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2024 LVMH 프라이즈의 최종 우승자, 업사이클링의 여왕 '호다코바'
스웨덴 출신의 디자이너 엘렌 호다코바 라르손(Ellen Hodakova Larsson)은 지극히 개인적인 방식으로 업사이클링을 해석한다. 은 숟가락, 볼펜 그리고 낡은 가죽 벨트와 같은 의외의 재료도 그녀의 손을 거치면 극도로 글래머러스하게 재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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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에서 은 숟가락으로 제작한 드레스와 포즈를 취한 엘렌 호다코바 라르손.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엘렌은 자신의 성을 따서 호다코바라는 이름의 브랜드를 설립한다. 오래된 재고를 기반으로 공급망을 구축한 그녀는 낡은 벨트로 만든 가방 등 독창적인 디자인들을 선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와의 협업을 제안했고, 낡은 벨트와 앤티크 숟가락을 사용해 만든 엘렌의 드레스는 파리 패션위크에서 화제가 되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이 일을 하게 된다면 끝장을 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앞으로도 계속 패션의 중심지로 남아 있을 파리에서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팝아트, 특히 뒤샹의 레디메이드 작업에서 큰 영향을 받았어요. 낡고 버려진 옷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그로부터 어떤 특별한 것을 만들 수 있는지 탐색하는 것이 제 작업의 근간입니다.
업사이클링은 그녀가 하는 일의 윤리적인 측면이지만, 그 신념을 공유하는 수많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돋보일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스타일이다. “제 강점은 쓰레기에서 출발하는 거예요. 제가 작업을 통해 정교함을 극대화시키면, 그때까지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것들을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죠.” 실제로 그녀의 2024 F/W 컬렉션에서 가장 돋보인 부분은 바로 이런 세련미다. 엘렌은 어린 시절을 보낸, 가죽과 나무 같은 두껍고 무거운 소재로 둘러싸인 농장 마구간에서 이번 컬렉션의 영감을 얻었다. 마치 마법이라도 부린 듯 승마 부츠가 격식 있는 가방이나 고혹적인 뷔스티에로 변주됐다. 두 개의 앤티크 은색 트레이 뒷면을 가죽 스트랩으로 연결한 뷔스티에는 또 어떤가? 지난 8월 은 숟가락으로 제작한 홀터넥 톱을 입고 레드 카펫에 오른 케이트 블란쳇을 비롯해 몇 시즌 전에는 수백 개의 볼펜으로 만든 드레스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펜 드레스는 저의 일기 쓰는 습관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저는 지금도 어디든 일기장을 가지고 다니며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펼쳐들어요. 저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의식이에요. 외부에서 오는 영향을 최대한 줄이고 오직 제 내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저는 세상 사람들이 생긴 것도 비슷하고 옷 입는 방식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런 제 마음속 깊은 곳을 파고들어야만 독창적인 룩을 떠올릴 수 있어요.” 결론적으로, 알레산드로 미켈레부터 케이트 블란쳇까지 많은 러브콜을 받는 그녀에게는 이제 웃을 일만 남은 듯하다.
이쯤 되니 앞서 그녀가 패션과의 관계에서 언급한 ‘증(憎)’, 즉 불만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저는 새 옷을 과도하게 사들이는 문화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있어 가장 이상적인 방식은, 옷을 구매할 때 왜 그 옷을 사는지 이유를 정확히 알고 오랫동안 간직하며 입을 옷을 산다는 인식을 가지는 거예요.” 그녀는 “장인정신이 너무나도 많이 사라진 현실을 생각하면 무척 가슴 아픕니다. 장인정신은 옷의 근본인데, 그 과정이 산업화되는 것은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덧붙였다. 이것이 엘렌이 세운 호다코바라는 메종의 미래가 제기하는 역설이다.



패션계의 권위 있는 시상식인 2024 LVMH 프라이즈의 최종 우승자에 오를 만큼 엘렌의 노력은 업계에서 큰 인정을 받고 있다. “처음에는 참여하기를 망설였어요. LVMH와 제가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거든요. 저는 매우 다른 성격의 일을 하고 있어요. 저에게는 사업적인 면이나 트렌드보다는 장인정신이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오늘날에는 제 작품을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업사이클링을 한다는 이유로 회사 설립 당시 제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어요. 하지만 결국 성공할 수 있다고 모두를 설득했어요. 저는 그것이 지금까지 제가 이룬 승리 중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Credit
- 글/ Olivier Nicklaus
- 번역/ 이진명
- 사진/ ⓒ Emir Eralp(Portrait), Hodakova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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