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 디자이너들이 외친다. "No 조용한 럭셔리"
뛰어난 비전을 가진 신진 디자이너들이 조용한 럭셔리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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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NEW LOOKS
뛰어난 비전을 가진 신진 디자이너들이 조용한 럭셔리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하퍼스 바자>의 전 편집장 카멜 스노는 ‘그것’을 처음 봤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1947년 2월 12일 파리, 크리스찬 디올의 데뷔 컬렉션에서 목격한 디올 룩에 대한 얘기다. 당시 그녀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긴다. “친애하는 크리스찬, 뉴룩(New Look)을 창조했군요.” 그날 이후 디올의 뉴룩(허리를 졸라맨 풀 스커트가 만든 독특하고 여성스러운 아워글라스 형태)은 패션 역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 디올의 뉴룩은 가히 혁명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그러니까 패션이 필요에 의해 실용적으로 변모한 시점 이후로 뉴룩은 의도에 맞게 옷을 입는 시대가 왔음을 알린 것이다.
타이밍은 패션에 있어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실루엣이나 코드는 항상 사회적이고 문화적이며, 정치적이거나 혹은 경제적인 힘이 작용할 때 일종의 결과로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종종 대담한 디자인의 변화는 이전에 일어난 일들에 대한 집단적 반응을 대표했고, 더 큰 문화적인 변화에 참여하고 반응하는 방법이자 새로운 미래를 제안하고 상상하는 것을 대변하기도 한다.
팬데믹이 시작된 지 이제 5년이 넘었다. 그간 우리는 집단적으로 혹은 별생각 없이, 부드럽고 편안한 라운지웨어를 거쳐 조용한 럭셔리로, 알고리즘에 따라 좀 더 조용한 럭셔리로 다양한 트렌드를 거쳐 이동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부정할 수 없이 새로운 시대의 개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뉴룩’은 좀 더 목소리가 크고 낯설고 무엇보다 굉장히 개인적이다. 여기에는 보다 특별한 것들, 아니 모두가 똑같이 보이는 것에서 자신을 탈출시키고 싶어하는 집단적인 갈망이 내재되어 있다. 디자이너 윌리 차바리아(Willy Chavarria)는 지난 1월 파리에서 열린 2025 F/W 컬렉션을 앞두고 <바자>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은 요즘 패션을 매우 지겨워하고 있어요. 럭셔리 하우스는 사람들을 흥분시킬 무언가를 찾고 있죠.” 실제로 2025 S/S 컬렉션을 선보인 대부분의 패션 하우스에서는 뚜렷한 활기가 느껴졌다. 주로 독립 디자이너 그룹을 중심으로 한 그들의 작업은 현재의 패션 신에서 현저히 벗어나 직감과 정체성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떻게 옷을 입어야 하는지에 대한 그들의 제안을 보면, 지금의 유니폼과 같은 룩과는 정반대편에 서 있는 것 같다는 얘기다. 그건 급진적인 자기 표현을 허락하는 ‘새로운’ 뉴룩인 셈. 그들은 정해진 형식에 따르지 않고, 오히려 입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를 과감히 깨트리라고 주장한다.
패션계에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출근 가방 같은 형태와 루프 핸들이 있으면 우리는 그것이 루아르(Luar)의 아나 백이란 걸 바로 눈치챌 수 있다. 오버사이즈 카펜터(carpenter) 진이나 배기 수트를 입고 있다면, 차바리아라는 걸 알 수 있듯이. 컬러 블로킹의 태피터 드레스에 스트라이프 니트를 매치한 룩은 단연 크리스토퍼 존 로저스(Christopher John Rogers)다. 스푼으로 만들어진 톱이라면? 호다코바(Hodakova)일 수밖에. 고리 장식과 굵은 가죽 벨트가 달려 있는 체크무늬 아코디언 플리츠 스커트는 초포바 로웨나(Chopova Lowena)임을 눈치챌 수 있다. 티셔츠 위에 브라 톱을 입는 건 요즘 쿨한 MZ들의 전형적인 룩이라 할 수 있는데, 이건 바퀘라(Vaquera)에 일정 지분이 있다. 변화무쌍한 프린트의 카고 팬츠와 장식 많은 후디라면? 힐러리 테이머가 이끄는 콜리나 스트라다(Collina Strada)의 상징이다.






