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아시아 아트 마켓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Art&Culture

앞으로의 아시아 아트 마켓

과연 아시아 아트 허브는 어느 도시인가? 아시아 미술계는 이 질문에 사로잡혀있다.

BAZAAR BY BAZAAR 2023.05.06
 
아트 바젤 홍콩 2023에서 무라카미 다카시가 설립한 카이카이 키키 갤러리 부스.

아트 바젤 홍콩 2023에서 무라카미 다카시가 설립한 카이카이 키키 갤러리 부스.

 
2023년이 되자마자 아트페어는 물론 옥션, 전시회 모두 오프라인 행사로 전환됐다. 지난 1월 중순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트 싱가포르(ART SG)를 시작으로 2023년 상반기에 열리는 주요 미술계 행사만 해도 상당하다. 지난 3월에는 아트 바젤 홍콩이 열렸고, 5월에는 타이베이에서 당다이 아트페어가, 7월에는 도쿄에서 첫선을 보이는 도쿄 겐다이가 열린다. 두 페어는 아트 싱가포르를 설립한 ‘아트페어의 미다스 손’ 매그너스 렌프루가 총괄해 기대를 모은다. 아트 바젤과 UBS가 2022년 미술시장을 분석한 ‘아트마켓 2023’ 리포트에 따르면 전체 미술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 성장한 약 678억달러(89조원)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7% 성장한 아트 딜러 시장이 이끌었다. 특히 아시아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졌는데 리포트는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의 개최 효과로 한국 아트 딜러의 매출은 40%, 일본 아트 딜러는 28%로 늘어나며 아시아 아트 딜러의 매출이 26% 급성장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지역에 이렇게 많은 페어가 생기는 배경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현시점에서 아시아 미술시장의 쌍두마차는 홍콩과 서울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듯하다. 미술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홍콩이 다시 아시아 미술시장을 대표하는 수도의 자리를 탈환할 것인지 혹은 앙팡테리블인 서울이 홍콩을 밀어낼 정도로 부상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앞선 리포트에서 세계 최대 미술시장은 전 세계 매출의 45%를 차지하는 미국에 이어 영국(18%), 중국(17%), 프랑스(7%) 순이다. 한국은 처음으로 집계에 잡히며 전체 점유율 1%를 기록했다. “홍콩은 넘볼 수 없는 옥션시장과 거대한 구매력을 지니고 있어요. 말하자면 홍콩은 경력직이고 서울은 신입사원과도 같죠.” 아트 컬렉터 이영상의 말이다. 하지만 그는 홍콩 미술계가 매력적인 이유는 조금 다른 지점에 있다고 부연한다.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 같은 국제경매사에서 기라성 같은 경매 출품작들로 연 특별전 등을 보면서 홍콩 미술계의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팬데믹 기간 중 새롭게 탄생하거나 어려움을 딛고 잘 버텨온 로컬 공간들이었습니다. 이처럼 참신한 미술 실험을 이어나가는 로컬 아트 신이 홍콩의 국제적인 미술시장과 이루는 조화가 부러웠습니다.” 그의 말 대로 홍콩 미술계의 저력은 단순히 지정학적 위치, 경제적 논리에서만 나온 것은 아니다. “홍콩 미술계는 모든 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돌아갑니다. 이번에 소더비는 K11 뮤제아에서 프리뷰를 선보였어요.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있어요. 이런 게 바로 홍콩 미술계가 지금의 유산과 위상을 갖게 한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The Asian Art Market in 2023: What’s the View from Hong Kong?’이라는 주제로 열린 아트 바젤 홍콩의 ‘컨버세이션’ 프로그램에서 패널 중 한 사람이 한 말이다. 그는 “좋은 예술을 소개하는 일이라면 학계와 상업 갤러리조차도 협력적인 관계를 이루는 걸 쉽게 볼 수 있다”며 홍콩 미술 생태계의 거시적인 비전과 유연함을 역설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도 있다. 2019년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노골적으로 영향력을 끼치는 중국 중앙정부의 권위주의적인 목소리는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표방하는 현대미술의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며 음험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갤러리의 프라이빗 디너, 미술관의 오프닝 파티 등에서 이어진 술자리가 깊어질 때면 이와 관련된 우려와 탄식이 흘러나왔다. 홍콩 미술계는 페어가 열리는 아트 위크 기간 동안 가장 화려한 모습으로 전 세계인을 맞이했지만 그 세련된 얼굴 이면에는 불안과 체념이 감지됐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외부인의 마음 역시 무겁긴 마찬가지였다.
“서울과 홍콩 중에 어느 도시가 더 아시아 미술 수도로 적당하냐는 질문은 누구나 한번쯤 머릿속에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비교해볼 만큼 빈번하게 받았을걸요. 그래서 아트 바젤 홍콩에 나가기 전에는 괜스레 비장해지는 마음도 들고 그랬는데요.(웃음) 페어장이나 프라이빗 디너 등의 자리에서 몇 년 만에 익숙한 얼굴들을 보니까 그저 너무 반갑더라고요. ‘너는 코로나 몇 번 걸렸니?’ 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챙기기 바빴어요. 아트페어란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친분을 나누며 미술에 관해 얘기하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미술에 대한 사랑을 키우는 자리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죠.” 조현화랑 주민영 디렉터의 말을 들으며 앞서 언급한 컨버세이션 프로그램에서 LGDR&웨이 갤러리의 설립자 레베카 웨이가 한 말을 떠올렸다. “오늘날 미술 생태계를 이루는 사람들이 서로를 더 우호적으로 지원하게 됐어요. 팬데믹으로 움직일 수 없었던 지난 3년여의 세월 동안 절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이죠. 서로가 필요하고 서로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요.” 나는 이 말을 프리즈 아시아 VIP & 사업 개발 총괄 권민주 이사와 나눈 얘기로 확장하고 싶다. “홍콩과 서울은 각각의 도시가 지닌 유산과 매력을 바탕으로 얼마든지 상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왜 우리는 단 하나의 아시아 아트 허브를 상정하는 걸까요? 상반기에는 아트 바젤 홍콩, 하반기에는 프리즈 서울이 시너지를 내면서 파이를 키우는 양대 페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한편 이번 홍콩의 아트 위크 기간 가장 인상적인 전시는 아트 마켓을 떠난 타이쿤에서 만났다. 타이쿤은 홍콩의 근현대사를 상징적으로 시각화한 듯, 센트럴 한가운데 할리우드 로드, 올드 베일리 스트리트 등으로 둘러싸인 경찰서, 관공서, 빅토리아 감옥 등을 집합체로 탈바꿈한 복합문화공간이다. 그리고 타이쿤 내, 죄수의 마당(Prison Yard) 한쪽에 헤르조그 & 드 뫼롱이 설계한 현대미술 갤러리가 있다. 이곳에서는 LGBTQ+ 성소수자를 주제로 한 전시 «Myth Makers—Spectrosynthesis III»가 진행 중이었다.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아트 컬렉터인 패트릭 선이 예술을 통해 아시아 전역의 성소수자 권리를 증진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 단체인 선프라이드 재단과 공동 주최한 전시 시리즈 중 세 번째로 아트 위크 기간 열려 호평을 받았다. 첫 번째 전시는 타이베이 현대미술관에서, 두 번째 전시회는 방콕 예술문화센터에서 열렸다. 입구에서부터 반가운 조합이 눈에 띄었는데,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인 정은영의 여성 국극을 소재로 한 신작과 홍콩 비디오아트의 선구자인 엘렌 파우의 광둥성 오페라 스타 커플에 대한 비디오 작품이었다. “퀴어 정체성이 인류의 정체성만큼이나 오래되었으며 근대나 서구의 발명품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챕터였다. 과거 경찰서와 감옥이었던 타이쿤의 물리적 장소가 주제에 몰입할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하는 두 번째 챕터, ‘Queering is a verb’라는 리플릿 속 문구를 섹시한 대안적 우주로 형상화한 세 번째 챕터까지 근현대사의 변곡점을 거치며 유사하고도 판이한 궤적을 걸어온 아시아 국가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퀴어라는 프리즘을 통해 상상해보게 하는 전시였다. 팬데믹 이후 새롭게 열린 세계에서 개척해야 할 ‘아시아성’에 관한 무지갯빛 대안은 아니었을지!
 
