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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기억해야 할, 믿고 읽는 번역가 5
번역은 녹슬지 않을 기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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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AI의 시대. 번역가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아예 대체할 거라는 예측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문학 계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끗’ 차이를 만드는 ‘휴먼 터치’는 여전히 힘이 세기에.
최근 번역 계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주제 중 하나는 ‘과연 AI가 문학 번역가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 노르웨이에서는 11월 소설가 욘 포세의 이름을 딴, 욘 포세 문학 번역가 상을 제정했다. 202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욘 포세의 문체는 무척 시적이고 음악적인데, 비영어권 문학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려면 섬세한 노르웨이-영어 번역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보기 때문. 그의 작품과 관련 없어도 노르웨이 문학을 전세계에 알렸다는 공이 인정되면, 누구나 수상 가능하다. 번역가가 AI의 위협에 직면한 직업이라는 오명을 벗기고, 이들의 업적을 기리는 목적은 물론 문학계에서 노르웨이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취지이기도 하다. 상금은 무려 50만 크로네(한화 약 6천 5백만원). 초대 수상자는 힌리히-슈미트-헨켈이다.
욘 포세 상이 보여준 것처럼 번역이라는 작업이 없다면 좋은 책을 발견하고, 읽을 수 있을까?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된 작품 읽기 경험은 사실 절대 수월하지 않다. 잡아내지 못한 뉘앙스를 놓치거나, 한 글자 차이로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번역에 따라 아무리 두껍고 어려운 전문서라고 해도 술술 읽힌 경험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믿고 읽는 국내 번역가 5 실력은 기본! 전문 분야 하나를 깊게 파거나 반대로 다양한 세계를 넘나들며 고유한 세계와 영역을 구축해온 국내 번역가들은 굉장히 많다. 소개하는 다섯 명의 번역가의 이름을 잘 기억해 두자. 작가 또는 출판사를 보고 책을 고르듯 번역가를 믿어보는 시도가 분명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게 해줄 테니.
2023년 시사 주간지 시사인이 선정한 ‘올해의 번역가’로 주목받은 그는 일찍이 자기 세계를 확고하게 구축해 나가는 베테랑 번역가다. 전업 번역가 생활 10년차를 훌쩍 넘은 그는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를 내는 책을 주로 선택한다.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했다가 트랜스젠더임을 밝힌 배우 엘리엇 페이지의 자서전 『페이지 보이』, 출간과 동시에 화제가 된 『논바이너리 마더』, 오드리 로드의 소설 『자미』 등을 작업했다. 동시대 가장 사랑받는 에세이스트 레슬리 제이미슨의 저작을 연달아 옮기기도 했다. 최근엔.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에 이어 『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의 유려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옮겼다.
EBS 다큐멘터리 팀의 리서처와 ‘여성 신문’ 기자로 일하며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최리외 번역가는 낭독과 집필까지 다양한 분야와 프로젝트를 넘나드는 인물이다. 번역이라는 세계를 깊게 파기보다, 텍스트를 둘러싼 다양한 영역으로 자신의 저변을 확장할 줄 아는 신선한 캐릭터. 다능적인 면모가 번역의 깊이를 더욱 깊게 만드는 듯 하다. 특히 여성 작가의 책이나 여성의 말하기가 주가 되는 책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아직 번역으로 참여한 책의 권수는 많지 않지만, 앞으로의 작업이 더욱 기대되는 번역가랄까. 사랑과 예술의 관계를 담은 장편소설 『Y/N』과 록산 게이의 신간 『아무도 우리를 구해주지 않는다』를 번역했다.
오랜 시간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다가 번역가로 완전히 전직한 케이스. 단어의 어원을 되짚기를 좋아하고, 30년 동안 일주일에 책과 만화, 영화를 보는 습관 덕에 센스있는 번역이 가능했다고. 『고래가 가는 곳』 이라는 첫 번역작품으로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이미 실력이 검증된 번역가다. 벽돌책의 정석 『인덱스』, 과학 전문서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처럼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훌훌 읽을 수 있게 번역하는 능력이 강점. 여성학자 정희진의 오디오 팟캐스트 ‘공부’에서 실력이 좋고 유망한 번역가로 소개되기도 했다.
20년 넘게 작업해온 성실하고 꾸준한 번역가다. 부업으로 시작한 일이 전업이 되기까지는 근기와 성실함이 비결이었다는 업력을 뛰어난 결과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번역 스타일도 성정과 무척 닮아 있다. 문장 하나를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위트까지 가미해 번역하는 투철한 직업 정신이 느껴진다. 그의 번역 덕분에 아무리 두꺼운 벽돌책도, 어렵게 느껴지는 과학서도 흥미로운 소설처럼 단숨에 읽어버릴 수 있다. 물론 과학고와 카이스트에서 화학을 공부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환경정책학을 수료한 배경 덕분이기도 하다. 기자, 인터넷 서점에서 일하며 책에 대한 높은 이해도로, 그가 작업한 책은 실패가 없다. 고르기도 벅차지만,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와 율라 비스의 『면역에 관하여』, 올리버 색스의 『고맙습니다』는 강력 추천한다.
말에도 맛이 있다면 다채로운 맛을 내는 번역가라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그의 번역은 리듬감이 느껴지고 위트를 가미하는 일에도 거침이 없다고 느껴진다. 어른책과 어린이책 번역을 함께 해왔기 때문에 ‘라임’을 잘 살리고, 의성어나 의태어를 적재적소에 쓰는 훈련이 되어 있기 때문인 듯. 2015년 당시 ‘페미니즘 리부트’ 시대의 흐름 속 『나쁜 페미니스트』와 『헝거』등을 번역하면서 본격 출판계에서 주목해야 할 역자로 입지를 굳혔다. ‘페미니즘 책 전문 번역가’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작가로서 여러 권의 에세이를 내면서도 꾸준한 번역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클레어 데더러의 에세이 『괴물들』을 작업하고 북토크를 진행하기도 했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욘 포세 상이 보여준 것처럼 번역이라는 작업이 없다면 좋은 책을 발견하고, 읽을 수 있을까?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된 작품 읽기 경험은 사실 절대 수월하지 않다. 잡아내지 못한 뉘앙스를 놓치거나, 한 글자 차이로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번역에 따라 아무리 두껍고 어려운 전문서라고 해도 술술 읽힌 경험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작가의 개성이 강하고 은유와 복잡한 문맥이 생명인 문학 작품일수록 번역의 존재감은 커진다. 확실한 것은 ‘뛰어나고 잘한 번역’은 있다는 사실. 결국 번역이야 말로 섬세한 기교와 예술에 가깝다. 인공지능이나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기예’의 영역에 가깝다.
번역은 책을 고르는 남다른 안목과 언어를 다듬고 고르는, 부단한 자기 단련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역시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의 조력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거라는 의견을 지나치기란 어렵다. 즉, 좋은 번역은 독자로 하여금 더 넓은 세계를 탐험하게 해준다. 그렇기에 번역가의 일이 갖는 중요성과 가치는 축소되지 않을 거라고 감히 예언해본다. 믿고 읽는 국내 번역가 5 실력은 기본! 전문 분야 하나를 깊게 파거나 반대로 다양한 세계를 넘나들며 고유한 세계와 영역을 구축해온 국내 번역가들은 굉장히 많다. 소개하는 다섯 명의 번역가의 이름을 잘 기억해 두자. 작가 또는 출판사를 보고 책을 고르듯 번역가를 믿어보는 시도가 분명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게 해줄 테니.
송섬별

사진 / 반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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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리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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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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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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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문학동네
Credit
- 사진/ 연합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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