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또 한 번 숨어서 만든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
2025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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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INCIDENT
그저 사고였을 뿐.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동일한 구절의 영화로 이 비겁한 문장 뒤에 숨은 대상을 정확히 겨냥한다.




늦은 밤, 남자는 만삭인 아내와 어린 딸을 태우고 운전 중이다. 그러다 갑자기 차 앞으로 끼어든 개를 치어 죽이는 사고를 낸다. 사고는 비교적 잔잔하게 표현되지만, 대처하는 남자의 얼굴이 묘하다. “그냥 사고였어.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돼 있어. 그런 일을 벌어지게 한 것도 다 신의 뜻이고.” 놀란 딸을 달래는 엄마의 말 역시도.
이 사고로 차 엔진이 고장나 들른 정비소에는 정비공 바히드가 일하고 있다. 과거 임금 체불 문제로 수감된 적 있는 그는 남자의 의족에서 나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듣고 자신을 고문했던 정보관이라 확신한다. 바히드는 곧장 그를 미행해 납치한 뒤 산 채로 묻을 계획을 세운다. <그저 사고였을 뿐>은 포로가 된 남자를 차 트렁크에 실어둔 채 그의 정체를 추적하는 하루 동안의 여정을 보여준다. 바히드는 또 다른 피해자들을 찾아 도움을 청한다. 이들은 고문을 당할 때 모두 안대로 눈을 가리고 있었기에 남자의 정체를 확신할 수 없다. 앞을 볼 수 없는 채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끔찍한 기억을 또 한 번 들춰야 하는 아픈 시간이 계속된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이 영화로 올해의 칸영화제에 초청받아 레드 카펫 입장 때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체제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출국 금지 명령과 자택 구금, 징역형까지 받았던 그는 2018년 칸영화제에서 <3개의 얼굴들>로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을 때에도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에겐 영화제 참석 자체가 하나의 사건인 것이다. 감독은 감옥에 수감되었던 경험에서 이 영화를 시작했다. “눈 가리고 벽 보고 앉아 있게 하면 널 못 알아볼 줄 알았어? 아무리 눈을 막아도 귀는 다 들리거든.” 눈을 가린 채 숱한 심문을 받아야 했던 경험이 영화에 그대로 드러난다. 이 작품 역시 허가를 받지 않고 만들었기 때문에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과 함께 비밀리에 촬영했고, 후반 작업은 프랑스에서 해야 했다. 이러한 수고를 겪어가면서도 정권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멈추지 않는 것은 이를 마땅히 해야 하는 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는 2025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자파르 파나히는 베니스 국제영화제,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포함한 3대 영화제 전부에서 최고상을 받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감독이 되었다. 그는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창작자들에게 공을 돌리며 다음과 같은 수상 소감을 남겼다. “우리의 모든 차이와 문제를 제쳐둡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나라와, 자유입니다. 저는 두렵지 않습니다. 영화제가 끝나면 곧바로 테헤란으로 돌아가 다음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할 것입니다.”
※ <그저 사고였을 뿐>은 10월 1일 개봉한다.
Credit
-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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