을 달래는 식이다.




웰니스는 어디로 가나요?

사진/ 이효리 인스타그램
이효리와 야노 시호의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는 두 사람 모두 진정성과 단단한 자기 수련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효리는 제주로 이주한 뒤, 요가 수련을 거의 매일 꾸준히 해왔고, 티칭 경험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노 시호 역시 명상, 좌선 수행, 다양한 운동, 채식 등 건강한 삶을 수년간 이어왔다. 두 사람의 행보는 적어도 외형적 효과에만 집중했던 과거 할리우드 웰니스와는 완전히 다른 궤적에 놓여 있음은 분명하다. 그는 개인 SNS에서 “요가의 매력에 빠지셨으면 좋겠다. 동네 요가원에 등록하는 것이 제일 좋다”라고 전하며, 자신의 요가원 홍보가 아닌 ‘생활 속 요가의 확산’을 보다 강조한다. 단순히 자신의 이름을 건 비즈니스가 아니라, 요가라는 수련법이 널리 확산되기를 바라는 태도가 읽힌다.

사진/ 야노시호 인스타그램
또한 ‘경험 기반 공동체’로서의 확장 가능성도 충분하다. 원데이 클래스에 모여 함께 요가하고, 리트릿에서 타인과 만나 공유하는 경험은 고립되기 쉬운 현대 사회에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야노 시호가 강조하는 키워드 역시 “건강, 명상, 웰니스 어드보킷(advocate)”이다. 그의 웰니스는 개인적 훈련을 넘어 공동체적 경험, 즉 함께 하는 힘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도 분석해 볼 수 있다. 물론 웰니스가 ‘돌봄의 정치’로 확장될 수 있을지, 아니면 ‘개인적 소비의 습관’으로만 남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웰니스에 대한 열망은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이제 웰니스는 유행이 아니라, 몸과 마음, 일상의 리듬을 설계하는 핵심 키워드가 된 지 오래다. 어쩌면 생존과 직결된 안전과 안정에 대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욕망을 비추는 거울일지도 모른다. 살기 팍팍해진 시대에 ‘잘 살기(well-being)’에 대한 욕구는 이상하리만큼 강해진다.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웰니스가 사회적 연대와 돌봄에 힘을 실을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다. 더 나아가, 자본 구조 논리에 구애 받지 않는 건강한 삶의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 치열하게 묻고, 고민하고, 그 답을 찾는 것뿐이다.

사진/ SHIHO x 高野山 Wellness Retreat
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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