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H
ESSENTIALS

그것이 내가 목욕을 좋아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욕조에 발을 넣은 후 목까지 잠길 만큼 몸을 푹 담그는 순간 물이 부드럽게 나를 감싸안는 느낌을 받는다. 마치 자궁 속에 있는 듯해 태어날 때로 돌아간 기분이다.
특히 비 오는 날, 그중에서도 폭풍이 치는 날의 목욕이란! 욕실 창문으로 빗물이 떨어지고 빗소리가 들리는 상태에서 따뜻한 물에 아늑하게 들어가 있으면, 요란한 바깥세상과 단절돼 내 시간만 정지된 것 같다. 화가 피에르 보나르의 그림 속 그의 아내처럼 말이다.(그림 속 그녀는 푸른색과 노란색 물감으로 칠해진 물에 몸속을 편하게 뉘고 있다.) 이런 아늑함을 느끼기 가장 좋은 시간대를 꼽으라면 어두운 밤, 촛불이 물에 반사될 때이다.


강으로 가는 길고 비밀스러운 통로를 지나 열쇠로 나무 문을 열고 드넓은 풀밭을 가로질러 강물에 미끄러지듯 들어가곤 했다. 강물에 들어가면 갈대들이 발가락을 간지럽혔고 가끔은 발을 얽어매기도 했다. 이럴 땐 내가 마치 요정이 된 기분이었다. 같은 강에서 자주 수영을 하던 작가 버니지아 울프는 이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부드럽기도, 즐겁기도 하며, 나른하기도, 멜랑콜리하기도 하다. 나는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흐르고도 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커다란 보름달이 비친 검은 물을 바라보며 내 얼굴이 깊은 물속으로 사라지는 걸 지켜보곤 했다.


나를 비롯해 많은 여성들이 목욕에서 위안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신경과학자이자 작가인 타라 스와트는 “따뜻한 물에 있으면 사랑하는 사람과 있을 때 생성되는 옥시토신이 생성돼요.”라고 말한다. 그녀는 목욕의 효과를 얻으려면 최소 15분에서 20분 동안 욕조에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래야 물에 있는 미네랄이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고 삼투 과정을 통해 피부에 스며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마그네슘은 피부를 통해 가장 잘 흡수됩니다. 피부가 신체에서 가장 큰 기관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녀는 꾸준히 영양 보충제를 먹지만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목욕을 한다고 전한다. 또 목욕은 신체의 호르몬 반응을 유도하여 불안감을 줄이고 마음을 진정시켜준다. 타라 스와트는 “당신이 참을 수 있는 가장 뜨거운 온도에서 목욕을 하면 몸은 고통에 대한 반응으로 엔도르핀을 방출하고 당신은 기분이 좋아질 거예요.”라고 덧붙인다.


목욕은 고유의 절차와 의식이 있는 개인적인 행위이지만 동시에 누구나 탄생의 과정을 통해 공유한 경험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어떤 이는 욕조의 물에 소금을 채우고, 향기로운 기름과 가루로 휘젓고, 욕조 옆에 촛불을 켜둔다. 또 다른 이는 발을 담글 때 신음이 날 정도로 뜨거운 물을 좋아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손가락에 주름이 생기고 물이 식을 때까지 물속에 머문다. 그러나 핵심은 같다. 목욕은 기적의 치료법이거나 당신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점이 희석될 때까지 마음을 진정시키고 새로운 영감이 피부에 스며들게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