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달픈 눈빛, 묘하게 현실감이 거세된 말투, 주변 온도를 1~2℃쯤 낮추는 허무하고 서늘한 분위기. 실제로 한소희를 만났을 때의 첫인상이다. 하지만 그녀의 블로그를 본 사람이라면 특유의 무뚝뚝한 유머 감각을 잘 알 거다.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허허’와 ‘무튼’, 웬만하면 유산균을 챙겨 먹으라는 말로 끝인사를 대신한다. 2017년 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로 데뷔했을 때부터 낯선 어법의 그를 특히 젊은 여성 팬들은 ‘정크 언니’라 부르며 아끼고 사랑했다. “예전에는 제 블로그를 백 명이 봤다면 지금은 천 명이 보니까 한 줄 쓰는 데도 부담이 돼요. 그런데 이 업계에 뛰어든 이상 인터뷰든 드라마든 영화든 저라는 사람을 보여주고 그에 따른 혹독한 평가를 듣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일 같아요. 저에게는 이런 일들이 피할 수 없는 거죠. 블로그는 계속하려고요. 팬들과 연결됐다고 느끼는 소중한 공간이니까요.”
화제작 〈부부의 세계〉가 끝나고 새로운 작품을 준비 중인 한소희는 최근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좋아서 작가의 다른 소설들도 사 놓고 “틈나는 대로 읽으려고 노력” 중이고, 집을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는 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며, 가장 즐겨 하는 게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다. 그리고 “배우에겐 무엇보다 체력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스물여섯 살이다. “그래서 저 오늘도 선정릉 한 바퀴 돌았어요!” 루스한 블랙 진에 흰색 크롭트 티, 닥터 마틴을 신은 한소희가 뿌듯함을 가득 담아 말했다. 고등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서울에 올라와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잇다가 모델이 되었고 “더 표현하고 싶어”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영감을 선사하는 매혹적인 뮤즈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경험한 치열한 현실과 절절한 감정, 신비로운 환상을 어떤 형태의 예술로든 표현하고 그것으로 소통하길 원하는 사람이다.
삶이 지치고 힘들 때 ‘다 잘될 거야’라고 근거 없는 낙관을 보여주는 것보다, 나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담담하게 들려주는 게 더 위로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언젠가는 요즘 청춘들의 막막한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작품에 출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밝지도, 재밌지도 않을 수 있겠지만 큰 위로가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