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이솝이 집을 만든다면?

아름답고 감성적인 공간에 실용성까지 갖춘 이솝 홈

프로필 by 박경미 2024.06.07
사진 Aesop/ 중국 전통 건축 양식을 반영해 지은 별채 공간.

사진 Aesop/ 중국 전통 건축 양식을 반영해 지은 별채 공간.

이솝에서 집을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까? 베이징 최초의 시그니처 스토어 이솝 왕푸 중환 하우스 19에서 그 형태를 엿볼 수 있다. 자금성 옆에 위치한 베이징 시그니처 스토어 뒤로 돌아가면 활기 넘치는 도심에서 고요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이솝 홈: 하우스 19’가 등장한다. 청나라 마지막 황제인 푸이(Puyi)의 사촌이 머물렀던 저택을 재현한 이곳은 중국 전통 건축 양식인 사합원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며 별채가 갖는 역사적인 의미까지 담겨있다. 세 개로 나눠진 공간은 각각 다른 이솝의 아로마틱 인센스 아로마를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사진 Aesop/ 앰버 글라스 벽돌을 쌓아 가구를 만든 안채의 모습.

사진 Aesop/ 앰버 글라스 벽돌을 쌓아 가구를 만든 안채의 모습.

안채는 휴식, 식사, 사교 등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중국의 전통 건축에서 엿볼 수 있는 회색 벽돌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앰버 글라스의 벽돌을 쌓아 탄생한 추상적인 가구가 눈에 띈다. 앰버 글라스에 닿은 햇빛이 신비로운 색을 만들며 공간을 물들이는 광경은 이곳의 핵심 포인트. 또한 스킨, 헤어, 바디, 홈 케어를 위한 제품을 따로 분류해 안채의 본래 기능을 고려하면서 실용성까지 생각했다. 이곳에서는 히노키의 상쾌하고 우디한 향을 느낄 수 있는 ‘무라사키 아로마틱 인센스’ 향을 느낄 수 있다.
사진 Aesop/ 오른쪽에 위치한 별채 바닥에는 ‘사라시나 아로마틱 인센스’ 원료가 카펫처럼 깔려 있다.

사진 Aesop/ 오른쪽에 위치한 별채 바닥에는 ‘사라시나 아로마틱 인센스’ 원료가 카펫처럼 깔려 있다.

집 안의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두 개의 별채는 각각 다른 특징을 가진다. 첫째의 성숙함과 책임감을 표현한, 오른쪽에 위치한 별채는 사색과 자기 성찰의 시간을 위한 고요한 휴식처로 꾸며졌다. ‘사라시나 아로마틱 인센스’의 향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바닥에는 샌들 우드를 중심으로 한 따뜻하고 편안한 스파이스향의 원료들이 마치 카펫처럼 깔려 있다. 천장에는 거대한 흰색 천을 인센스의 연기처럼 걸어 공간에 들어오는 사람을 압도한다.
사진 Aesop/ 초목의 크기를 달리해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연출한 왼쪽 별채.

사진 Aesop/ 초목의 크기를 달리해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연출한 왼쪽 별채.

왼쪽에 위치한 별채는 초목이 가득한 놀이 공간으로 구성되었으며 공간을 따뜻하게 채우는 ‘카케로우 아로마틱 인센스’를 경험할 수 있다. 아이들의 성장을 암시하듯 크기별로 초목을 나눠 배치해 젊은 활기와 순수함을 표현했다.

사진 Aesop

사진 Aesop

‘이솝 홈: 하우스 19’는 2021년 팀에 합류해 캠페인, 협업, 이벤트, 오피스 공간까지 브랜드가 존재하는 모든 곳에 통일성을 부여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이 카토(Aï Kato)가 작업했다. 그에게 '이솝 홈: 하우스 19'의 디자인에 대해 물었다.

‘이솝 홈: 하우스 19’을 만들 때 가장 세심하게 고려한 것은 무엇인가?
가족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된 만큼 사려 깊게 마련된 감각적인 요소를 고려하면서 조용하게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시그니처 스토어처럼 주변 환경과 조화롭다. 고자재를 사용하고 빈티지 가구를 배치한 것 이외에 어떤 점을 고려했나?
시그니처 스토어와 이솝 홈 사이의 조화를 위해 특정한 아이템을 의도적으로 디자인하거나 배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토리가 있는 건축은 그 자체로 강력하기 때문에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 그것은 우리와 건축가에게 영향을 끼치고 방향성을 잡는 지침이 되었다.

‘이솝 홈: 하우스 19’ 운영이 종료되면 유리 벽돌은 어떻게 활용할 예정인가?
건축물, 주변 지역, 우리를 연결하는 ‘도구’에 대해 심사숙고했다. 우연히 후통(담장과 건물이 마당을 사각형으로 둘러싼 중국 전통 건축 양식인 사합원이 줄지어 형성된 골목)에서 비주얼적인 리듬감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솝의 정체성 중 하나인 ‘앰버’ 컬러로 유리 벽돌을 만들게 됐다. 한겨울 늦은 오후, 현장을 처음 방문했을 때 내벽에 반사되는 아름다운 갈색 그림자를 보고 공간에 잘 어울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처럼 이솝 제품들과 어우러지도록 신중하게 선택해 설치물로 탄생한 것이기 때문에 개별 조각으로 해체해 재활용할 예정이다.

어린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별채 안에 있는 초목은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았다는 설명을 들었다. 많은 식물 중 왜 초목을 선택했나?
서쪽 별채는 그린 노트의 베티버와 이구사, 건조한 샌들 우드가 돋보이는 ‘카게로우 아로마틱 인센스’ 아로마가 공간을 채운다. 신선하고 차분한 허브 향을 발산하는 푸른 이구사 풀이 상쾌하고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하기 적합했다. 활기와 순수함이 느껴지지 않나?

장자를 위한 공간은 문 안으로 한발 들어오자마자 훅 끼치는 향이 인상적이었다. 바닥에 놓인 재료들의 패턴에도 규칙이 있나?
‘스파이스 매트’는 기존 건물 바닥 타일 패턴에서 영감을 받았다. ‘원인’인 재료와 ‘결과’인 연기처럼 퍼져 나가는 아로마가 별채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바닥과 천장 직물 사이에 부드럽게 부유하는 아로마를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장자를 위해 만들어진 별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고요한 휴식을 취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달라.
공간 밖에서 퍼져 나가는 아로마를 맡으며 집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 다음 안으로 들어와 아로마에 흠뻑 취한 상태로 향이 공간에 퍼지는 형상의 직물과 ‘스파이스 매트’ 주변을 천천히 걷는다. 마지막으로 나만의 ‘자리’를 찾아 벤치에 착석하면 주변 환경과 나의 경계가 흐릿해 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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