(왼쪽부터) 1947년 크리스찬 디올, 1952년 마담 그레,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1993 F/W 컬렉션, 존 갈리아노의 1994 F/W 컬렉션, 패리 엘리스 1993S/S 컬렉션, 클라우드 몬타나 1980 S/S 컬렉션.
물론 이 디자인들이 과거 디자이너들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하지는 못한다. 차바리아의 오버사이즈 테일러링은 생 로랑의 날카로운 턱시도와 치카노(Chicano, 멕시코계 미국인) 문화에서 비롯된 주트 수트(zoot suit, 두툼한 패드를 어깨 부위에 넣은 긴 코트와 허리까지 올라오는 통이 넓은 바지)를 떠올리게 하니까. 라울 로페즈의 루아르가 선보인 구조적인 어깨와 모던한 수트, 드레스는 알라이아의 극적이고도 섹시한 보디컨셔스 의상과 오버랩된다. 로저스의 과장된 볼 스커트는 발렌시아가의 코쿤 셰이프나 찰스 제임스의 풀 스커트 드레스와 연결되어 보이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바퀘라의 예술적인 레이어링과 독특한 커팅은 마틴 마르지엘라의 해체주의와 맞닿아 있다. 콜리나 스트라다의 젠지 스타일 플라워 디테일은 또 어떤가. 안나 수이의 히피 키즈들이 갖고 있던 감성과 엇비슷한 결이다. 듀란 랜팅크(Duran Lantink)의 볼록한 형태는 레이 가와쿠보의 혁신적인 비율과 비슷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그들의 작업은 진화되었지만 완전한 재발명이기도 하다.
패션 비평가이자 <Bring No Clothes: Bloomsbury and the Philosophy of Fashion>의 저자인 찰리 포터(Charlie Porter)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상업적인 비즈니스 세계의 패션과 창의적 표현으로서의 패션, 이 둘 사이의 간극을 넓히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그리고 현재는 비전과 독립성을 통해 브랜드의 방향성을 정하도록 두는 게 문화적인 힘을 이용함에 있어 주요한 포인트라는 것이다. 음반 시장을 예로 들면 채플 론(Chappell Roan)이나 찰리 XCX 같은 아티스트들의 등장이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것. 그는 독립 디자이너들이 성공하기 위해 상품을 쏟아내는 거대 레이블이 돼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뉴욕에서는 특히 더욱 그러하다. 디자이너들이 ‘패션 브랜드(럭셔리 비즈니스를 만들려는 부류와는 달리)가 오히려 더 좋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실제로 그 편이 더 즐겁고 자립적이며 동적인 일이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패션 포화 시장에선 트렌드의 변덕스러움을 이겨낼 수 있는 강력한 브랜드 가치를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죠.” 지난 2022년 이후 2025년 F/W 컬렉션으로 뉴욕 패션위크에 다시 돌아온 크리스토퍼 존 로저스의 말이다. 그에게 그것은 실용적인 글래머이자 대담한 컬러이고, 우아한 클래식과 독특한 실루엣인 동시에 날카로움을 잃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로저스는 미셸 오바마와 도이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두려움 없는 여성들이 이와 같은 의상을 입는 건 우리가 세상에 어떻게 자신을 드러낼지 새로운 관점을 불어넣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딜라라 핀디코굴루를 입은 줄리아 폭스, 윌리 차바리아를 입은 리치 샤잠, 호다코바를 입은 케이트 블란쳇, 콜린 앨런을 입은 시어셔 로넌, 크리스토퍼 존 로저스를 입은 도이치, 루아르를 입은 마돈나.
