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Art&Culture

영화로 대만 여행하기

영화평론가 듀나가 <바자>에 보내온, 대만이라는 공간의 독특하고 다양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추천 영화 리스트.

BYBAZAAR2020.08.03
고전(古典)
월몽롱조몽롱 Moon Fascinating, Bird Sweet 
(감독 첸 야오츠, 1978년)
옛날 동아시아 영화를 볼 때 느끼는 것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변했다는 것이다. 20세기는 격동의 시대였으니 변화 자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겠지만, 아무래도 우리 동네이니 그 차이가 더 눈에 뜨인 게 아닐까?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70년대 할리우드 대중영화와 동아시아 대중영화를 비교해보라. 암만 봐도 후자가 더 이상해 보인다. 사고방식뿐만 아니라 미의식도 다르다. 첸 야오츠의 〈월몽롱조몽롱〉은 대만 작가 경요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영화 여신으로 군림하기 전의 임청하가 주연으로, 그가 우리가 아는 영화 스타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목격할 수 있는 흥미로운 타임 캡슐이다. 임청하는 유치원 교사 링샨으로 나온다. 같은 건물에는 심각한 말썽쟁이 여자아이 추추가 살고 있다. 링샨은 추추의 아버지 펭페이와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펭페이의 전처이자 추추의 엄마인 게 분명한 여자가 링샨 앞에 나타난다. 이 정도면 모범적인 멜로드라마처럼 보인다. 뒤로 가면 〈레베카〉스러운 미스터리도 기다리고 있는 것 같고. 하지만 정작 보면 충격의 연속이다. 일단 링샨이 처음 만난 추추에게 체벌을 가하는 장면부터 어이가 없다. 아버지인 펭페이가 링샨에게 화를 내는 건 당연한데, 그 다음에 펭페이는 직접 추추를 체벌한다. 여기서부터는 당연히 추추를 정상적인 궤도로 돌려놓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여야 할 텐데, 왜 두 사람의 연애 이야기로 흘러가는 걸까? 앞의 두 장면으로 두 사람 모두 점수가 확 깎였는데 말이다. 답은 그게 70년대 아시아 사람들에겐 당연한 사고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애우가(愛友家)
남색대문 Blue Gate Crossing 
(감독 이치엔, 2002년)
요새 인기인 넷플릭스 영화 〈반쪽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본 시청자라면 이치엔의 〈남색 대문〉을 추천한다. 비슷한 소재의 이야기인데 2002년의 대만 타이베이와 2019년(일 것이다. 누가 봐도 〈반쪽의 이야기〉는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이전 이야기니까) 미국 시골마을이라는 공간은 전혀 다른 느낌의 다른 영화를 만들어낸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두 여자아이와 한 남자아이의 이야기다. 몽크루와 리위에쩐은 단짝 친구다. 리위에쩐은 학교 수영선수인 남학생 장시호를 좋아하게 된다. 몽크루는 수줍은 친구 대신 장시호를 만나지만, 장시호는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리위에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몽크루를 좋아하게 된다. 몽크루 역시 리위에쩐을 몰래 사랑하고 있다. 절대로 답이 나올 수 없는 빙빙 도는 삼각관계 이야기다. 하긴 그 나이에 벌써 답을 얻어서 무엇하겠는가.
정말 병아리 시절(그동안 18년의 세월이 흘렀다!) 계륜미와 진백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이다. 다들 영화배우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풋풋한데, 그 때문에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투박하고 귀여운 감성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두 사람 모두 국내 팬이 많은 배우들인데 왜 이 영화가 아직도 정식 수입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대만의 여름을 즐길 수 있는 거의 완벽한 영화다. 여기서 대만의 여름은 철저하게 영화적인 대상을 가리킨다. 보다 보면 21세기 초반에 여름 교복을 입고 자전거로 후텁지근한 타이베이의 저녁 거리를 질주한 적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애우가(愛友家)
피노이 선데이 Pinoy Sunday 
(감독 호위딩, 2009년)
타이베이가 배경이라고 해서 꼭 대만인이 주인공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호위딩의 〈피노이 선데이〉에서 두 주인공 다도와 마누엘은 자전거 공장에서 일하는 필리핀 사람들이다. 당연히 중국어 대사도 많지 않다. 중간에 어떤 대만인 남자노인이 두 주인공에게 제발 중국어로 말하라고 호통을 지르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이 영화의 긴장감을 대표한다고 하겠다.
다도와 마누엘만큼 중요한 영화의 주인공은 소파다. 두 사람은 어느 날 빨간 가죽 소파가 버려지는 것을 보고 숙소로 가져와 밤하늘의 별을 보며 맥주를 마시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파처럼 덩치 큰 물건을 집까지 직접 끌고 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의 여정은 지금까지 대만인 중심으로 보아왔던 타이베이를 완전히 낯선 모습으로 다시 보게 한다.
당연히 슬랩스틱의 비중이 크고 그중 일부는 무성 영화 코미디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전통적이지만 대놓고 웃기려는 영화는 아니다. 그보다는 언어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꿈을 키워가며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내면을 그리는 담담하고 씁쓸한 영화에 가깝다. 
 
 
〈영화와 공간: 타이베이〉는 한국영상자료원KOFA 홈페이지를 통해 6월16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되었다. 동일한 극장 기획전은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었지만 곧 만나볼 수 있게 될 예정이다. 

Keyword

Credit

  • 글/ 듀나(영화평론가)
  •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
  • 웹디자이너/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