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LVMH 프라이즈 준결승에 오른 두 명의 한국인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2023 LVMH 프라이즈 준결승에 오른 두 명의 한국인

쿠시코크를 전개하는 사진가 조기석과 준태 킴의 디자이너 김준태의 비전과 열정

BAZAAR BY BAZAAR 2023.04.04

쿠시코크(Kusikohc)의 조기석

포토그래퍼이자 아트 디렉터 조기석은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자퇴 후 다양한 브랜드의 그래픽 작업과 세트 디자인을 진행하며 사진가로도 활동하기 시작한다. 젠틀몬스터와의 협업, 오혁, 크러쉬의 앨범 아트워크 등을 작업했고 2016년 과감한 실루엣과 실험적인 디테일이 돋보이는 브랜드 쿠시코크를 선보인다. 이후 사진가로도 주목을 받아 2022년 세계 패션 업계에서 영향력을 지닌 인물 500인을 뽑는 ‘BoF 500’에도 선정되었다.
 
2022 F/W.2023 S/S.
LVMH 프라이즈 준결승 진출을 축하한다. 파리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어제(인터뷰 전날) 귀국했다. 지금 기분이 어떤가? 
딱히 특별할 건 없다.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걱정과 프라이즈 결과가 궁금한 정도?(웃음) 시차적응 때문에 조금 피곤하다.
세미파이널리스트 선정부터 지난 3월 2일부터 진행된 파리 프레젠테이션까지. 이번 프라이즈의 모든 과정이 궁금하다. 
이탈리아의 비즈니스 파트너인 알프레도 칸두치(Alfredo Canducci)가 이번 프라이즈의 참가를 제안했다. 컬렉션을 전개하며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확신을 주어서 참가를 결정했다. 준결승 후보에 오르게 되어 파리 리추얼(Ritual Projects) 쇼룸의 쿠시코크 2023 S/S 컬렉션과 서울에서 공수한 피스들을 더해 프레젠테이션을 구성했다.
프레젠테이션의 반응과 기억에 남는 순간은? 
컬렉션 자체가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스타일이기에 호불호가 강하다. 이틀 동안 패션업계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는데, 최근 4월호 커버를 촬영한 프랑스 〈누메로(Numero)〉 매거진의 편집장 바베트 지앙(Babeth Djian)과 스타일리스트 이브 카마라(Ib Kamara)는 스튜디오가 아닌 쇼룸 부스에 서있는 나의 모습을 매우 신기해하며 축하해주었다. 특히 편집숍 머신-A(Machine-A)의 오너이자 디렉터 스타브로스 카렐리스(Stavros Karelis)는 오래전부터 쿠시코크를 지지해왔는데 이번 프라이즈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LVMH 관계자가 그를 통해 브랜드의 좋은 이야기를 많이 전달받았다고 전해 무척 고마웠다.
준결승에 진출한 15개국 22개의 브랜드 중 관심을 끄는 디자이너와 브랜드도 있는가? 
튀르키예계 프랑스 디자이너 버크 아크욜(Burc Akyol). 클래식한 테일러링 기반에 앤티크한 오브제와 디테일에 젠더리스 무드가 더해진 프렌치 감성 특유의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쿠시코크(Kusikohc)에 담긴 뜻도 말해달라. 
2015년 그래픽 디자이너로 참가한 한 방송 경연 프로그램에서 운이 좋게 우승을 했고, 그 상금으로 컬렉션을 시작하게 되었다. 쿠시코크란 브랜드명은 국적에 대한 부분이 모호하길 원했는데 나와 연관시키다 보니 이름을 거꾸로 해서 짓게 되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사람들이 잘 발음하지 못한다는 것이다.(웃음)
 
2023 F/W.2023 F/W.
‘실패할 권리(Right To Fail)’라는 브랜드의 슬로건도 인상적이다. 어떤 의미인가? 당신도 많은 실패를 경험했나? 
원했던 예고와 대학교의 진학 실패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다 보니 빨리 사회에 나가서 원하는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워낙 반골(反骨) 기질과 ‘화’도 많은 성격이라(웃음) 대학을 자퇴하고 브랜드를 구상하며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에 대해 탐구하던 중 시위를 접하게 되었다. 비록 혁명은 실패했지만 많은 의미와 영향을 미친 프랑스의 학생 운동 ‘68혁명’을 알게 되었고, 실패를 하더라도 도전 자체로 큰 변화와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 슬로건을 만들게 되었다.
2023 S/S 판타지(Fantasy) 컬렉션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요즘 가장 큰 관심사인 영상 매체 속 다양한 판타지를 상상했다. 마치 영화와 게임 속 캐릭터처럼 각각의 룩에 페르소나를 만들고 그 캐릭터의 면면을 소재와 실루엣, 디테일 등으로 표현했다.
특별히 애착이 가는 룩이나 키 피스를 하나 꼽는다면? 
‘폭발’을 모티프로 선보인 블루 컬러 피스. 파괴 작용과 터짐이 퍼져나가는 느낌을 섬세하게 담았다. 컬렉션의 전체적인 콘셉트를 잘 아우르는 룩이다.
쿠시코크를 좋아하고 입는 사람들은?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요소가 많아 패션을 즐기고 나의 사진과 작업을 좋아해주는 이들이 많이 입는다. 무척 감사한 일이지만 최근 든 생각은 슈프림(Supreme)처럼 대중적으로 좀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고 싶다는 것. 그래서 요즘 SNS나 디지털을 통해 다양한 크리에이터와 소통하며 작업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조기석은 어떠했나? 
어릴 때는 소위 말하는 ‘왕따’도 당하고 열등감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남들보다 빠르게 잘되고 싶은 열망이 강했다. 중고등학생 때 꾸준히 미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패션으로 영역이 확장된 것 같다.
영향을 받은 디자이너(아티스트)가 있다면?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진가 닉 나이트(Nick Knight). 그리고 디자이너 릭 오웬스(Rick Owens)와 콤 데 가르송(Comme Des Garçons). 이처럼 패션과 아트를 아우르며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대가들의 태도는 언제나 본받고 싶다.
 