그들의 의상이 일종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독보적인 디자인도 팬을 모을 수 있다. 터키계 영국 런던 디자이너 딜라라 핀디코글루(Dilara Findikoglu)는 남성적 시선을 전복시키는, 완성되지 않은 듯한 고딕 스타일의 코르셋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녀의 반항적이고도 페미니스트적 접근은 클로이 세비니(작년 메트 갈라에서 터진 보디스의 오프숄더 빅토리안 드레스를 입었다)와 줄리아 폭스(2024년 런던에서 열린 패션 어워즈에서 시어한 코르셋과 레이스 드레스를 입었다)와 같이 비슷한 결을 가진 셀리브리티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현재 뉴욕에서 각광받는 디자이너 중의 한 사람인 콜린 앨런(Colleen Allen, 로맨틱한 드레이핑과 테일러링에 마들렌 비오네스러운 접근 방식을 취하지만 모던하게 푼다)도 빼놓을 수 없다. 2025년 봄 컬렉션에서 그녀는 고대 그리스적인 드레이핑이 돋보이는 드레스, 벨벳 블루머 같은 빅토리안 요소, 허리에 작은 장미 장식을 두른 시어한 카프리 팬츠 등을 선보였다. 일전에 멘즈웨어 디자이너로 일하기도 했던 그녀는 남성의 실루엣을 여성의 몸에 대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의 입장을 취하는 방향으로 지지를 받았다. “저는 빅토리안 시대가 여성들의 테일러링에 있어서 근사한 때였다는 걸 깨달았어요. 보통 멘즈웨어의 전통적인 접근 방식은 테일러링 기술에서 디자인을 시작하죠. 빅토리안식은 정반대예요. 저는 입는 사람에게 좀 더 의식적이고 내면적인 힘을 일으키는 일종의 저항적인 행위를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그들에게 신비로운 힘을 불어넣어주는 거죠.”
포터는 현재 독립 디자이너가 급증하는 현상에 대해 새로운 무언가를 갈망하는 욕구와 연결된 것이라고 본다. “지금 가장 돋보이는 디자이너들은 드레이핑, 테일러링, 과장, 해체 등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몸과 소통하는 것에 더 친밀한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좀 더 개인적으로 느껴지지만, 그간 어디서 본 듯한 카피의 카피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죠.” 포터는 현재 런던에서 활동하는 케이맨-자메이카계 디자이너(리아나가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이기도)자와라 알레인(Jawara Alleyne)의 작업들, 몸을 드레이핑하며 감싸는 독보적인 디자인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결국 사람들은 연결되고 소통하고 싶기 때문에 이런 디자인에 열광하는 거죠.”
테크닉, 즉 기술은 패션에서 강렬한 임팩트를 주는 형태를 만드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 돋보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분명한 비전은 스타일을 만드는 데 가장 가치 있는 것이고, 예상되는 트렌드에서 벗어나 무한한 개인의 스타일을 향해 나아가게 해주기 때문이다.
“2022년에 드리스 반 노튼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로저스가 말한다. “그는 매 시즌 백지에서 시작한다고 해요. 그리고 자신을 향한 기대감에 매여 있지 않는다고요.” 그 조언은 그에게 더 실험하고, 더 큰 가능성에 마음을 열도록 도와주었다고 덧붙였다. “저는 루폴(RuPaul, 미국의 드래그 퀸이자 배우, 가수)이 한 말을 항상 생각해요. 자기 자신을 알고 항상 그것을 지켜가라. 자신에게 직감적으로 오는 것들에 최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도요.”
Credit
- 글/ Brooke Bobb
- 번역/ 이민경
- 사진/Pierre Vauthey/Sygma Via Getty Images
- 사진/ Gilbert Flores/Wwd Via Getty Images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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