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영화제 화제작, '속초에서의 겨울'을 보고
제 26회 전주국제영화제 스페셜 2 _ 전석 매진된 영화를 보고나서, 에디터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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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의 추억
로베르트 발저 상을 수상한 엘리자 수아 뒤사팽의 데뷔 소설을 각색한 <속초에서의 겨울>이 공개되었다. 강릉이 봄이라면, 속초는 겨울이다. 만약 이 명제에 동의한다면 당신도 이 영화의 멜랑콜리가 반가울 것이다.

“속초에서 평생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딨어? 날씨도 맨날 우중충하지 냄새나지 지루하지.” <속초에서의 겨울>을 연출한 코야 카무라가 일본계 프랑스인이며 원작 소설을 쓴 엘리자 수아 뒤사팽이 한국계 프랑스인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이 대사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극중 화자가 자기 비하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이 영화가 속초를 바라보는 시각은 현지인과 다르지 않다. 강릉이 봄이라면 속초는 겨울이다.
한국인 어머니를 둔 엘리자 수아 뒤사팽은 12살에 가족들과 한국 속초에 놀러갔던 기억을 꺼내어 이야기를 집필했고 이 소설로 데뷔와 동시에 로베르트 발저 상을 수상했다. 스위스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프랑스인 소녀에게 강원도의 속초라는 장소가 얼마나 이질적이었을지 상상하면, 검푸른 겨울 바다 색깔과 피부에 와닿는 한기와 생선가게 도마의 끈적임 같은 것들이 작품 안에서 왜 그토록 인상적으로 묘사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번에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동명의 프랑스 영화 <속초에서의 겨울>은 이러한 속초의 우중충한 날씨와 생선 비린내와 쓸쓸한 정취를 시각과 청각으로 구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스물네 살 수하는 서울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하다 고향 속초로 돌아온 인물이다. 얼굴도 모르는 프랑스인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가슴 한편에 간직한 그녀는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엄마와 단둘이 살면서 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랑스에서 온 한 남자 얀 케랑을 손님으로 맞이하게 된다. 남자는 종이와 잉크로 그림을 그리는 프랑스의 유명 만화가로 영감을 찾아 속초로 왔다. 두 사람은 함께 속초 시내와 울산바위, DMZ를 여행하며 서서히 가까워지는 듯하지만 둘 사이엔 여전히 어색함과 긴장이 감돈다.
그래서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선’이다. 언어와 언어의 경계, 문화와 문화의 경계, 장소와 장소의 경계. 두 사람의 어설픈 프랑스어와 영어가 그렇고, 매운 음식을 만드는 여자와 매운 음식을 못 먹는 남자가 그렇고, 두 사람이 함께 돌아본 군사분계선이 그렇다. 두 사람은 각자의 예술을 통해 그 경계를 좁히거나 벌리기 위해 노력한다. 남자에겐 그림이고 여자에겐 요리다.
영화의 미덕은 이 ‘선’이 때로 서사가 된다는 점이다. 극중 만화가로 등장하는 얀 케랑의 작품에 빗대어 영화는 수하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앙네스 파트롱의 추상 애니메이션을 중간 중간 삽입한다. ‘선’은 여성의 나체가 되었다가 이내 날아오르는 물고기가 된다.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났다. 사실 관계만 나열하자면 지극히 싱거운 한 문장으로 끝날 만남을 통해 수하는 스스로를 옥죄던 불안으로부터 조금은 느슨해질 수 있으리라.
“당신의 멜랑콜리가 좋아요”라는 수하의 대사처럼, 만약 당신이 속초의 멜랑콜리를 좋아한다면, 분명 이 영화의 멜랑콜리도 반가울 것이다.
Credit
-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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