 
타이쿤에서 열린 «Myth Makers—Spectrosynthesis III» 전시 전경.

타이쿤에서 열린 «Myth Makers—Spectrosynthesis III» 전시 전경.

 

2023년 아시아에서 예정된 페어 및 주요 전시를 소개한다.    

 

Taipei Dangdai Art & Ideas

아트 바젤 홍콩의 전신인 홍콩 아트페어를 성공적으로 설립하고 이끈 매그너스 렌프루가 만들었다. 아트 바젤의 공식 파트너인 스위스 글로벌 금융기업 UBS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타이베이 당다이는 첫 행사부터 세계 정상급 갤러리가 집결해 주목을 받았다. 팬데믹으로 여러 차례 연기되다 열리는 제4회 당다이에서는 전통공예의 유산인 종이를 재료로 탐구한 대규모 몰입형 예술 설치작품을 선보이는 등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타이베이 난강센터에서 5월 11일 시작한다.
 

Tokyo Gendai

올해 첫 에디션을 선보이는 도쿄 겐다이는 30년 만에 도쿄에서 개최되는 국제 현대미술 페어다. 현대미술보다는 모던아트 쪽을 더 선호하는 도쿄 미술계의 보수적인 취향이 어떻게 페어와 조화를 이룰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블럼&포, 사디 콜스, 스카이 더 베스하우스  등 70여 개의 참여 갤러리를 발표했으며 AR, VR, NFT와 같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실험적인 작품들도 전시될 예정이다. 퍼시픽 요코하마에서 7월 7일 시작한다.
 

«Botticeli to Van Gogh: Masterpieces from the National Gallery»

런던 내셔널 갤러리는 2024년에 200주년을 맞이한다. 이에 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52점으로 구성한 전시 «Botticeli to Van Gogh: Masterpieces from the National Gallery»를 2023년에서 20204년 초에 걸쳐 아시아 순회 전시로 진행한다. 첫 번째 개최지는 상하이 박물관으로 오는 5월까지 전시가 이어지며 올해 말에는 홍콩에서 전행되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 모아진다.
 
컨트리뷰팅 에디터 안동선은 올해 아시아 아트페어를 유랑하며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나라들이 몇 세기 동안 공유해온 철학과 미감 그리고 식문화를 경험할 꿈에 부풀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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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안동선
    사진/ 아트 바젤 홍콩, 타이쿤 제공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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