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 만난 각양각색의 벽들

우리가 사랑하는 도시 서울에 펼쳐진 다양한 벽을 살펴봤다.

프로필 by 안서경 2025.10.09

당신의 벽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 만나볼 수 있는 25개의 ‘벽’들은 우리가 사랑하는 도시, 서울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건축 전시에 왜 가야 해?’ 누군가 물으면 건축 업계에 속하지 않은 이들은 “글쎄 왜 거길 가야 하지?”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이번엔 다른 경험을 할 것이다.” 최근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은 영상을 통해 꽤 확신에 찬 포부를 밝혔다. 나 역시 고백하자면, 여태껏 건축 전시를 가면 설계도나 모형을 어디서부터 볼지 몰라 헤매다 드로잉만 기웃거리던 경험이 숱하다. 토마스 헤드윅은 이번 비엔날레를 건축이 낯선이들도 한데 모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밀한 광장으로 만드는 데 방점을 뒀다.

아트위크 기간 동안,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는 바리케이드에 가려진 채 다양한 단어와 그림이 새겨진 담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로 90m, 높이 15m 규모의 <휴머나이즈 월>은 1000여 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앞으로의 서울을 묻는 답변을 모아 만든 조형물이다. 커다란 담장 뒤로는 각양각색의 24가지 벽이 세워진다. ‘일상의 벽(Seoul’s Walls of Public Life)’은 동시대 창작자들의 상상 속 건축물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다. 무드보드 혹은 편평한 건축 모형 같기도, 실제 건물의 일부를 뚝 떼 놓은 것 같은 이 작업에는 총 24팀이 참여했다. 2022년 프리츠커 수상 건축가 디에베도 프란시스 케레와 일본 건축가 겐고 구마, 국내 젊은 건축사사무소인 네임리스와 모어레스는 물론 패션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와 주얼리 디자이너 스티븐 웹스터, 셰프 에드워드 리까지. 도통 같은 범주로 엮을 수 없는 이들이 펼쳐낸 질감, 색상, 패턴, 소재 실험을 마주할 수 있다.

토마스 헤더윅은 벽을 통해 왜 온통 주관적이고 시각적인 것들에 집중했을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진 지금, 우리는 물리적이고 우연한 상호작용을 기대하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죠. 감상적일지 모르지만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궁극적으로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사람들이 어떤 장소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 장소는 지속 가능할 수 없죠. 시민들이 자신의 도시에 대해 더 민감한 감각을 갖게 되는 것. 우리를 둘러싼 건물에 대한 사랑, 즐거움, 감정에 대해 많은 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9월 26일부터 11월 18일까지 열린다.

Credit

  • 사진/ 케레 아키텍처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