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돌로 만든 스툴

요즘 공간의 풍경이 재밌어졌다면 그건 이들이 게으름을 피우지 않은 덕분이다. 돌, 데모, 차차차, 이케아 등 의외의 단어로 자기 자신을 설명하는 젊은 가구 디자이너 네 명, 그리고 그들의 흥미로운 작품 탄생 스토리.

BYBAZAAR2020.04.06
 

MY

FURNITURE 

이시산, ‘무위’ 스툴
“저기 혹시 선생님 아니시죠?” “네, 아닙니다.” 작품만 보고는 백발이 성성한 꼰대 할아버지 선생님일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가구 디자이너 이시산은 영화 〈라라랜드〉와 레고를 좋아하는 젊은 청년이었다. 다만, 그가 또래와 다른 게 있다면 산과 강으로 그렇게 돌을 주우러 다닌다는 거다. “제가 사는 아파트 뒤가 광교산이라 거기에 수레를 끌고 가서 줍기도 하고요. 학교 근처 수주팔봉에서 돌을 주울 때는 대학교 동기에게 차를 빌려 트렁크에 실어 와요. 친구에게 욕 많이 먹었죠.” 충주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등산하고 낚시하던 것이, 이 모든 힘든 일의 시작이었다. “친구 따라 낚시 하러 가서 작은 돌들을 줍기 시작했어요. 친구들이랑 ‘야, 이 돌은 너 닮았다’라고 농담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보니 사람과 정말 닮았더라고요. 돌마다 형태도 다르고 질감이나 색감도 다르잖아요. 그게 매력 있더라고요.” 마침 그때 그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건축을 추구하는 이타미 준의 건축 철학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면서 그 세계를 확장하자는 이우환의 모노하 사상, 그리고 무리해서 무엇을 하지 않고 그러한 대로 살자는 노자의 무위자연 사상에 꽂혀 있었다.
자연의 돌이 기준이 돼서 그로 인해 조형이 생기고 기능이 생기는 가구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의 작업은 철저하게 돌 중심적이다. 주워온 돌에 따라 형태나 구조가 달라진다. 그는 마치 득도한 사람처럼 자신이 새롭게 뭔가를 창조해냈다기보다는 자연의 돌을 “발견”하고 “활용”했다고 말한다. 자연과 인공의 대비를 위해 철판을 덧댔을 뿐이라는 것. “저는 돌을 발견하고 가져오는 행위까지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름도 ‘무위’예요.” 물론 처음엔 수평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돌을 깎기도 하고 구멍을 내기도 했지만, 작업을 하면 할수록 화만 나고 기분만 찝찝했다. 이젠 원하는 돌이 있으면 가공하는 대신, 자연 속에서 시간을 더 보낸다. 당연히 허탕 칠 때도 많다. “원래 목적 없이 등산하잖아요. 그냥 산책했다고 생각해요. 좋은 공기도 마시고요.” 이 정도면 자연인에 가깝지 않나? “엇, 저 〈나는 자연인이다〉 좋아해요. 거기서 짱돌찌개라고, 돌을 끓여서 먹기도 했잖아요.” 그가 앞으로 만들 스툴을 설명하며 해맑게 덧붙인다. “이제 돌 두 개만 더 구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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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나지언(프리랜스 에디터)
  • 에디터/ 박의령
  • 사진/ 김연제
  • 웹디자이너/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