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바깥생활 vol.56 광주문화공간 우제길 화백이 이룬 빛의 조각
우제길미술관 무등산 중머리재에서 발원한 계곡이 자작하게 흐르고, 나즈막한 건물 너머로 무등산 자락이 마을을 안전하게 품는다. 그 중심 가장 양면한 터에 우제길미술관이 있다. 광주 태생의 ‘빛의 화가’ 우제길 화백의 아틀리에이자, 그의 아내인 김차순 관장이 헌신적으로 지은 빛의 조각품이다. 20여 년 전 전남 최초의 사립미술관으로 출발해 2014년 승효상 건축가의 설계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우제길 화백의 조각 설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야외 정원
빛에 따라 무한 변주하는 비정형의 외관, 서까래를 올려 단 듯 개방감 가득한 카페, 무등산 능선이 걸림 없이 보이는 전시장 조망, 자연 음향 공간인 야외 무대 등 인간 중심의 섬세하고 세련된 디자인은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게 한다.
우제길 작가의 상설 전시와 기획전, 워크숍 등이 이어지며, 지층에 우제길 작가의 아틀리에가 있다. 시공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지하 7m의 땅을 팠고, 외부로 솟은 유리 피라미드 구조의 천장을 설치했다. 일반 관람객에게 개방된 공간은 아니지만, 아틀리에 한쪽에 채운 아카이브 자료실은 그야말로 보물 같은 발견이다. 광주서중학교 음악 노트 같은 학창 시절 기록부터 베트남전쟁 참전 당시에 받은 그림 편지, 어머니의 애틋한 손편지 등 60년 가까이 모은 개인 자료가 잘 정리되어 꽂혀 있다.
운이 좋으면 아틀리에에서 작업 중인 우제길 작가와 조우해 비밀스러운 공간을 둘러볼 수도 있을 것. (i) 광주광역시 동구 의재로 140-6, 062-224-6601, 11:00~17:00
양림동 문화를 이끄는 마을 광장
10년후 그라운드 1층 그라운드홀에는 ‘카페1890’, 로컬 편집숍 ‘여라상점’이 들어서 있고, 2층에는 문화 교육, 강연이 이루어지는 공간들이 자리한 2층 건물이다. 건축물은 본래 1969년 체육관으로 처음 지어졌고, 1975년부터 50여 년간 은성교회부설 유치원으로 운영되었다. 양림동 골목길은 애기단풍손을 맞잡고 삼삼오오 뛰놀던 아이들의 소리로 가득했을 것이다. 현재 유치원의 흔적은 거의 느낄 수 없지만, 지어질 당시의 외관은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외장재를 걷어내 붉은 벽돌 건물의 원형을 되살렸고, 낡은 내부를 전면 보강해 주변 풍광과 조화를 이루고자 했다.
공간디자인은 양림동의 상징이 된 호랑가시나무언덕 게스트하우스와 아트폴리곤 갤러리를 운영하는 정헌기 아트주(Artzoo)대표가 맡았다. 1층 전체에 목제 마루를 깔았고, 층고를 터서 마을 광장처럼 꾸몄다. 실내와 외부 별채에 언제든 사람을 모으고 행사를 치를 수 있도록 무대 단차를 두었는데, 실제로 양림동의 문화 기획과 축제, 네트워킹 등 주요 모임 대부분이 이곳에서 출발한다. 로컬 식자재와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식음료 서비스뿐만 아니라 10년 후의 삶을 함께 고민하는 다양한 지식 서비스까지 경험할 수 있다.
(i) 광주광역시 남구 양촌길 1, 070-4763-5070, 11:00~17:00(금, 토요일 21:00까지),
[traveler’s pick] 온 마을이 미술관이 되다, 양림동골목비엔날레
[traveler’s pick] 양림골목비엔날레
10년후 그라운드를 운영하는 문화 기업 쥬스컴퍼니(Juice Comefunny)는 양림동 주민, 예술가가 주체안 문화 행사 ‘1930 양림쌀롱’을 5년간 열었고, 광주 100년 이야기 시티투어버스, 양림골목비엔날레 등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며 마을 문화를 이끌어왔다. 올해 역시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예술가와 주민, 상인이 함께 만든 양림골목비엔날레가 열린다. 전남 작가 15명이 양림동 골목의 빈집과 빈 점포 7곳에서 전시하며, 양림동 작가들의 오픈스튜디오 11곳도 문을 열었다.
양림동 식당과 카페, 상점 30여 곳이 참여하는 ‘양림스푼위크’도 놓치지 말 것. 전 매장 10% 할인을 제공하며, 특별 메뉴와 상품을 선보인다. 10년후 그라운드에서 열리는 아트마켓, 아트쌀롱파티, 예술 체험 등 관련 이벤트도 풍성하다. 6월 25일까지. alleybiennale.modoo.at
음식, 사람, 예술이 있는 인문 가옥
동구인문학당 한국식, 서양식, 일본식 건축 양식이 섞인 동구인문학당 (c)동구인문학당
근대건축물을 재생한 공간 중에서 이토록 독특한 구조를 본 적 있던가?
한국식, 서양식, 일본식 건축 양식이 혼재한 본채에 먼저 시선을 빼앗긴다. 처음엔 전혀 다른 양식의 두 집이 시대를 두고 증축한 것으로 추측했으나, 사실상 처음부터 ‘하나의 집’으로 지어졌다. 완도 태생의 집주인 김성채가 1954년 사랑채는 양옥, 안채는 한옥으로 지어 ‘두 지붕, 한 집’ 한 몸으로 연결한 것. 내부는 목조로 마감되어 있고, 한 사람 겨우 들어갈 크기의 경사진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만화방으로 탈바꿈한 다락방과 만난다. 일제 강점기를 겪은 팔작지붕 한옥은 정면에 유리 덧문을 씌운 복도가 있고, 방에 깔려 있던 다다미는 낡고 썩어서 폐기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 전시 공간으로 쓰이면서 참여 예술가들의 작품은 그대로 근사한 살림 장식이 되었고, 주민의 연대와 모임이 이루어지는 모두의 공간이 되었다. 현재
한옥 본채에서는 다실 체험이나 문화 강연, 소규모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중정 맞은편의 현대식 건축물은 동구인문학당을 조성하며 새롭게 지은 것들이다. 그중 정자가 있던 자리에 파빌리온 형태의 공유부엌이 들어섰다. 마을 도서관 역할을 하는
시민책방은 규모가 크진 않지만, 동구의 역사서와 광주 작가의 아카이브, 5×18민주화운동 관련 연구소와 기념재단에서 발행한 중요 기록물이 잘 정돈되어 있다. 실내 대관은 광주 동구 주민에 한하며, 대관이 없을 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i) 광주광역시 동구 동계천로 168-5, 062-608-2176, 10:00~18:00, 월요일/공휴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