2023 F/W 컬렉션 비주얼.

2023 F/W 컬렉션 비주얼.

당신의 작품에 많이 등장하는 꽃과 신체, 다양한 감정과 기계적인 요소 등 작업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과 애착이 가는 요소는? 
판타지! 환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꽃과 별, 날개 같은 모티프를 많이 사용하며 기계적인 요소와 인간의 감정 등을 접목해 발전시킨다.
다양한 해외 매체, 아티스트들과 많은 협업을 진행한다. 최근 진행한 프로젝트 중 인상적인 작업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칼리 우치스(Kali Uchis)의 뮤직비디오. 좋아하는 해외 뮤지션과의 작업도 처음이었고, 전문 분야도 아닌데 나를 믿고 맡겨줘서 고마웠다. 여러 어려움도 있었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물이 나와 기억에 남는다.
쿠시코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더불어 국내외 매거진의 사진 작업, 뮤지션의 앨범과 뮤직비디오 촬영 그리고 전시까지. 그 누구보다 하루를 촘촘히 살아가는데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일 자체와 나의 작업을 지지해주는 사람들. 요즘은 삶의 목적과 의미에 대해서 많이 생각한다.
휴가는 있는가? 
일 외의 시간, 관심사도 궁금하다. 작년에 태국으로 휴가를 갔다. 처음으로 혼자 한 여행인데 오토바이 뒤에 타고 이동하는 게 꽤나 기분이 좋더라. 밤에는 클럽도 가고 사람들 관찰하고, 그곳에서 계속 흘러나오던 투애니원의 노래도 인상적이었다. 올해 한 번 더 가볼 예정이다. 일 외의 시간은 최근 영상 작업을 계속하다 보니 스토리텔링에 부쩍 관심이 많아져 다양한 영화와 만화 등을 보고 있다. 관심사는… 연애?(웃음)
자, 이번 프라이즈의 최종 우승자에게는 30만 유로, 약 4억원의 상금이 주어진다고. 만약 우승자로 선정되면 어떤 계획이 있는가? 
디자인팀의 인원 충원과 더불어 그래픽 파트를 강화하고 싶다. 여기에 사이트와 고객관리 등 브랜드의 운영적인 부분에 투자해 좀 더 체계적으로 기반을 다질 수 있길 바란다.
좋은 소식을 기대하겠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것을 보여줄지 벌써 기다려진다. 〈바자〉 독자에게 귀띔해줄 다음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내년 즈음 단편영화를 제작할 예정이다. 기대해달라.
 
 

준태 킴(Juntae Kim)의 김준태

디자이너 김준태는 2019년 영국으로 이주해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남성복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2021년 재학 시절, 리바이스의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Levi’s by Levi’s’의 객원 디자이너로 선정되며 두아 리파가 착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22년 석사(MA) 졸업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서울 기반의 젠더플루이드 브랜드 준태 킴 컬렉션을 론칭했다.
 
2023 S/S.2023 S/S.2023 S/S.
〈바자〉 코리아와 나누는 첫인사다. 
반갑다. 젠더플루이드 패션 브랜드 준태 킴(Juntae Kim)의 디렉터 김준태다.
혜성처럼 등장했다.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한국에서 쿠튀르 기반의 여성복으로 학사 학위를 취득 후 영국으로 옮겨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s)에서 남성복을 전공했다. 2022년 석사 졸업쇼에서 젠더플루이드 디자인의 컬렉션을 선보였고, 운이 좋게도 프레스와 바이어들의 좋은 반응과 지지로 졸업 작품 발표 후 불과 5일 만에 브랜드를 론칭하게 되었다.
브랜드를 시작하고 1년 만에 LVMH 프라이즈 세미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되었다. 기분이 어떤가? 
모든 것이 얼떨떨하다. 프라이즈에 관련된 모든 일은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졌다. 사실 아직 파이널리스트에 대한 발표도 남아있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LVMH에서 어떤 반응이 오기 전까진 브랜드의 타임라인에 집중하려고 한다. 새 시즌 준비와 계획 중인 몇 가지 프로젝트가 우선이다.
LVMH 프라이즈 프레젠테이션의 반응도 궁금하다. 
이틀간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평생 동안 만나기 힘든 업계 관계자들을 다 만난 기분이다. 이색적인 순간이었다. 1백여 명이 넘는 LVMH 관계자와 전문가에게 준태 킴의 존재와 방향성에 대해 소개한 경험은 앞으로 브랜드 운영에 있어 좋은 자양분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조너선 앤더슨(Jonathan Anderson)의 창조적인 면과 상업성 사이를 아우르는 능력을 존중해왔다. 그가 쇼룸으로 오자마자 내 옷을 본 적이 있다면서 반가워했다. 신기하고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내가 아이디어를 완성해나가는 과정에 흥미를 느꼈다는 말에 힘을 얻었다.
준결승에 진출한 15개국 22개의 세미파이널리스트 중 당신의 흥미를 끄는 디자이너와 브랜드는? 
굳이 하나를 꼽기보다 이번 프라이즈 쇼룸에서 함께 서로의 작업에 대한 아이덴티티와 내러티브를 공유하며 모든 브랜드에 대한 흥미와 존경심이 동시에 생겼다.
컬렉션의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 
디자인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매 시즌 복식사와 과거 코스튬을 모던하게 재해석하는 메인 콘셉트와 별개로 한 가지의 부차적인 테마를 설정한다. 이번 시즌은 ‘펑크’였고, 2023년 F/W 컬렉션의 주제는 ‘로맨틱 포에트리: 뉴 프레피(Romantic Poetry: New Preppy)’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당시 프레피 룩, 컬러 팔레트, 레이어링 방법에서 착안해 준태 킴의 시그너처 디자인에 적용했다. 그리고 과거와 현대적인 요소를 병치하고 그것이 동시대적인지를 고민했다.
 
2023 F/W.2023 F/W.2023 F/W.2023 F/W.
준태 킴은 성별을 초월한다. 당신에게 있어 젠더리스란 무엇인가? 
옷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사람에게 더 이상 성별은 의미가 없다.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고. 특히 준태 킴 컬렉션은 기본적인 여성복의 원형 패턴을 이용해 남성과 여성에게 수차례 피팅을 하며 완성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어떤 성별이 입어도 가장 합리적인 사이즈로 구현된다. 두 요소를 동시에 담는 젠더플루이드, 젠더리스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그 이상이다.
지금까지 선보인 작업 중 당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피스를 고른다면? 
최근 컬렉션보단 2022년 졸업 작품을 꼽고 싶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태에서 구상한 아이디어와 작업이었기에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느낌이 있다. 요즘은 디자인을 할 때 너무 많은 것들을 고려하고 생각해야 한다. 때론 내키는 대로 했던 그때가 그립기도 하고, 그런 작업이 정말 ‘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준태 킴을 아우르는 키워드 3가지. 
젠더플루이드(Gender-Fluid), 클래식(Classic), 로맨틱(Romantic).
영향을 받은 디자이너(또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그녀는 나의 아이콘이다. 젠더와 인종, 환경 이슈 등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매 시즌 컬렉션을 선보일 때 체제전복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그녀가 가진 개척정신을 존경한다.
당신에게 서울과 런던은 어떤 의미인가? 
런던은 혁신적이고, 서울은 상업적이다. 런던에 있을 때는 서울의 감성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고, 서울에 있는 지금은 런던의 감성을 잊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평소의 모습과 취향도 궁금하다. 요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인가? 
브랜드에 집중하는 시간 외에는 최대한 패션과 일을 멀리하려 한다. 그래야 다시 업무에 집중이 가능하다. 최근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인데, 체력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운동에 관심이 많아졌다. 정말 웃기게도 내 유튜브 타임라인에는 패션 관련 영상이 단 하나도 없다. 전부 운동 영상이다.(웃음) 반드시 운동을 시작할 참이다.
자, 이번 프라이즈의 최종 우승자에게는 30만 유로, 약 4억원의 상금이 주어진다고. 만약 우승자로 선정되면 어떤 계획이 있는가? 
만약 우승까지 하게 된다면, 상금으로 새로운 컬렉션이나 브랜드에 투자하겠지만 우선은 멀리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론칭 후 쉬지 않고 몇 시즌을 달려왔다. 충전이 필요하다. 천천히 오래오래 달리고 싶기 때문에.
좋은 소식을 기대한다. 다음 컬렉션에 대해 〈바자〉 독자에게 살짝 귀띔해 준다면? 
스포츠웨어나 밀리터리 스타일처럼 현재 사람들이 쉽게 소비하는 문화나 의복 형식을 컬렉션에 수용해보려 한다. 물론 준태 킴만의 시그너처를 담아 완전 다른 형식의 디자인으로! 그리고 올해는 해외에서 시즌 프레젠테이션을 기획 중이다.
마지막으로 준태 킴을 통해 이루고 싶은 본질과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대중에게 한순간 주목받고 소비되길 바라지 않는다. 준태 킴을 좋아하고 지지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브랜드를 운영하고 싶다. 진득하고 꾸준하게 준태 킴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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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서동범
    사진/ ⓒ Kusikohc,ⓒ Juntae Kim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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